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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물&탐방

한국로스트왁스 장세풍 사장, 그는 현대판 독립투사다

   
▲ 로스트왁스 공법으로 만드는 노즐을 직접 검토하고 있는 장세풍 사장, 그의 투박한 손이 현장의 CEO임을 보여준다

명장은 난세에 난다고 했다. 예전에는 창과 칼로 싸웠다면 지금은 자원과 기술이다. 인류 역사상 전쟁은 세계 곳곳에서 이어져 오며 양상만 다를 뿐이다. 기술전쟁에서 살아남기 위해 80평생을 지금까지 현역에서 고군분투하는 한국로스트왁스 장세풍 사장 그는 이 시대의 선각자요 장인이다. 온돌의 원리를 접목한 초강력 소재인 단결정 블레이드는 세계 유수 항공사에 납품을 준비하고 있으며, 자주국방 실현을 위한 전투기 주요 부품 국산화에 앞장서고 있다. 끊임없는 연구투자와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는 도전으로 현장을 진두지휘한 결과다.

“백날 비행기 판다고 돌아다녀봐야 한 대도 못 팔 것입니다.” 장세풍 사장은 꼭 해야 할 필요를 느낄 때면 경험에서 우러난 쓴 소리를 한다. 한국항공우주산업주식회사(KAI) 정해주 사장이 우리나라 비행기를 해외에 수출한다며 열심히 다니던 몇 년 전, 그의 면전에서 한 말이다.“생각해 봐요. 대한민국 비행기 팔며 주요 부품은 다른 나라에서 A/S 받으라면 누가 사겠습니까?”장 사장은 수익이 날 때마다 최고의 제품을 만들기 위한 투자를 아끼지 않았다. 일반산업 부품부터 초정밀 고부가가치 부품을 생산하고 있다. 1500℃까지 견디는 부품 개발 성공에 이어 그의 목표는 1700℃ 이상이다. 항공기나 선박 등 속도를 더 내기 위한 고속압축에 견딜 수 있는 블레이드의 소재와 구조에 대해 끊임없이 탐구하고 있다. 1년에 50℃이상 견디게 하는 기술개발이 어렵지만 일본 미쯔비시가 갖고 있는 1700℃를 견디는 부품을 넘어 세계 최고가 되는 것이 그의 목표다. 기자가 찾아간 날도 장 사장은 작업복을 입고 현장을 돌아보고 있었다. 100번 듣고 보는 것보다 현장에서 한번이라도 직접 해보는 것이 제일이라는 장 사장, 정밀주조산업에 발을 디딘지 36년 우리나라에서 시작은 4번째였지만 지금은 3개의 회사는 없어지고 국내는 물론 기술력으로 세계에서 많은 인증을 획득했다. 주중이면 집에도 안가고 연구소에서 밤을 지새운 수십 년의 노력이 이제 결실을 맺어 한국로스트왁스가 대한민국 정밀주조산업의 전통과 수준에서 최고다. 장세풍 사장을 사회어른으로 모신 이유다.

