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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물&탐방

신문고 논단 – 더 나은 대한민국을 위하여

대담 - 인화원 김용선 전 원장, 숭실사이버대학 문근찬 교수

[인터넷 대한뉴스]

 

 

 

최근의 큰 재난 사건을 계기로 국가를 근본적으로 개조해야 한다는 말이 많이 들린다. 하지만 그 우선순위나 구체적인 방향에 관해서는 생각이 다양하다. 김용선 원장은 오랫동안 대기업체에서 그룹 연수원장과 CEO를 역임했는데, 평소 세계 속의 한 국가로서의 한국, 그리고 그 속에 살고 있는 우리들이 어떤 사고와 행동을 해야 할 것인지에 대해 독특한 아이디어를 제시한다.

이번 호에는 한국인의 의식구조 저변에 깔린 특징과 관련하여 우리가 어떤 점을 개선해야 할지 김용선 전(前) 인화원 원장의 의견을 들어본다. 김용선 원장과 대담한 문근찬 교수는 현재 숭실사이버대학교 경영학과에 재직 중인데, 우리 사회를 개선할 방법을 모색하는 데 있어서 김용선 원장을 멘토(mentor)로 모시고 산다고 한다.

 

1.한국인의 객관화 능력과 과학적 사고

 

문근찬 : 원장님이 한국과 일본 방송의 보도에 대해서 이런 말씀을 하신 적이 있습니다. “어떤 사고나 화재가 났을 때, 한국의 방송은 거의 경찰 또는 소방당국은 ‘정확한 사고원인’을 조사 중이라는 식으로 보도한다. 그런데 일본의 방송은 ‘좀 더 상세한 내용’을 조사 중이라고 보도한다.” 이는 사소한 차이 같지만 어쩌면 두 나라 언론보도의 태도 면에서 커다란 차이를 드러내는 것일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김용선 : 일견 "정확한 원인을 조사 중"이란 표현이 우리 상식으로는 좀 더 적극적이고 바람직한 말로 보이고, 그에 비해 "좀 더 상세한 것을 조사 중"이란 표현은 어딘지 뜨뜻미지근하여 화끈하지 못한 것처럼 느껴지는 것이 사실입니다. 그러나 ‘정확한 사고원인’을 강조하는 방송보도를 들으면서 내가 느끼는 불안감은 “우리가 세상일에서 항상 ‘정확한 원인’을 규명할 수 있는가?

더 나아가 정확한 원인 그 자체가 존재하는 것일까?”하는 것입니다. "정의 란 무엇인가?"라는 명제에 답하기가 힘든 것은 그것이 인간사이니 그렇다 해도, 우리는 자연현상을 다루는 과학에 대해서 다소 잘못된 개념을 갖고 있는 것처럼 보입니다. 즉, 우리는 과학이 만능이며, 지금은 알 수 없는 일도 미래에는 전부 해답이 나올 것으로 믿고 있는 것 같습니다.

내 생각으로는 그렇지 않습니다. 과학의 덕으로 아는 것은 점점 많아지겠지만, 동시에 모르는 일도 계속 더 많아질 것이며, 영원히 없어지지 않을 것입니다. 지금도 과학의 세계에는 모르는 것투성이입니다. 과학이 다른 학문과 조금 다른 부분이 있다면, "우리는 지금 여기까지만 알고, 더 이상은 모릅니다"고 말할 수 있다는 점입니다.

그런데 오늘 날 우리 사회풍토를 보면, 대중매체가 흘리는 과학지식, 예를 들면 어느 식품이 어느 병에 좋다 또는 해롭다는 등의 보도를 최고, 불변의 진리인 것 같이 받아드리고 있다는 것입니다. 그러면서도 다음 날 다른 보도가 나오면 그것을 최신정보 혹은 최신이론이라며 받아드리는데, 이는 과학이 무엇인지 생각해 보려고 하지도 않는 태도입니다.

