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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상] 두 개의 마음

  고대 로마 시대에 야누스(Yanus)라는 종교 신이 있었다. 앞과 뒤로 두 개의 다른 얼굴을 가지고 성문이나 집의 문을 지키는 신이었다. 착한 사람에겐 선한 얼굴을, 나쁜 사람에겐 악한 얼굴을 내밀었다. 이 신을 모신 신전(神殿)이 야누스 신전인데, 신전의 문이 열려 있으면 전쟁 중이라는 개전(開戰)을 나타내고, 닫혀 있으면 전쟁이 없는 평화를 나타내고 있었다. 신이 가진 선악(善惡)과 안위(安危)의 양면적 신성(神性)을 보여주고 있다.

  영국의 작가 스티븐슨(Fobert L. B. Stevenson, 1850~1894)이 1886년에 발간한‘지킬 박사와 하이드 씨(The Strange Case of Dr. Jekyll and Mr. Hyde)라는 소설이 있다. 지킬 박사라는 순박한 학자가 하이드 씨라는 좋지 않은 사람으로 바뀌어서 나타나는 상반된 양면적 인간상을 대조시킨 소설이다. 인간이 가진 이중적 본성과 그것이 손쉽게 바뀔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다. 야누스 신이나 지킬 박사는 두 개의 얼굴만을 갖고 있는데, 더 많은 얼굴을 가진 사람이 오래 전에 영화로 상영된‘천의 얼굴을 가진 사나이’이다.

  성선설(性善說)에 의하면 태어날 때 선한 본성이 살아가는 동안에 변질 되어 악하게 되고, 성악설(性惡說)은 태초에 악하게 태어나지만 교육과 경험을 통해 선한 성품으로 바뀌어 진다는 학설이다. 따라서 선의 바탕 위에 악이 쌓이든 악의 기반 위에 선이 모이든 간에 완벽한 선과 완전한 악이 존재하기는 어렵다고 할 수 있다. 흔히 우리는 성인과 악인, 천사와 악마, 하느님과 사탄, 군자와 소인 등으로 이분화하여 사람을 여기에 비유하기도 하지만, 실제로 이렇게 극단적으로 양분하기는 무리가 아닌가한다. 한 사람의 마음 속에는 누구나 천사와 같은 마음과 악마와 같은 마음을 함께 지니고 있으되, 어느 쪽의 비중이 더 크게 나타나고 이루어진 행위가 어느 쪽으로 기우느냐에 따라 그 정도가 판정될 뿐이다.

  우리는 이중 인격자, 삼중 인격자라는 말을 자주 쓰고 있다. 만일 법률이나 남의 눈이 없다고 할 때, 성인·천사의 마음을 가지고 도덕군자와 같은 행동을 한결같이 하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나부터 그렇게 할 수 있다고 자신있게 말하기 어렵다. 그렇게 훌륭한 성인이자 군자인 공자님께서도 70세 고희(古稀)의 연륜에 들어서서야‘마음 내키는 대로 언동하여도 정도(正道)의 틀을 벗어나지 않았다[從心所欲 不踰矩]’고 하였으니 얼마나 어려운 일인가 짐작된다.

  모든 사람이 성인이 되는 것은 불가능하므로 도덕군자가 되도록 노력해야 하지만 이것도 어려우면 최소한도 양질(良質)의 보통 사람은 되도록 힘써야 할 것이다. 그러나 이것 역시 인간의 타고난 본성과 인간사회의 속성으로 보아 쉬운 일이 아니다. 따라서 교육 훈련과 사회규범 및 국가제도를 마련하고 운용함에 있어 인간이 가진 두 개의 마음, 곧 이중적 성격을 전제로 하여 악하고 저질적인 측면이 나타나지 않도록 억제하는 한편, 그러한 마음과 행동이 가져오는 불이익과 손실이 보다 크다는 사실을 현실적으로 체험케 하도록 해야 할 것이다. 우리 모두 선한 것이 우세하는 사회질서를 확립하는 데 힘써야 하겠다.

   
 

 

김안제


□ 약   력
한국자치발전연구원 원장
서울대학교 명예교수
민주평통자문회의 상임위원
본지 편집기획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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