   
▲ 더 우수한 항공기 부품 개발을 위해 다양한 모형을 만들고 그것을 토대로 의견 교환을 하는 연구회의

장세풍 사장
  고향인 담양 학생에게는 장학금을 지원해주고 어르신들이 계시는 경로당에는 따뜻하게 겨울을 지내라고 유류비를 지원해 준다. 고향사랑이 지극하다. 동국대학교 경제학과를 졸업하고 삼환산업을 거쳐 병마개를 만드는 삼화왕관에서 건설 업무를 총괄할 때의 일이다. 공장입지 선정 시 경사로에 공장을 짓자는 부사장에 맞서 건설비가 많이 드니 안 된다는 반대 의견을 냈다. 상사와 의견이 달라도 확신이 설 때면 끝까지 주장을 굽히지 않았다. 부사장과는 일에 있어서만은 사사건건 부딪히는 일이 많았지만 바른 소리를 서슴지 않았다. 그만큼 그는 일에 대해 철저히 준비하고 공부했으며 주인의식으로 일했다. 회사를 그만두고 1992년 장 사장이 설립한 한국로스트왁스가 국방부의 항공기 엔진부품 정밀주조분야 업체로 선정되어 일간지에 크게 기사화 되었을 때 그 부사장은‘장 사장은 충분히 그런 일을 맡아 잘 처리할 수 있는 사람’이라며 축하전화를 해주었다. 일에 대한 장 사장의 열정을 알 수 있는 일화다. 또 다른 면모를 보면 영등포에 삼화왕관의 공장을 건설할 때 명륜동 자택을 지었다. 주변에서는 회사 건물 지으며 자기 집은 거저 짓는다고 쑤군거렸다. 아무 대꾸도 안하고 삼화왕관의 공장건설을 맡은 동산토건이 건설비를 요청했을 때, 계약과 달리 과도한 금액을 요구하기에 줄 수 없다고 버텼다. 공장을 짓는 데 들어간 자재며 공정을 철저하게 기록하고 알고 있던 터라 그들의 계산이 잘못되었음을 지적했다. 회사 돈이지만 내 돈 같이 철저히 한 푼이라도 아꼈다. 자기들 잣대로 쑤군거리던 사람들이 조용해진 것은 당연지사다. 그 명륜동 자택에는 우리나라 불교사에 보기 드문 청정 율사인 묵담 대종사가 서울에 올 때면 유숙했다. 묵담 대종사는 불교 조계종 제5·6·7세의 종정을 연임하였으며 태고종 초대 종정을 지낸 고승이다. 어려서부터 함께한 묵담 대종사는 불심이 깊은 장 사장에게 승려가 되기를 권했을 정도였다. 이후 고요현 여사와의 사이에 장영일, 장희연, 장원준 1남 2녀를 두었으며 아들 장원준이 아버지의 가업을 이어 같이 근무하고 있다. 한국로스트왁스는 한국항공우주산업진흥협회의 (주)대한항공, 삼성테크윈(주), LIG넥스원(주)과 함께 부회장사다.
 

   
▲ 모든 회의를 기록으로 남기며 실패와 성공 요인을 분석한다.
 

한국로스트왁스(주)
1979년 일본 니가다현에 있는 일본 6위의 정밀주조 회사가 한국합작회사를 찾고 있으니 한번 해보라는 손윗동서 제안에 정밀주조산업에 뛰어들었다. 예전부터 역사에 관심이 많았던 장 사장은 주조라는 말에 잘 나가던 인생의 행로를 바꿨다. 로스트왁스란 말의 함축 의미는, 원하는 제품을 왁스(밀랍)로 사출하여 주형을 코팅한 다음 주형 속에 있는 왁스를 녹여내고 뜨거운 쇳물을 붓는 매우 정교하고 섬세한 주조 작업을 말한다. 1992년, 일본에서 만든 부품이 한국로스트왁스에서 만든 부품보다 불량률이 높고 더 배울 기술이 없게 되자 결별하고 독자적으로 새로운 전환기를 맞는다. 각종 생산설비와 정밀 시험평가 및 검사설비 등 첨단 연구개발 생산체제를 확립하고 항공기, 선박, 자동차, 발전설비, 산업용 핵심부품을 개발해 국내는 물론 해외에 수출하고 있다. 품질인증AS 9100, ISO 9001, ISO 14001, NADCAP NDT·열처리, SQ 등 8개국 10개사 30여개 인증 및 승인을 획득했다. 본사인 안산공장과 항공기·발전설비 부품 제조 연구소인 시화공장이 있으며 200여 명의 직원이 년 300억 원 매출을 올리고 있다.