내 생각에는 그것은 과학이 아니라, 좋게 말해 신앙이고 나쁘게 말하면 미신입니다. 그래서 과학에서 중요한 것은 지식의 축적이 아니라 ‘과학적 사고방식’입니다. 과학만이 모르는 것이 많은 것은 아닙니다. 범죄수사나 사고 원인조사에서도 범인을 특정하지 못하고 사고 원인을 알 수 없이 종결되는 ‘영구미제’사건이 많이 있습니다. "반드시 해결될 수 있다"는 신념을 갖는 것은 좋으나, 그것이 합리적 사고를 초월하고, 공허한 이상주의, 당위성, 절대화로 흘러 도리어 사회안전을 저해할 위험성이 있다고 봅니다.

 

2.이제 감정을 접고 이성을 펼치자.

 

문근찬 : 최근의 사고와 같이 어떤 사고나 사건에 대해서 우리 사회는 지나치게 감정에 치우친 행동을 하는 경우가 많다고 생각합니다. 사고를 당한 가족들의 슬픔이야 물론 말할 수 없이 비통한 것이지만, 큰 사건이 났을 때 이런 희생이 헛되지 않도록 사고의 재발을 방지할 근본 대책을 수립하는 데 국가적인 에너지가 모아져야 하는데, 방송보도나 사회 분위기는 감정의 분출에 초점이 맞추어져 국가적인 에너지를 낭비하게 하는 것 같습니다.

 

김용선 : 오늘날 한국 사회에서 감정의 표출은 아무런 이성적 정제를 거치지 않고 ‘국민 정서’라는 이름으로 마치 법치를 넘어 국가 기관의 최상위에 존재하는 듯한 형상을 하고 있습니다. 북한이 국가(헌법) 위에 당이 있고, 당 위에 수령이 있는 구조인 것과 유사하게 한국은 국가 위에 ‘국민 정서’가 있는 격입니다.

예를 들어 한국 사회에서 ‘친일’이니 ‘민족’이니 하는 단어는 폭발력을 갖고 있어서, 여기에 관계된 국민정서를 건드리면 이는 옳고 그르고의 문제가 아니라 곧바로 불경죄 내지 터부(taboo)를 범한 것처럼 받아들여집니다. 본시 터부란 덜 개발된 사회에서나 있는 것이듯이, 이런 구조를 바로잡는 것이 바로 국가개조의 출발점이 되어야 합니다.

 

3.우리의 지정학적 위치와 국제정치

 

문근찬 : 원장님은 우리나라의 지정학적 위치 때문에도 특히 이성적인 사고와 행동이 필요하다는 말씀을 하셨습니다. 역사를 통해 봤을 때 우리의 위치에서 바람직한 외교전략은 어떤 것이 되어야 하겠습니까?

 

김용선 : 싫어도 피할 수 없는 것이 지정학적 구도입니다. 한반도의 역사에서 고려시대에 몽골에게 속국이 되어 100년의 세월을 보냈고, 조선시대에 왜란과 호란을 겪었으며, 근세 조선 말에는 일본에 합방되어 35년을 보냈습니다.

주위의 강대국들과 어떻게 외교적 관계를 유지해야 하는지는 그야말로 역사를 통해 많은 교훈을 얻어야 할 부분입니다. 다른 나라의 예로, 핀란드가 강대국 속에서 어떻게 살아왔는지 보고 배울 점이 많다고 생각합니다. ‘핀란디제이션(Finlandization)’이라는 용어는, 1908년 스웨덴 속령에서 러시아 속령으로 바뀌었던 핀란드가 1917년 독립을 선언하지만 1939년 겨울전쟁에서 패한 다음에는 독립을 유지하는 조건으로 '묵시적 굴종'이라는 정책을 폈는데 이런 처지를 일컫는 용어입니다.

영토의 일부를 러시아에 할양했고 감당하기 어려운 전쟁보상금을 지불했으며, 오랫동안 핀란드 정계의 모든 중요한 결정은 핀란드가 아니라 모스크바에서 이루어졌습니다. 하지만 여기서 우리는 핀란드의 굴종만을 볼 것이 아니라 그들이 나라를 지켰다는 점을 더 크게 보아야 합니다. 핀란드가 자존심만을 강조하며 러시아와 대적하였다면 어떻게 되었을까요?

