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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물&탐방

죽암그룹 김종욱 회장

민족의 저력과 가화만사성(家和萬事成)으로 일군 죽암그룹

   
 

‘니 돈 벌어서 뭐 할끼고’선친께서 사업에 열심인 죽암그룹의 장남 김종욱 회장에게 던진 말씀이다. 선친은 경상도 산청에서 태어나 전라도 고흥의 200만평 간척지를 개간한 우석 김세기 선생이다. 죽암간척지는 현대 정주영 회장 서산간척지의 롤모델이었다. 김 회장은 1964년 중학교 때부터, 삽 한자루 들고 이상을 실현하는 아버지 최측근에서 죽암의 역사를 같이 써왔다. 모두가 배고팠던 시절 농촌개혁운동을 하던 선친은 일본도 못하고, 내노라 하는 유지도 실패하여 물러난 간척지를 한 개인이 주도하여 비옥한 농토로 만들었다. 태풍도 선친의 의지를 꺾을 수는 없었다. 더 중요한 것은 정치인들이 편갈라 놓은 영호남의 장벽을 넘어 같이 화합하며 간척지를 개간한 것이다. 그 DNA가 그대로 대물림 되어 죽암그룹은 번성하고 있다.

고흥 특집편을 기획하며 관계기관에 제일 추천할 만한 기업이 어떤 곳인지 물었다. 많은 분들이 죽암그룹을 추천했다. 이유는 지역사회 경제 활성화는 물론 선친을 기리는 장학회를 만들어 사회공헌도 많이 하고 있다는 것이다. 타지 사람이 고흥에 와서 자리 잡기가 쉽지 않은데, 심지어 지역민들은 김 회장의 선친을 기리는 공덕비도 세워주었다. 경상도 분이 전라도 땅에 와서 이리 대접을 받는 이유는 무엇인지 죽암농장에서 김종욱 회장을 만났다.

죽암그룹
취재진이 방문한 날, 김 회장은 죽암농장 송하국 사장과 같이 편한 작업복 차림으로 농장을 둘러보고 있었다. 멀리 보이는 초록의 벼바다와 축사, 도정공장이 있는 농장이 바로 간척지다. 죽암그룹에는 죽암건설, 죽암기계, 죽암 F&C, 그리고 죽암농장이 있다. 선친의 유지를 받들어 형제들이 의좋게 각각의 분야를 맡아 유기적으로 협력하며 사업을 하고 있는 모범적인 기업이다.

- 다양한 사업을 활발하게 하고 계십니다. 어떻게 각 사업을 시작하게 되었는지요
“죽암 회사명은 죽암간척지에서 따온 것입니다. 선친의 발자국이 고스란히 남아 있는 곳이 여기 농장입니다. 아버님은 어려서부터 가난한 선비집안 생계를 위해 물불 안 가리고 일하셨어요. 15세에 솔포기름계를 조직해 야학을 하시고 약관 18세에 사흘 밤낮을 굶으며 사할린에 일하러 가셔서 가세를 일으키셨습니다. 모두가 배고파 초근목피로 연명하던 시절 어떻게 하면 잘 살 수 있을지 우리 집안뿐 아니라 마을공동체에 대한 관심도 많았습니다. 죽암간척지는 선친께서 마지막으로 그간의 모든 열정을 쏟아 부어 개간한 곳입니다. 개간 초기 무슨 기계가 있었겠습니까. 손수레에 돌을 실어 사람 손으로 둑을 쌓았습니다. 개인 자금력만으로는 도저히 불가능한 공사이기에 빚 독촉도 많이 받고, 공사를 중단하기도 하고, 태풍·장마에 모든 것이 도로 물바다가 되어버리는 쓰라린 아픔 등 말 못할 크고 작은 일들이 얼마나 많았겠습니까. 산고 끝에 지금의 초록 벼바다를 볼 수 있는 것입니다. 제방을 만들고 땅을 개간하며 부족한 농업물자 활성화를 위해 죽암기계를 창설했습니다. 간척산업 당시 토지를 매립했던 경험을 토대로 종합건설업을 시작했습니다. 또한 우리 농산물로 바른 먹거리를 만들고자 식품회사인 죽암 F&C를 설립한 것입니다. 영농산업을 발판삼아 기계, 식품, 건설 분야에 이르기까지, 각기 다른 모습으로 운영되고 있지만, 각 사업 간의 연계로 시너지 효과를 창출합니다. 지역 산업발전에 미력하나마 이바지 하고 있으나 많이 부족합니다.”

2014년 최초 노지 햇벼 수확
7월 23일 고흥군수와 고흥군 관계자들이 모여 죽암농장에서 올해 최초로 노지 햇벼를 베었다.

