점점 사라져가는 가로수길 한 모퉁이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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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기자기한 악세사리를 파는 노점(왼쪽)과 플리마켓을 구경하는 사람들(오른쪽)(사진=조선영 기자) |
땅따먹기에서 지면 내가 설 곳은 점점 없어진다. 상대는 자꾸 땅이 넓어져 큰 것을 차지하게 된다. 오랜만에 들러본 가로수길에서 든 생각이다. 전에 있던 6명 앉던 일본식 가정식 백반집도 없어졌고 정말 예쁜 커피 잔에 수제쿠키를 만들어 팔던 가게도 없어졌다. 아쉬운 마음에 한번 다시 둘러보았다.
글·사진 조선영 기자
간간히 보이는 노점판매대
밤 10시. 생각보다 사람들이 별로 없다. 하나씩 생겨나는 노점매대의 상인들은 “요즘은 이 시간엔 사람들이 많이 없어요. 점심때 사람들이 더 많지….”라고 했다. 야외에 있던 테이블들은 날씨가 추워지기도 했고 더 이상 도로에 나올 수 없는 규제 때문에 보기 어려웠다.
세로수길로 옮겨온 사람들
낮 12시. 가로수길의 임대가 어려워지자 작은 샵들은 가늘세(細), 세로수길로 옮겨갔다. 그래서인지 큰 길보다는 둘레로 퍼진 세로수길이 더 북적였다.
이젠 더 이상의 특화된 거리가 아닌 상업화된 가로수길
압구정동 현대고등학교길 건너부터 시작되어 신사역까지 연결되는 은행나무길이 이제는 가로수길로 더 유명하다. 이 길은 1989년부터 종로구 인사동에 있던 예술가들이 화랑이나 작업실을 만들면서 문화적 공간이 형성되었다. 또 디자이너들이 예쁘고 아담한 까페나, 편집샵 등으로 꾸며 야외테라스에 앉아 그윽한 커피 한 잔과 함께 아기자기한 볼거리가 있었던 거리다.
그러나 2009년 압구정동 로데오거리가 일방통행로로 지정되면서 가까운 2차선 거리인 가로수 길로 사람들이 몰려들기 시작했다고 한다. 이때부터 예전의 모습은 사라지고, 대기업들의 매장이 입점하면서 사람들이 가로수 길을 많이 찾을수록 소규모의 까페나 옷가게들은 구석으로 또는 아래골목으로 밀려나기 시작했다. 10년이 넘게 가로수길에서 부동산을 운영하고 있는 정용량 사장님은 대기업들이 건물을 통으로, 7년에서 10년씩 임대계약을 해 이제는 가로수길 뿐 아니라 어디서나 볼 수 있는 브랜드들이 입점해 특화된 거리의 이미지가 없어져서 아쉽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