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 대한뉴스] 글·사진 박현 기자 | 사진제공 화인코리아
가공식품이나 세제, 약품 등에 필수적으로 첨가되는 다양한 향료를 생산하고 있는 화인코리아의 박성희 대표. 그녀는 20여 년간 정직함을 바탕으로 여성 특유의 섬세함과 포용력을 발휘하며 최고의 제품을 만들어 내기 위해 끊임없이 달려왔다.
눈에 보기에 탐스럽고 싱싱한 사과 한 조각을 베어 물었을 때 그 느낌을 상상해 보라. 천연의 신선한 향내가 오감을 자극하며 온몸에 얼마나 큰 상쾌함과 싱그러움을 가져다 주는지를. 이와 같은 향기는 각종 공해와 스트레스, 중압감에 찌든 심신을 정화하고 생활의 질을 향상시키는 데 도움이 된다.
화인코리아는 이러한 향의 특성에 착안해 식음료나 케이크 등 가공식품은 물론 비누, 샴푸, 화장품, 방향제 등에 가미되는 향료를 제조하는 기업이다. 각 제품에 향료를 첨가함으로써 잡냄새나 화공약품 냄새를 제거하고 천연 상태에 가까운 맛과 향기를 지니도록 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그럼으로써 향이 소비자가 제품을 선택하는 핵심 요인으로 작용할 뿐만 아니라 생활의 만족도를 높이는 데 기여한다는 인식을 넓히고 있다.
그 중심에는 바로 박성희(52) 대표가 있다. 박 대표는 여성으로서의 섬세함과 남성 못지않은 추진력으로 꾸준한 연구·개발을 통해 화인코리아가 창립 20여 년만에 최고 품질의 향료 및 친환경 세제를 제조하는 데 견인차 역할을 해왔다. 그 공로로 지난해 6월 중소기업연구원과 한국씨티은행이 공동주관한 ‘여성기업인상’ 중 기업가정신상을 수상했으며, 12월에는 숙명여대 총동문회가 주관한 ‘숙명CEO상’을 수상하는 영예를 달성했다. 박성희 대표에게 제품과 각종 경험, 사업 신조 및 기타 활동에 대해 들어봤다.
- 1992년에 화인코리아를 직접 설립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창업 전 스포츠용품을 다루는 미국인 오퍼상에서 근무했었습니다. 그러다가 회사가 문을 닫게 됐는데, 아마도 당시 주변 지인들이 제가 일하는 모습을 눈여겨봤나 봅니다. 능력이 아깝다고 사업을 권유했어요. 그래서 1992년 4월 방글라데시, 말레이시아 등지에 미싱부자재를 수출하는 화인코리아를 설립했습니다. 주로 일본, 대만, 홍콩 업체들과 경쟁을 했는데요. 초창기에는 사업이 비교적 순조롭게 진행됐지만 대만, 홍콩에서 물품 단가를 계속 낮추다보니 수출 물량이 줄어들면서 점차 어려움을 겪게 됐습니다. 결국 심사숙고 끝에 향료 제조 분야로 업종을 변경했습니다.
- 향료 제조 사업을 펼치게 된 계기는 무엇입니까?
사실 업종 변경 전부터 남편의 도움으로 향에 대해 어느 정도 인지하고는 있었습니다. 하지만 자존심이 많이 상했죠. 무엇보다 수출로 외화를 벌어들이는 활동을 지속하고 싶었는데 오히려 원료를 수입해야 하는 분야에 발을 들이게 됐으니까요. 고민 끝에 생각을 바꾸게 됐어요. 외국에서 들여온 양질의 향으로 하이퀄리티의 향료 제품을 생산해 적정한 가격으로 국내 업체들에게 공급해주는 것도 의미가 있다고 판단했습니다. 특히 국내 수출업체들이 물품을 생산하는 데 필요한 핵심 원자재를 차질없이 조달해주는 활동 자체가 수출 못지않은 성과를 달성하는 것이라고 인식했습니다.
- 화인코리아의 전반적인 사업 현황에 대해 소개해 주십시오.
화인코리아는 원료 향과 천연아로마오일 등을 수입·판매하고, 별도 법인으로 설립된 화인향료(주)는 향료를 제조하는 분야로 역할을 분담했습니다. 원료 향은 스페인, 프랑스, 영국, 홍콩 등에서 액상 형태로 수입되며 국내 50여 개 주요 기업에 향료 제품을 공급하고 있어요. 주력 제품은 역시 향료로서 전체 생산물량의 95% 이상을 차지하며 세제 등 일부 완제품도 생산하고 있죠. 현재 남편이 책임을 맡고 있는 경기도 광명 공장은 향료 제조를, 경기도 파주와 강원도 홍천 공장에서는 화장품과 비누를 제조하고 있습니다. 올해 매출액은 약 35억 원을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 지금도 뚜렷이 기억하고 있는 시행착오 경험에 대해 말씀해 주십시오.