아마 러시아에 합병되었을 테고 그 후에 많은 러시아인들이 핀란드에 들어와 살았을 것입니다. 오늘날 우크라이나의 크림반도 문제도 우크라이나가 러시아에 합병되었을 당시 이주해서 살았던 러시아인들이 많았다는데 그 근원이 있습니다. 이에 비해 핀란드의 지도자가 “우리의 군대가 궤멸되기 전에 러시아와 강화하는 것이 낫다”고 국민을 설득했던 것은 결과적으로 잘한 결정이라 할 수 있습니다. 우리도 역사를 공부할 때 강대국에 복속된 뒤의 항쟁사만을 부각할 것이 아니라, 어떻게 했어야 국민의 생명을 최대한 지켜내고 국가를 지킬 수 있었을까를 생각해야 합니다.

 

4.좋은 습관 기르기와 교육훈련

 

문근찬 : 세월호 같은 큰 사고도 그 원인을 따지고 보면 기본에 충실해야 한다는 원칙을 지키지 않은 탓이라고 생각합니다. 원장님은 산업체 그룹 연수원장으로 계실 때 ‘식사 후 의자 집어넣기 운동’을 하셨는데 이 운동이야말로 바로 기본적인 규칙을 지키는 훈련이었던 것 같습니다. 이 운동의 의미에 대해서 말씀을 해 주시지요.

 

김용선 : 처음에 회사에서 이것을 강조하니까, “아니, 우리를 유치원 아이들인 줄 압니까?” 하는 반응이 나왔습니다. 그래서 이렇게 설명했습니다. “걸상을 밀어 넣는 버릇은 일의 끝마무리를 정확히 재확인하는 버릇을 키우기 위한 것이다.

그런 습관이 몸에 배면, 불량률이 줄어 경쟁력이 향상되고, 궁극적으로 여러분의 대우도 좋아질 것이다” 오랜 시간이 걸렸지만 조금씩 나아지더니, 몇 년 후에는 시중의 대중식당에서도, 다른 공중장소에서도 의자를 밀어 넣는 사람을 많이 볼 수 있게 되었습니다.

이것은 내가 남의 반발과 비웃음을 들어가면서 꾸준히 해온 결과로서 나 스스로 사회에 긍정적인 영향을 끼친 보람 있는 경험으로 생각하고 있습니다. 해야 할 일을 건성건성 하지 않고 정해진 대로 철저히 하는 습관을 길러야 합니다. 사소한 것 같지만 정해진 일을 누가 보든 안 보든 올바르게 하는 사고와 행동이 합쳐져서 ‘사회문화’ 내지 ‘민족성’이 됩니다.

그런데 사고와 행동을 바르게 하려면 교육과 훈련이 결합되어야 합니다. 하지만 오늘날의 교육문제에서 ‘훈련’은 사라지고, 오직 지식전달이라는 기능만이 남았습니다. 다시 말해서 좋은 버릇을 키우는 메커니즘이 우리 사회에서 사라진 것입니다. ‘민족’은 다수의 개인의 집합이므로 지금 우리의 ‘민족성’은 퇴폐일로, 열화의 과정을 밟고 있다고 결론 내릴 수 있습니다. 그런데도 이를 염려하는 언설은 학계나 언론계 어디에서도 들리지 않으니 걱정입니다.

 

5.공교육 정책

 

문근찬 : ‘교육’에서 ‘훈련’이 빠진 것도 따지고 보면 우리나라의 공교육 정책에 문제가 있음을 드러내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교육은 백년대계라고 하면서 자주 교육정책이 바뀌지만 과연 우리나라가 지향하는 교육의 목적이 무엇인지 모르겠습니다. 우리나라의 높은 교육열이라는 것이 사실은 대학입시 경쟁입니다. 그렇게 들어간 대학에서도 또 스펙 쌓기 경쟁을 하지만 나중에 졸업하고 나서는 청년실업이라는 문제에 부닥치고 있습니다. 이것은 경제구조의 문제와 우리 사회의 직업관 등 사고방식의 문제가 서로 얽혀 있기 때문에 해법이 쉽지 않다고 생각합니다만 과연 어떤 해결책이 바람직할까요?

