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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상]우리를 감격케 하는 것들

   
▲ 김안제
한국자치발전연구원
원장서울대학교 명예교수
민주평통자문회의 상임위원
본지 편집기획위원장

우리를 감격케 하는 것들

오늘의 세태가 삭막하고 무질서하며 부도덕하다고 한탄하지만 많은 사람은 인정스럽고 예의가 바르며 도덕적이다.

우리를 낙담시키고 슬프게 하며 실망시키는 일들이 적잖이 일어나고 있지만 우리를 기쁘게 하고 흐뭇하게 만들며 감격을 주는 일들도 자주 대하게 된다. 청소년들의 탈선과 방황이 크게 문제시되고 있는 오늘의 상황에서 복장이 단정하고 언동이 예스러운 학생이나 청소년을 만나면 더 없이 대견스럽고 흐뭇하다.

더욱이 부모님에 대한 효심이 깊고 어른을 공경하며 학업에 전념하는 모범이 되는 학생을 대하거나 그런 학생의 이야기를 들으면 우리는 감격하게 된다.

남들이 모두 피서나 휴양을 취하는 무더운 여름철에 구슬땀을 흘리며 일에 열중하고 있는 농민이나 노동자, 그리고 눈보라가 휘몰아치는 엄동설한에 국토방위의 성스러운 임무를 띠고 전선을 지키는 국군용사들은 우리들을 감격케 만든다.

경제적 능력이 없거나 불구의 신체를 가진 남편을 정성을 다해 모시면서 알뜰하게 가계를 꾸려나가는 가정주부를 볼 때, 그리고 부족하고 미흡한 아내를 끔찍이 위하면서 외도 한번 없이 가정에 충실한 남편을 볼 때 우리는 감격하게 된다. 또한 늙고 병든 시부모를 극진히 봉양하고 형제자매 간의 우의를 돈독케 해 주며 이웃간의 화목한 분위기를 만들어가는 어떤 집 며느리는 우리의 마음을 감격케 만든다.

  달려오는 열차나 자동차로부터 위험한 아이를 구하고 자기 스스로는 목숨을 잃어버린 이야기를 들을 때, 물에 빠진 사람을 밖으로 밀어 구해내고 자기는 탈진하여 희생을 당한 소식을 접할 때, 그리고 자기의 재산이나 목숨을 바쳐 곤경에 처한 친구를 구원해 냈다는 이야기를 들을 때 우리는 가슴 뭉클한 감격을 느낀다.

  자기를 과시하려는 인간의 본성(本性)을 억제하고, 자기의 공로를 널리 알리는 오늘의 풍조와는 달리 스스로를 감추고 자기의 공을 내세우지 않는 진실로 겸허한 사람을 만나면 우리는 정말 감격스러워진다. 더욱이 남들이 하기 싫어하는 일을 앞장서 맡아 하고 모든 공로를 남의 것으로 돌려주는 사람은 우리를 더욱 감격케 한다.

  자기의 이익만을 챙기고 남에게 피해를 주면서까지 개인의 사익(私益)만을 추구하는 오늘날의 세태 속에서 남을 위해 봉사하며, 살고 있는 고장이나 근무하는 직장을 보다 더 살기 좋고 건전한 곳으로 만들기 위해 귀중한 시간과 노력을 바쳐 봉사하고 헌신하는 참된 지도자나 봉사자를 만나면 우리는 감격하게 된다.

  남에게 자리를 양보하는 사람, 나보다 어려운 사람에게 먼저 기회를 마련해주는 사람, 자기에게 주어진 승진이나 영전의 자리를 선배나 동료에게 넘겨주는 사람, 스스로의 능력과 분수에 넘치는 상훈(賞勳)이나 보직(補職)을 끝까지 사양하고 받지 않는 사람, 이러한 모든 사람은 우리를 감격케 만든다.

불의(不義)에 대항하고 부정(不正)에 맞서서 초지를 굽히지 않으면서 의롭지 못함을 바로잡고 바르지 못함을 옳게 고쳐나가기 위해 끝없는 노력과 투쟁을 경주하고 있는 진실로 정의롭고 용기있는 사람을 마주할 때 우리는 깊은 감격을 가지고 머리숙여 경의를 표한다.

 일제에 항거하여 싸웠던 독립운동가의 후예, 6·25동란에 산화된 전몰군경의 후손, 그리고 국난위기의 극복과 국가발전의 촉진에 공로가 컸던 애국지사와 국가수훈자의 자녀들, 이들 가운데는 생계가 어렵고 활동이 부진한 경우가 많다. 이러한 역경 속에서도 결코 비굴하거나 좌절하지 않고 선대의 이름을 욕되지 않도록 하기 위해 꿋꿋하고 깨끗하게 살고 있는 모습을 보면서 우리는 고맙고 감격스러운 마음을 갖는다.

국가경축일에는 집집마다 태극기를 내걸게 되어 있으며, 이는 그날을 경축함과 아울러 잊혀져가는 역사의 교훈을 다시 되살리고자 함에 그 목적이 있는 것이다. 하늘처럼 높이 쌓은 담장에도, 사회지도급 인사가 살고 있다는 유명인사 집대문에도, 입만 열면 애국하고 애족한다는 기염을 토해내는 불세출의 애국자(?) 집에도 국기는 게양되지 않았는데 좁은 골목의 허술한 집이나 작은 구멍가게에 꽂혀진 태극기를 볼 때 가슴 뭉클한 감격을 느낀다.

한평생 국가와 사회와 가정을 위해 좋은 일을 많이 하고 모든 사람들의 슬픔과 아쉬움을 받으면서 천수(天壽)를 다하고 조용히 그 삶을 마무리한 사람의 빈소에서 분향재배할 때 우리의 마음은 경건하고 감격스러워진다.

이런 감격스러운 일들과 우리를 감격케 하는 사람들은 우리 사회를 건강하게 하는 신선한 샘물이고, 우리를 파멸로부터 지켜주는 건전한 파수병이다. 우리의 감격스러움이 더 많아지고 더 확대되어 평범한 것으로 보편화될 때, 우리의 사회는 정의와 복지가 충만한 참된 이상향(理想鄕)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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