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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칼럼 - 박승희 교수(성균관대학교)

마음은 비워주고 배는 채워주며

[인터넷 대한뉴스]

‘현자를 숭상하지 않아서 백성이 경쟁하지 않게 하고, 얻기 어려운 재물을 귀하게 여기지 않아서 백성이 도둑놈이 되지 않게 하며, 욕심날 만한 것을 보여주지 않아서 백성의 마음이 어지럽지 않게 한다. 그래서 성인의 정치는 백성의 마음을 비워주고 배를 채워주며, 백성의 뜻을 약하게 해주고 뼈를 강하게 해준다(不尙賢 使民不爭 不貴難得之貨 使民不爲盜 不見可欲 使民心不亂 是以聖人之治 虛其心 實其腹 弱其志 强其骨).’

'노자’ 2장에 나오는 말이다. 이 행동이 현명하다고 정해놓고 그러한 행동을 하는 사람을 ‘현자’로 떠받들면, 저 행동을 하는 사람은 자연히 어리석은 ‘놈’이 된다. 백성은 ‘현자’라는 사람을 우러러보고 ‘어리석은’ 사람을 미워하면서, 패를 가르고 다투기를 그치지 않을 것이다.
 
마찬가지로 이 물건을 귀히 여기면 저 물건은 천한 것이 되니, 저것은 놓아두고 이것을 갖고자 도둑질하는 것도 마다치 않을 것이다. 백성이 더 귀한 대접을 받고, 더 좋은 물건을 가지고자 다투고 속이는데, 한순간인들 마음이 편할 리가 있겠는가? 마음은 욕심으로 가득 차고, 의지는 신념으로 강력하니, 어찌 남에게 덕을 베풀 수 있으며, 남의 견해를 존중하겠는가? 이익과 승리에 환호하고, 손해와 패배에 참담해하면서 배가 곯고 뼈가 삭는 것을 잊어버릴 것이다.

오늘날 우리의 처지가 이와 같다. 정치 지도자들은 다들 이것이 옳고 저것이 그르며, 이것이 귀하고 저것이 천하다고 국민을 선동하다. 한쪽에선 상대를 종북과 좌파로 낙인을 찍고, 다른 쪽에선 상대를 친미와 보수로 비하한다. 종북과 좌파로 공격하는 자는 당연히 ‘애국적 영웅’으로 포장되고, 친미와 보수를 멸시하는 자는 ‘민족적 지도자’로 치장된다. 그래서 이쪽의 비리는 종북과 좌파의 어둠으로 가려지고, 저쪽의 부정은 친미와 보수의 그늘로 흐려진다. 백성의 마음은 애국과 애족의 정신으로 가득하고, 의지는 투쟁욕으로 충천하다.

그렇다면 우리 백성의 배는 건실하고 뼈는 튼실한가? 자살률이 세계 1위다. 매일 10명씩 죽는다. 노인은 하루에 2명씩, 청소년은 1명씩 자기 목숨을 끊는다. 출산율은 세계에서 꼴찌다. 가임 여성 한 명이 아기 두 명은 나아야 현재의 인구를 유지할 수 있는데, 겨우 1명 정도를 낳는다. 민족과 국가의 장래가 위태로운 상황이다. 스스로 목숨을 버리고, 본성인 자식 낳기를 포기하는 사람이 이렇게 많은데, 어찌 백성의 배와 뼈가 튼실하다고 말할 수 있을까?

백성이 건강하게 살아가도록 하는 일은 내팽개치고 종북과 친미, 좌파와 우파로 나누어 싸우면서 백성의 영혼까지 난투장으로 끌어들여 비리와 부정을 감추어서야 되겠는가? 어떻게 하면 백성의 배를 채우고 뼈를 강하게 할 것인가에 대해 진솔하게 대화를 나누는 것이 시급하지 않은가? 그리고 비리와 부정을 저지른 사람들은 누구든지 처벌을 받고 반성을 통해 새롭게 태어나도록 해야 하지 않겠는가? 
 
 
본 기사의 전문은 대한뉴스 2012년 7월호(www.daehannews.kr)에 자세히 나와 있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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