 

김용선 : 과거에 국민교육헌장이라는 명시된 교육목적이 있었습니다. 오늘날 교육부가 추구하는 교육목적은 무엇인지 모르겠고, 다만 ‘대학 입학제도’만이 약간씩 모양을 바꾸어 자주 제시됩니다. 고등학교를 평준화한다고 하지만, 이미 겪고 있듯이 외국어고등학교 등이 새로운 명문으로 탈바꿈하여 나타나게 되어 있습니다. 어쩌면 예전처럼 중고등학교부터 입시를 해서 명문도 존속시키고, 공부에 적성이 있는 사람과 직업능력을 키워서 취업에 나설 사람을 일찌감치 선별하는 것이 더 낫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야 고등학교 졸업자의 대부분이 대학을 가는 현상, 그리고 그 결과 대학 졸업자의 상당수가 실업자가 되는 구조를 막을 수 있다고 봅니다.

6.기술과 장인정신

 

문근찬 : 청년실업 문제가 심화되면서 마이스터 고등학교의 인기가 올라가는 것처럼 약간 변화의 조짐이 보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여전히 기능이나 기술보다는 고시 패스해서 사(士)가 되는 것을 출세로 인정하는 풍토는 그 뿌리가 깊어서 단 기간에 변할 것 같지는 않습니다.

 

김용선 : 우리나라가 늘 자랑으로 삼는 고려자기나 조선자기의 제조자 이름이 남아 있지 않은 것은 바로 그 당시 장인들을 사회적으로 인정하지 않았던 풍토 때문입니다. 기능이 체계화 된 것이 기술이라고 볼 때 기능을 천시하는 풍토, 그리고 장인정신이 없는 풍토에서는 기술 경쟁력이 쌓일 가능성은 없습니다. 흔히 외국의 선진기술을 이전해 오면 되지 않느냐는 생각이 있지만 기술이란 일종의 문화이기 때문에 그 사회의 사고방식과 행동양식에 깊이 연계되어 있어서 쉽게 이전이 되지 않습니다. 장인정신은 올바른 직업윤리의 토대이기도 합니다. 국가 발전을 위해서는 고시족이니 공시족이니 하면서 인생을 낭비하기보다 더 많은 청년들이 기능과 기술 분야에서 장인정신으로 능력을 발휘했으면 합니다.

7.시스템적 사고를 키워야

 

문근찬 : 한국사회가 현재 처한 경제와 사회문제의 어려움을 해결하려면 전체를 생각하는 시스템적 사고가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어느 한 부분의 이익을 집요하게 주장한다면 나라의 발전을 위한 중요한 사안에 대해서 집단적 의사결정도 불가능하고 사회적 합의도 이루어지지 못할 것입니다.

 

김용선 : 어떤 판사가 자기만의 소신이라며 국가가 맺은 협정에 반하는 판결을 내렸다면 이는 국가 위에 사법이 존재하는 것으로 착각한 무책임의 극치라 할 수 있습니다. 소위 전관예우니 관피아니 하는 문제는 끼리끼리 소승적 이익을 추구하면서 전체 시스템이 망가지는 것을 생각하지 않는 무책임성에 기인합니다. 우리 몸에서 전체 건강이 문제가 되고 있는데 위장만 튼튼하다고 해도 소용이 없듯이, 전체 사회에 대한 책임의식, 즉 공공의식이 무엇보다 필요합니다. 복지를 확대하자는 말은 인기 있겠지만 그 결과 전체 나라경제가 어떻게 될 것인가를 먼저 생각해야 합니다. 또 국가란 세계 속의 한 구성인자임을 생각할 때, 우리끼리 식의 민족주의를 내세우는 것도 전체 시스템을 보지 못하는 결과를 가져올 수 있습니다.

 

 

 

 

 

 

 

본 기사의 전문은 대한뉴스 2014년 7월호(www.daehannews.kr)에 자세히 나와 있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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