- 전국 최초로 노지 햇벼를 수확했는데요 감회가 남다르겠습니다. 우리나라에서도 벼 2기작이 가능할까요
“그렇습니다. 매일 자전거로 농장을 돌아보셨던 아버님께서 살아 계셨다면 얼마나 좋아하셨을까요. 그간 농사의 노하우가 쌓여 우렁이농법으로 친환경농사도 짓고 전국 최초로 쌀을 수확하는 쾌거도 이루었습니다. 벼 2기작 재배를 위해 1기작 때에는 저온저항성이 강한 극조생종 품종을 사용하여 2월 18일에 파종 했습니다. 온도의 편차를 줄이고자 하우스 내에 모 육묘시스템을 구축하여 40여 일간 육묘 후 노지 활착이 빠른 포트농법으로 3월 25일 노지 이앙을 실시하였고, 7월 23일 국내 최초로 노지에서 벼를 수확했습니다. 5월 하순에 이앙하는 일반적인 벼농사에 비해 수확량 차이가 적었고, 미질 또한 우수하여 조기재배의 가능성을 확인했으며, 2기작 재배는 7월 3일 국내품종인 조평벼를 파종하여 동일한 포트농법으로 7월 28일 이앙, 10월 말에 수확을 기대하고 있습니다. 또한 90년대 중반부터 친환경 농법에 관심을 가지고 농업과 축산을 병행하다보니 축산의 부산물을 효율적으로 활용해 자연(퇴비)순환농법을 정착시키게 되었습니다. 그 결과 2006년 무농약쌀, 2008년에 무항생제 축산, 2011년 유기농쌀 인증을 획득하는 등 친환경 농업의 정착 및 확대 보급에 기여한 공로를 인정받아 국가로부터 석탑산업훈장을 받았습니다.”

김종욱 회장
농장의 회장 책상 뒤 적벽가 병풍이 기자의 눈길을 끌었다.

“적벽가 읊을 수 있으신지요? 한 수 부탁드립니다.”
“아니요, 전혀”
“그럼 병풍 글씨는 누가 쓰신 것인지”
“아~ 작은 할아버지께서 써 주신 것인데 그냥 놓은 것입니다.”
풍류의 고장 고흥이라 혹시나 물어봤던 기자로서는 손사래를 치며 답하는 김 회장의 솔직담백한 모습이 적벽가 한 수를 듣는 것보다 신선했다.
김 회장은 아버님의 발바닥만큼도 못하다고 자신을 낮추지만 주변지인들은 선친 말씀대로 잘 실행하고 있다고 한다. 간척지 중 5만평은 주위의 어려운 이웃을 위해 쓰라는 말씀과 형제 간에 우애 있게 지내라는 것을 잊지 않고 농장 내에 선친의 기념관을 지어 대대로 부모의 음덕을 기리고자 한다. 도로를 놔주고 익제장학재단과 우석김세기기념사업회를 설립한 것은 본인 또한 주변사람들을 통해 많은 것을 얻었기에 함께 나누는 마음이라고 한다. 그는 부모님에 대해“아버님 참 존경합니다. 어머님은 고생 많이 하셨습니다. 3남 1녀 공부시키느라 한시도 쉬시는 것을 못 봤습니다. 한 푼이라도 더 벌어 저희 뒷바라지해 주시기 위해 농사일뿐만 아니라 신문지로 봉투 만드는 일도 하셨습니다.”김회장은 당시 서울 가려면 한나절이 넘게 걸리던 곳에서 고려대학교 지질학과를 나왔다. 이화여대를 나온 아내 유종희와 1남1녀를 두었다. 아들 김훈태 씨는 아버지와 고려대 동문이고, 딸 김혜겸 씨는 어머니와 이대 동문이다. 아들은 집안의 가업을 잇기 위해 죽암그룹에서 일하고 있다. 김 회장은 건설로 사업을 일구었지만 농업·축산에도 이제는 전문인이 되었다. 돈 있는 사람은 유기농 먹고, 없는 사람은 중국산 먹는 요즘, 편차는 있을지언정 누구나 안심하고 먹을 수 있는 먹거리 평등을 위해 건강한 식품을 생산하는데 주력하고 있다.


정부에 바라는 것이 있다면
“두 가지 입니다. 첫째는 죽암그룹에서 생산하는 제품의 주요 소비처는 경인지역인데 물류비용이 많이 듭니다. 제품단가는 어느 지역이나 비슷한데 물류비용이 많다보니 가격 경쟁면에서 떨어져 수도권에서 먼 지역은 경제적으로 계속 낙후되는 악순환이 거듭됩니다. 지역기업의 이런 애로사항을 잘 관찰하여 물류비 절감에 대한 방안을 내놓고 적극적인 지원이 이루어진다면 기업들의 지방분산 및 고용창출이 이루어지고, 나아가 지역경제활성화에 큰 힘이 될 것입니다. 둘째는 직접 대규모 농업과 축산을 해보니 친환경에 대한 규제가 일본과 비교해도 우리나라가 심합니다. 정부에서 잘 검토·연구하여 현 실정에 맞는 건강한 먹거리를 대량 생산할 수 있도록 해주시기 바랍니다.”


취재 후기
취재 간 날 죽암 F&C에서는 4억원을 들여 최신 국수기계를 들여놓고 전 직원과 협력업체가 고사를 지냈다. 농장에서 죽암 F&C로 이동하던 취재진은 끝없이 펼쳐지는 농지를 보며 2백만평을 가늠하기 위해 잠실야구장과 비교해보니 약 500개의 구장 면적이다. 죽암 F&C에는 젊은 직원이 많고, 농장에는 선친 때부터 같이 한 팔순이 넘은 아주머니도 매일 나와 일하는 건강한 삶을 누리고 있는 것은 물론 농장과 관계를 맺었던 사람들은 대를 이어 가족적인 분위기에서 일한다. 경상도 사람이 전라도에 와서 사업을 시작하는 초창기에는 어려움이 있었지만 고흥 분들이 유순하고 의리가 있어 간척지 개간이라는 큰 일을 할 수 있었다고 한다. 기자는 김종욱 회장을 만나러 갔지만 그의 선친인 우석 김세기 어르신이 더 가슴에 와 닿아 예정에 없던 어르신 기사를 더 썼다.‘씨도둑은 못 한다’는 말이 있다. 그 아버지에 그 아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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