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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

호재 분위기 속 장밋빛 전망 금물

   
▲ 지난해 11월부터 이어진 유가하락으로 전국 주유소마다 최저가 경쟁이 발생한 가운데 1월 26일 대구의 한 주유소에서는 리터당 1,249원의 낮은 가격으로 휘발유를 판매했다.

지난해 늦가을부터 국제유가가 떨어짐에 따라 국내 각 주유소의 기름값도 지난 2월초까지 하락했다. 이러한 유가 하락에 따라 자가용 운전자를 포함해 운송업계와 다수 제조업체들은 원가부담이 낮아져 희색을 띤 반면 정유업계와 석유화학제품 제조업계는 울상을 짓고 있다.

 국제유가가 큰 폭으로 하락했다. 지난해 6월 배럴당 약 115달러에 달하던 북해산 브렌트유 가격이 올해 2월 9일 현재 58달러선으로 떨어졌다. 두바이유 역시 약 54달러선, 서부 텍사스유도 약 52달러선으로 하락했다. 불과 8개월 사이에 유가가 절반 정도로 떨어진 것이다. 유가 하락에 따라 세계 각국은 희비가 엇갈리고 있다. 우선 러시아와 아랍 산유국을 포함한 원유수출국들은 국가경제에 적신호가 켜진 상태다. 반면 원유수입국들의 경우 일단은 반색하는 분위기다. 우리나라도 경기활성화에 호재로 작용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지만, 아랍권 수출과 일부 업종에는 적신호로 작용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유가 하락에 복합적 원인
  이번 유가 하락의 근본적인 원인은 몇 가지로 분류된다. 우선 2008년 미국발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중국의 성장률 둔화, 유로존의 경기침체 장기화 등을 포함해 세계 경제의 성장률이 해마다 평균 3%대에 머물러 불황을 지속하고 있는 배경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그 때문에 원유를 포함한 원자재 전반의 수요가 감소하게 된 것이 그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또 다른 원인으로는 달러화의 강세를 들 수 있다. 원유 거래 시 결제수단이 되는 달러가 강세를 보일 경우 구매자는 단위당 더 높은 가격을 지불하게 돼 원유 수요 감소로 이어진다. 사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의 세 차례 양적완화 정책으로 달러화는 약세를 보였다. 그러나 이후 미국 경기가 회복세를 나타내자 출구전략 시행과 안전자산선호현상의 대두로 달러화가 강세를 보이게 된 것이다.

그밖에 미국 셰일가스의 대규모 증산도 빼놓을 수 없다. 셰일가스란 퇴적암석이 쌓인 지하 셰일층에 함유된 천연가스로서 종래에는 높은 생산비 부담으로 활용이 더뎠었다. 그러나 최근 기술의 급격한 발달로 시추비용이 대폭 절감돼 미국 현지에서 셰일가스 생산량이 급증해 원유 소비량이 급속히 감소하게 됐다. 게다가 아랍 산유국들이 셰일가스와의 가격경쟁에 뒤지지 않으려고 원유 증산에 나서며 유가 하락에 불을 당겼다. 기타 산유국이면서 OPEC(석유수출국기구) 회원국이 아닌 나라들의 원유 생산량 증가도 그 원인에 포함된다.

   
▲ 유가하락으로 정유업계와 석유화학업계는 수출단가 하락으로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사진은 울산 석유화학공단 모습.

국가별 희비 엇갈려
  유가 하락은 세계 각국에 어떤 영향을 미치고 있을까? 우선 산유국은 타격이 크다. 러시아의 경우 지난 2013년 11월 우크라이나사태에서 비롯된 경제위기에 불을 붙인 형국이다. 원유를 포함한 에너지자원이 전체 수출의 60%를 넘을 정도여서 유가 하락에 직격탄을 맞고 있기 때문이다. 더욱이 올해 들어 국가유동성지표도 악화돼 국제적인 신용평가기관 S&P사는 국가신용등급을 투기등급에 해당하는 BB+로 강등시켰다. 일부 전문가는 러시아가 머지않아 디폴트(채무불이행) 상태에 빠질 수도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 2월 현재 국가신용등급이 CCC로 전락한 베네수엘라는 더욱 심각하다. 원유 수출이 국가수입의 약 95% 비중을 차지하는 나머지 올해 경제성장률이 -7%까지 떨어지고 인플레이션율은 100%에 이를 수도 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기타 사우디아라비아, 쿠웨이트, 이란 등도 온도차는 조금씩 다르지만 경제에 미치는 부담이 확대되고 있다.

  반면 원유 최대 수입국인 중국과 인도는 유가 하락이 경제성장에 청신호로 작용하고 있다. 이미 지난해 하반기부터 전략비축유 확보에 나선 중국에 대해 경제전문가들은 유가가 배럴당 10달러씩 하락할 때마다 경제성장률이 0.2%포인트 내외로 상승할 것으로 추측하고 있다. 인도는 유가 하락으로 인플레이션이 완화되고 환율도 안정적으로 관리돼 재정적자 축소가 기대되고 있다. 특히 지난해 3분기 GDP(국내총생산) 성장률이 무려 8.2%를 달성한 데 이어 4분기에는 7.5%를 기록해 같은 기간 중국을 앞지르는 성과를 나타냈다.

국내 분위기 일단 반색
  세계 5위의 원유수입국인 우리나라 역시 국내경기에는 비교적 호재로 판단하는 분위기다.  원가 절감으로 공산품의 가격이 인하되고, 연료비와 난방비 등 가계지출이 감소하기 때문이다. 국내 제조업체들도 생산원가 하락과 원화 약세가 맞물리며 긍정적인 영향을 받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또한 수출경쟁력도 한층 강화될 전망이다. 어쩌면 유가 하락이 내수 경기를 진작시키고 산업경쟁력을 확대하는 계기로 삼을 수 있다는 희망도 비치고 있다.

  다만 그 대상과 범위가 제한적일 수 있어 장밋빛 전망은 금물이라는 지적도 있다. 이를테면 원유를 원자재로 하는 석유화학업종이나 정유업종의 경우 완제품의 가격이 함께 하락하고, 조선업종 역시 대규모 해양플랜트 수주에 차질을 빚게 돼 수익성 악화라는 결과가 초래된다. 업종별로 호불호가 엇갈리기 때문에 마냥 안심할 수만은 없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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