   
▲ 전시회 때면 대통령이 꼭 들르는 로스트왁스 부스-노무현 대통령
   
▲ 전시회 때면 대통령이 꼭 들르는 로스트왁스 부스-프랑스 시라크 대통령
   
▲ 전시회 때면 대통령이 꼭 들르는 로스트왁스 부스-이명박 대통령

해박한 지식과 최고를 향한 열정
  장 사장이 들려주는 전 세계 비행기 역사부터 금속활자, 그리고 백제문화가 일본에 끼친 영향과 현재 방위사업 전반에 관한 현장의 소리는 무엇 하나 거침이 없다. 연구소 안의 회의실에 전시한 수많은 특허와 상장과 상패, 기념사진을 보며 장 사장의 세월을 한 눈에 볼 수 있었다. 그 중 특히 눈에 띄는 사진이 있어 물었다. “프랑스 대통령 아닌가요?”“맞습니다. 6년간 파리에서 열리는 해외항공기에어쇼에 매년 참가했을 때죠. 정부의 지원도 없이 독자적으로 우리 회사에서 만든 부품을 야외에 천막 쳐놓고 전시할 때인데 시라크 대통령이 나를 만나고 싶어 한다며 프랑스 관리가 전시도 박람회 건물 안 중앙으로 와서 하라고 했죠. 프랑스 대통령이 나를 만나러 온다기에 KAI 사장과 전무도 급히 모셨습니다. 기술자로서 프랑스에서 인정을 받아 참 흐뭇했던 일입니다.” 

   
▲ 시화공장 연구소 회의실에 있는 특허와 상장 그리고 부품들

1992년 항공기 엔진부품 정밀주조분야 업체로 선정되어 도약하다.
  1992년 F-16전투기를 들여올 때의 일이다. 전투기를 만드는 프렛앤휘트니사는 부품을 한국에서 만들 회사를 찾았다. 10개의 회사를 검토한 프렛앤휘트니사는 3명의 전문위원을 한국으로 보내 한국로스트왁스, 대우정밀, 천지산업을 실사했다. 그 결과 천지산업은 안 되고 대우정밀은 박사급 연구인력과 군출신 멤버로 맨파워가 좋고, 로스트왁스는 기술은 좋으나 맨파워가 약하다고 했다. 국방부에서는 업체선정을 위해 6명의 전문위원이 다시 조사한 후 최종 심사에 한국로스트왁스와 대우정밀을 올렸다. 오직 2명만이 심사장에 들어가는 발표를 하기 전날, 장세풍 사장은 본인이 직접 브리핑을 하기로 결정했다. 이미 중소기업에서는 투자하기 어려운, 독일에서 수억 원을 주고 수입한 진공주조용해로 설비까지 갖추고 부품을 생산하며 많은 어려움을 극복했던 터라 기술에는 자신 있었지만 대우정밀이라는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싸움이었던 것이다. 규모면에서 비교가 되지 않는 두 기업이었지만 만인의 예측을 뒤엎고 한국로스트왁스가 5천만 달러(500억원) 지원을 받는 차세대 전투기 사업의 회사로 선정되었으니 인력보강을 하고 준비에 들어가라는 연락을 받았다. 이를 계기로 프렛앤휘트니사의 컨설팅을 받아 회사관리시스템을 바꾸고 전 공정을 기록하는 철저한 픔질관리시스템이 갖추어진 것이다. 이 시스템은 지금까지 잘 지켜져 오며 불량률을 현저하게 낮추고 있다. 장 사장은 이때가 생에 있어 가장 기뻤던 일이라고 한다.  

