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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상 隨想] 주사위는 던져졌다!

 

   
▲ 김안제
    한국자치발전연구원 원장
    서울대학교 명예교수
    민주평통자문회의 상임위원

로마 역사에서 가장 유명한 장군이자 정치가는 아마 가이우스 줄리우스 카이사르(Gaius Julius Caesar, 102~44 B.C.)일 것이다. 카이사르, 곧 시이저는 기원전 58년부터 갈리아 전쟁에 참여하여 승리로 이끌고『갈리아전기(Galia戰記)』라는 전쟁기록사를 기원전 51년에 발간하여 문필가로서의 명망도 더 높였던 것이다. 로마로 돌아오라는 원로원의 소환명령을 받은 카이사르는 이에 불복하고 이탈리아 북쪽의 동서로 흐르는 루비콘(Rubi­con) 강을 건넜다. 다소 불안해하며 도강하는 4,500여 명의 군인들에게“앞으로 나아가면 영광이 기다리지만 뒤로 물러서면 죽음이 기다릴 뿐이다. 주사위는 던져졌다(Alea iacta est).”라는 말로써 용기를 주어 로마를 점령하였고 독재관이 되었다.

  카이사르는 기원전 47년에 폰토스(Phontos) 왕국을 점령하고 나서 원로원에 보낸 보고가‘왔노라(veni), 보았노라(vidi), 이겼노라(vici)’라는 세 마디로 되어 있었다는 유명한 이야기도 남겼다. 로마라는 나라의 국력을 신장시키고 이집트의 클레오파트라 여왕과의 사랑을 쌓았으며 숱한 전설과 일화를 남기고 기원전 44년, 그의 나이 58세 때, 독재정치에 반대하는 브루투스 등의 공화정치파들에 의해 피살되고 말았다. 참으로 아깝고 애석한 일이었다.

  카이사르가 53세이던 기원전 49년 1월 12일에 적은 군사를 이끌고 루비콘 강을 건너 로마로 진격할 때, 그가 한 말인 “주사위는 던져졌다!”는 오늘날까지 명구로 전해지고 있다. 주사위는 한자로 .子(두자, 투자)라 하고 음을 따서 朱士會(주사회)로도 쓴다. 옥돌이나 짐승의 뼈 같은 단단한 물건으로 만든 장난감의 하나인 주사위는 조그마한 정육면체로 되어 있으며 하나부터 여섯 개까지의 점이 각각의 면에 새겨져 있다. 이를 던져서 위쪽으로 나타난 점수로 다투거나 일정한 구간의 코스를 돌아서 승부를 결정하는 놀이에 쓰이고 있다.

‘주사위가 던져졌다’는 말은 운명이 결정됐다는 것을 의미한다. 주사위를 던져서 나온 점수에 따라 모든 것이 결정되므로 한 번 던져진 주사위는 도로 되물릴 수 없는 결행인 것이다.‘돌아오지 않는 다리(No Return Bridge)’를 건넌 경우이고‘돌아올 수 없는 다리(Unreturnable Bridge)’를 건너간 것이다.‘건곤일척(乾坤一擲)’이란 사자성어가 있다. 운명과 흥망을 걸고 단판걸이로 승부나 성패를 겨룬다는 말이다. 과장이 심한 중국 사람답게 주사위가 아닌 하늘과 땅을 던져 한판에 운명을 결판낸다는 뜻이다. 배수진을 치고 죽을 각오로 최후의 일전을 치를 경우, 뒤에 어떠한 미련도 두지 않기 위해 밥을 짓는 솥을 모두 깨뜨리고, 타고 온 배도 모두 물속에 침몰시키는 전략을 쓸 수도 있다. 이를‘파부침선(破釜沈船)’이라고 하는데, 승리가 아니면 모두가 죽겠다는 결의를 나타내는 조처이다.

  장난이나 놀이가 아닌 실제의 생활에서는 주사위를 함부로 던져서는 안 된다. 특히 한 사람의 운명이 걸려있거나 한 나라의 존폐가 결정되는 사안에 있어서는 주사위를 던지기 전에 충분한 검토와 면밀한 분석, 그리고 냉철한 판단이 앞서야 할 것이다. 개인이나 조직, 단체나 국가를 막론하고 잘못 판단된 결정에 의해 던져진 주사위로 인해 큰 손실을 보거나 심지어는 폐망에까지 이른 역사를 우리는 많이 보아왔다. 오늘날에 있어서도 국제관계와 국가통치 및 인간사회에 있어서도 성패와 흥망을 판가름하는 주사위의 던짐이 끊임없이 행해지고 있다.

  사람은 자기가 할 수 있는 한 모든 생각과 모든 행동을 충실히 행한 다음에 그 결과를 겸허히 기다리고 미련 없이 받아들여야 한다.‘진인사 대천명(盡人事待天命)’의 자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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