과거 축협에서 저희가 납품한 향료를 첨가해 산양유로 요구르트를 제조한 적이 있었습니다. 그런데 당시 비린내 때문에 문제가 불거져 서로 대책을 논의하던 중 그쪽 임원이 권유하더군요. 아무래도 향료를 생산하는 업체가 직접 맡는 것이 좋지 않겠느냐고. 결국 산양유 소재 화장품과 세제 개발에 뛰어들었지만 역시 비린내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고 접고 말았습니다. 한 번 실패를 맛보고 나니까 오기가 생기더군요. 그 다음에 산양유로 술을 제조하려고 시제품까지 만들어 관계자들에게 전달했어요. 그런데 맛이 변두리 막걸리 수준이라는 반응과 함께 고단백 유제품은 술로 만들기에는 한계가 있다는 말까지 들었죠. 결국 실패로 끝났습니다.
- 그 상황에서 어떻게 새로운 돌파구를 마련했나요?
이후 부족함을 통감하고 해당 분야의 지식을 쌓기 위해 지난 2005년 숙명여대 향장대학원에 입학했습니다. 그러던 중 TV뉴스에서 모기, 파리 등 해충을 퇴치하기 위해 해변가 등지에 뿌린 살충제가 농토에까지 흘러들어 농민들이 큰 피해를 입고 있다는 소식을 접하고 결심했어요. 인체에 무해하면서도 살충 효과가 뛰어난 제품을 개발해야겠다고. 여러 방안을 강구하다가 국내에 서식하고 있는 산야초에 주목했습니다. 해충들이 기피하는 천연성분이 바로 산야초에 함유돼 있다는 사실을 확인했거든요. 결국 산야초 추출물에 대한 논문을 쓰고 이를 원료로 하여 정화조, 하수구 등에 뿌리면 모기 유충을 제거할 수 있는 친환경 살충제를 만들었습니다. 이 제품으로 한국여성발명협회에서 주관하는 전시회에 참여해 호평을 받았으며, 2009년 세계여성발명대회에서 금상과 은상을 수상하는 결실도 얻었습니다. 2012년에는 특허까지 냈습니다.
- 최근 새로운 제품을 개발해 시장을 확대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지난해 방부제, 색소, 계면활성제가 일체 함유되지 않은 친환경 샴푸를 개발해 이른바 ‘입소문 마케팅’으로 시장을 서서히 넓히고 있습니다. 기업 행사나 봉사활동 현장에 공급하고 있고 향후 온라인 쇼핑몰 진입도 검토하고 있어요. 무엇보다 ‘환경 우선’의 가치를 세제나 샴푸 등에 적용하고 있습니다. 그밖에 디자인 보완을 검토 중입니다만 마스크 팩 출시를 앞두고 있어 기대가 큽니다. 부직포에다 키토산 액을 첨가해 제조된 기존의 마스크 팩과는 달리 마스크 자체가 키토산 천으로 구성돼 차별성을 명백하게 나타내고 있기 때문입니다.
- 여성 CEO로서 차별화된 장점이 있다면 무엇일까요?
기업 경영에 있어서도 역시 어머니의 기질을 바탕으로 섬세함을 추구하고 포용력을 발휘하는 것이라고 하겠습니다. 또한 남성들이 제대로 살피지 못하는 측면까지 볼 수 있다는 점도 꼽을 수 있습니다.
양심적인 기업 활동 다짐
박성희 대표는 기업인의 자세와 관련해 “자기 자식이 사용할 수 없거나 먹지 못하는 것은 만들지 않는다는 양심을 지켜야 한다”며 “남에게 과시하기보다는 존경받을 수 있는 사회인으로서의 값어치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동안 중소기업을 경영하면서 ‘을’의 입장에서 설움도 적잖이 받았지만 사업 신조에 대한 일관성 있는 자세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예컨대 일부 기업인이 사업자명의를 아내나 지인으로 해놓은 후 고의적으로 부도를 내고 피해자를 양산한 후 재차 사업하는 행태는 지탄받아 마땅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와 함께 젊은 여성들을 향해 “실력을 꾸준히 쌓으면 반드시 기회가 온다”며 “독불장군식이 아닌 서로 협력해 일하는 마인드를 갖출 것”을 당부했다.
현재 독실한 가톨릭신자인 박 대표는 “더불어 함께할 수 있는 사회를 이뤄가는 데 동참하고 싶다”며 독도지키기운동과 다문화센터를 후원하고 있다. 또 대학원 재학 시 유방암을 선고 받고 치료한 일을 겪은 후 지금까지 장기기증운동에도 힘을 보태고 있다. 특히 아동복지시설인 서울 은평천사원의 한 여아를 무려 20년간 도우며 결혼에까지 이르게 한 일도 있다.
박성희 대표는 “향후 책임경영의 원칙 아래 친환경 제품을 지속적으로 개발, 사용하는 소비자에게 더욱 큰 만족을 주고 싶다”는 뜻을 밝혔다. 이와 함께 “장기간 애용될 수 있는 제품을 만드는 데 힘을 쏟겠다”고 덧붙였다. 뚜렷한 주관과 소신으로 기업가정신을 구현하고 있는 박 대표에게 내일의 희망을 기대해본다.
본 기사의 전문은 대한뉴스 2014년 5월호(www.daehannews.kr)에 자세히 나와 있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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