나라 사랑
  전투기 부품을 만드는 사업에 참여하며 장 사장은 항공기부품에 관심을 기울이게 된다. 1995년 공군군수사에서 국산화를 필요로 하는 부품전시회를 했는데, 그중 F-5 전투기에 들어가는 몇 개의 부품은 만들 수 있다고 공군에 제안했다. 전투기 F-5의 부품을 미국에서 공급을 하다 중단하자 비행을 할 수 없게 된 공군에서는 반신반의하며 이듬해 96년 만들어보라고 했다. 몇 달간 밤샘작업 끝에 개발에 성공하고 대한항공 김해공장에서 10만 RPM으로 회전을 시켜 제품에 문제가 없음을 확인했지만 국산부품으로 대체했다는 것을 안 전투조종사들의 반발이 거셌다. 이름도 들어보지 못한 한국의 작은 중소기업에서 만든 부품으로 교체한 비행기를 목숨 걸고 탈 수 없다는 것이었다. 공군지휘부의 설득 끝에 비행테스트를 성공적으로 마친 96년부터 지금까지 단 한 번의 사고도 발생하지 않았다. 현재 F-5 전투기는 100% 이 부품으로 교체되어 영공을 수호하고 있다. 이 일로 2001년 1월 방위산업체로 지정되었으며 2002년에는 F-5 항공기용 냉각터빈휠 국산화개발공로로 표창을 받았다. 방위산업계에서 한국로스트왁스는 항공기 정밀부품 제작 분야에선 최고로 손꼽힌다. 주 5일은 아예 집에도 안가고 연구에 매달리며 노력한 결과다. 해외에서 기술전수를 안 해주는 주요부품 국산화를 이루어 기술전쟁에서 승리한 것이다. 또한 장 사장은 무궁화를 열심히 심고 가꾼다. 대한민국 국화인 무궁화에 대해 많은 국민이 관심가지고 애국정신을 조금이라도 되살려보고자 한다. 일제치하의 유년시절, 무궁화를 보면 눈병이 생기니 눈을 감고 지나가던지 침을 뱉고 지나가라는 대한민국 정신을 말살하려는 일본의 횡포가 아직까지 뇌리에 남아 있다는 장 사장의 애국정신과 무궁화 사랑은 더욱 짙다.

   
 

취재 후기
  기자는 로스트왁스 연구소를 2번 방문했다. 잘 나가던 회사원에서 주조라는 황무지 사업에 뛰어들어 세계 유수 항공사에서 인정하는 소재와 부품을 개발하기까지, 한정된 지면에 장세풍 사장의 노고를 어떻게 담아내 기술자들이 우대받는 사회분위기 조성에 기여할 수 있을 지 많은 고민을 했다. 단 한 번의 노사분규도 없이 연구원이 직접 제품도 만들고 사장, 연구소장, 연구원이 머리를 맞대고 부품의 결점을 보완하기 위해 수차례 연구회의 하는 것을 보며 이런 것이 진정한 세대 간의 소통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사장이기에 앞서 선임 연구자로서 경험을 공유하고 젊은 연구원들의 아이디어를 들으며 최첨단 주요 부품 생산의 길을 같이 가고 있는 것이다. 이런 노력들이 2013년에는 중소기업청의 뿌리산업 전문기술 인증을 획득했으며 2014년에는 지식경제부와 한국산업기술진흥협회가 주관하는 신기술인증 NET마크(New Excellent Technology : 최초로 이루어진 연구개발의 신기술에 부여하는 마크)를 획득했다. 일본 미쯔비시를 방문해 부품을 사려던 한국의 바이어는 그것이 한국의 알려지지 않은 중소기업에서 만든 것이라고 하면 깜짝 놀란다고 한다. 장세풍 사장은 동탑산업훈장, 장영실상 등 수많은 상과 전두환, 노태우, 김대중 세분의 대통령이 수여하는 상을 받았다. 프랑스에서는 일치감치 그의 기술을 알아주었다. 부품·소재산업분야에서 괄목할만한 업적을 이루었다지만 아직 넘어야 할 산이 많아 그는 여전히 연구와 생산 현장에 있다. 80년의 연륜과 연구에 몸 바친 그의 노력을 방위산업계의 지인들은 인정한다. 박근혜 정부의 창조경제를 이미 40년 전부터 몸소 해 오신 분이다. 장세풍 사장 그는 대한민국의 진정한 애국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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