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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상 隨想] 통합과 분열

   
▲ 김안제
한국자치발전연구원 원장
서울대학교 명예교수
민주평통자문회의 상임위원

 일반적으로 통합이 분열보다 낫고, 통일이 분단보다는 좋은 것으로 인식되고 있다. 쪼개지고 갈라지는 것보다는 뭉쳐지고 합쳐지는 것이 더 바람직하다는 생각이 보편적이라는 말이다. 그러나 자연의 진화나 인류의 변천을 보면 통합보다는 분열의 역사였고, 통일보다는 분단의 과정이었다고 할 수 있다. 한 덩어리의 가스가 빅뱅이라는 대폭발을 일으켜 수많은 은하계를 이루고, 거기서 다시 많은 태양계를 형성했으며, 그 속에 모두 1경(京)에 가까운 별들이 생겨났던 것이다. 그리고 45억년 전에 출현한 우리 지구에 생물이 서식하면서 그 종(種)은 점점 다양화되어 왔고, 인간사회의 인종과 직종도 점차 이질화되고 세분화되어 왔던 것이다. 그런데 인간이란 동물은 분열을 선호하고 조장하는 본성을 갖는 한편으로 이를 다시 통합하고자 하는 욕구와 노력도 함께 갖고 있다.

  분열 또는 분리라는 말은 하나가 찢어져 갈라지는 것을 일컬으며, 인간사회에서는 어떤 단체나 집단이 여러 파로 갈라지는 현상을 의미하고 있다. 그리고 통합 또는 통일이라고 함은‘여러 개를 몰아서 하나로 만드는 것, 또는 서로 연관되어 떨어질 수 없게 하는 것’을 일컫는다. 철학에서는 통일을‘다양한 부분을 제시하면서, 하나로서도 파악되는 관계’라고 정의하고 있다. 한편 물리학에는 통일장이론(統一場理論)이라는 것이 있는데, 이는 중력장(重力場)과 전자장(電磁場) 및 핵력장(核力場) 등을 물리적 공간의 어떤 성질에 귀착시킨 일반적인 장을 통일적으로 논하려는 이론을 말한다.

  현재 우리나라에 있어 세 개의 중차대한 통합과제는 첫째가 남북통일이고, 둘째가 지역화합이며, 셋째가 사회통합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먼저 남북통일은 70년간 누적된 남북한 공동의 민족적 숙원사업이다. 이는 한반도에 국한된 과제가 아니라 동북아시아와 나아가 세계 열강국의 평화와 이해관계에 직결된 세계적 숙제로 남아 있다. 어느 한 쪽의 힘의 우위에 의한 흡수통일이든, 아니면 평화적 방법에 의한 협상통일이든 간에 조속히 해결되어야 할 세기적 과제이다. 우리 대한민국으로서는 우위의 국력을 가지고 우리가 주도하는 통일이 이루어지는 방향으로 유도해 가야 할 것이며, 가능한 빠른 기간 안에 적은 비용으로 최소한의 희생과 고통을 치르면서 성취되는 통일이 되도록 해야 할 것이다.

  두 번째 과제인 지역화합 역시 매우 고질적 병폐의 치유라고 할 수 있다. 지역화합의 주된 대상은 동서분열과 도농격차(都農隔差) 및 수도권 대 비수도권의 대립이기 때문에 여기에 초점을 두어 문제 해결의 단서를 잡아야 함이 옳을 것이다. 도농격차와 수도권 과밀 문제는 세종시 출범과 혁신도시의 건설 및 지방자치제의 건전화 등을 통해 해결함이 바람직할 것이지만, 동서화합의 길은 역사성과 정치성, 국민성과 사회성 등이 연결되어 있어 손쉽게 이루어지기 어려운 과제라고 볼 수 있다. 보다 차원 높은 정책과 효과적인 전략을 모색하여 꾸준한 추진을 통해 점진적으로 달성해 가야만 할 것이다.

  끝으로 또 하나 과제인 사회통합은 서로 상반되거나 이질적인 집단들을 같은 방향으로 뭉치게 하는 것이다. 연령세대간, 사회계층간, 경제빈부간, 전문직업간, 학력수준간, 신앙종교간 등의 갈등과 대립을 해소하는 길이다. 이를 위해서는 상호간의 이해와 수용, 신뢰와 존경, 기회의 평등과 공정, 그리고 공동선과 미덕을 중시하는 사회정의 등의 기풍이 정착되도록 해야 한다.

  개개의 것이나 조직을 하나로 통일하는 원리를 통일원리라고 한다. 우리의 과제인 남북통일과 지역화합 및 사회통합을 이러한 통일원리를 올바로 구사하여 조속히 해결해 나가도록 우리 국민 모두 힘써 노력해야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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