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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신제가치국평천하

수상 - 김안제

[인터넷 대한뉴스]

 

역사의 유물들

 

 

 

 

몇 해 전에 이집트를 방문할 기회를 가진 적이 있었다. 학교에서 배우고 그림으로 본 피라미드와 스핑크스를 실물로 볼 수 있다는 마음에서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 고대문명의 발상지답게 나일강 하류에서부터 상류까지 곳곳에 산재해 있는 수많은 유물과 유적들을 보면서 길게는 5천년, 짧게는 2천년 전에 만들었다고는 도저히 믿기지 않았다.

카이로에서 룩소르가 있는 테베 지역을 거쳐 아부 심벨에 이르는 나일 강변에 세워진 궁전 ․ 신전 ․ 묘지 등의 건축물과 조각상은 어떤 신비로움을 느끼게 했다. 동식물의 모양과 기호들로 새겨진 상형문자는 하나의 아름다운 예술작품이었다. 하늘을 향해 높게 세워서 하늘의 신들과 대화를 나누었다는 오벨리스크 앞에서는 하느님과 이야기를 주고받고 싶은 충동을 느꼈다.

 

깊은 감회를 가지고 이집트를 떠나 리비아와 튀니지를 들른 후 프랑스 파리에 갔다. 샹젤리제 거리나 개선문을 보고 놀라지 않았고 몽마르뜨 언덕에서도 큰 감회가 없었으며 노트르담 사원에서도 큰 느낌이 없었다.

그러나 루브르 박물관에 들어가 수많은 이집트 유물을 보고 경악을 금치 못했고, 콩코르드 광장에 오벨리스크가 세워져 있는 것을 보고 깜짝 놀랐다. 마침 비가 오는 날이라 ‘화합’이란 뜻을 가진 콩코르드 광장 중앙에 청승스럽게 비를 맞으며 우뚝 서있는 오벨리스크를 보면서 프랑스 사람들이 이집트의 것을 모방하여 만들어 세운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뒤에 알고 보니 이집트에서 가져와 세웠다는 것이다.

 

나일강 중간지점에 있는 룩소르에는 많은 오벨리스크가 세워져있다. 이 가운데 가장 잘 보존되고 탁월하게 만들어진 오벨리스크를 하나 골라 나일강을 따라 배로 이동시켜 지중해를 거쳐 파리로 옮겨갔다. 장장 4천㎞, 1만리에 이르는 장정이었다.

이 작전은 1831년 10월 31일에 시작하여 만 5년이 지난 1836년 10월 22일에 끝이 났다. 수많은 파리 시민들의 환호 속에 콩코르드 광장 한복판에 세워졌다. 토요일이었던 이날, 낯선 이국땅에 옮겨진 이 오벨리스크는 무엇을 생각하고 있을까? 선진국 수도로 이사 온 것을 다행으로 여길까, 콩코르드라는 광장 이름처럼 자기가 화합을 다지는 데 기여했다고 생각할까? 아니면 고향 룩소르로 다시 돌아가고 싶은 망향에 젖어 있을까? 비를 맞고 서 있는 그의 모습에서 나는 외롭고 슬프다는 느낌을 받았다.

 

18세기에서 20세기에 걸친 침략과 약탈의 시기에 많은 후진국의 유물들이 선진국으로 옮겨졌다. 프랑스 ․ 영국 ․ 미국 ․ 일본 등 이른바 강대국들의 박물관에는 숱한 외국의 유물들이 빽빽하게 쌓여 있다. 물론 선진국의 기술과 재력에 의해 유적이 발굴되고 역사가 옳게 밝혀진 것은 큰 공로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이러한 발굴이나 연구를 한 다음에 그 유물들을 그 자리에 그대로 두었더라면 더 큰 칭송을 받았으리라는 생각이 든다. 선진국 사람들 가운데 몇 사람은 이러한 노력과 운동을 전개했지만 힘과 돈에 의한 반출을 근본적으로 막지는 못했던 것이다. 우리나라도 과거의 귀중한 유물이 일본 ․ 프랑스 ․ 영국 등지에 가 있다는 보도를 들을 때마다 화도 나고 우리 스스로가 한심하다는 생각을 금하지 못한다.

 

유적이나 유물은 원래 있던 현장에 가서 볼 때 실감이 나고 참된 교육이 되는 것이다. 우리는 이제 21세기에 살고 있다. 어두웠던 과거사를 청산하고 전 인류가 새로운 화합으로 출발해야 할 것이다. 이를 계기로 새로운 시대에 즈음하여 UN 총회가 각국이 소장하고 있는 외국 유물은 모두 원래의 소속 국가로 반환하라는 결의를 하여 전 세계가 이를 실천하도록 했으면 하는 절실한 소망을 가져본다.

 

 

 

 

 

 

본 기사의 전문은 대한뉴스 2014년 6월호(www.daehannews.kr)에 자세히 나와 있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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