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0일 KDB 대우증권에 따르면 올해 국내 M&A시장 규모가 지난해 거래되었던 77조원을 능가할 것이라는 예측을 내놨다. 국내기업들이 불확실한 경기상황과 높아진 재고부담으로 인해 성장동력에 대한 갈망이 커진 데다 보유현금도 풍부해 M&A를 통해 성장을 도모할 가능성이 높아졌기 때문이다. 작년 역대 최고수준으로 커진 M&A 시장에 국내기업들은 매출액 대비 현금성 자산 비중은 2015년 3/4분기 기준 8.1%로 10년간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했다. 지난달 1조 8700억원 규모의 카카오 로엔 인수는 올해 국내 M&A 시장의 시작을 알렸다.
국내 M&A 시장의 판을 키우는 이유는 현재의 경기 불황과 연관있다. 경기가 좋을 때 사업을 확장했다가 핵심분야만 남기고 경쟁력이 없는 사업들은 매각하는 것이다. 게다가 경기불황이 길어지면서 자금난을 겪자 고육지책으로 우량 계열사를 내놓는 것도 또 하나의 이유다. 2014년 말 한화그룹의 삼성 석유화학부문 인수, 지난해 SK C&C와 SK합병, 제일모직과 삼성물산 합병, SK텔레콤의 CJ헬로비전 인수 등이 이런 사례다. 또 사모펀드(PEF)가 보유중인 우량기업의 재매각과 대기업 구조조정에 따른 계열사 매각, 정부의 민영화 추진으로 나오는 매물까지 쏟아져 나오면서 올해 국내 M&A시장에는 사상 유례없는 시장이 열릴 것으로 기대된다.
토종 사모펀드인 MBK파트너스는 올해 코웨이와 ING생명, 씨앤앰을 M&A시장에 매물로 내놓을 계획이다. MBK파트너스는 작년 말 매각 본입찰을 벌였으나 유력 인수후보인 CJ그룹의 불참으로 현재 코웨이 매각은 잠정중단된 상태다. 코웨이는 이르면 이번달 매각작업이 재개될 것으로 보인다. 코웨이의 예상 매각가액은 2~3조원 수준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ING생명은 예상 매각가액이 최대 2조 5천억원에 달하는 대어급 매물이다. MBK파트너스는 2년전 ING생명을 1조 8400억원에 인수해 그동안 매각가치를 키워왔다. 조만간 매각작업이 재개될 것으로 보이는 씨앤앰은 예상 매각가액이 1조 5천억~2조원 수준이다. 인수후보군으로는 LG유플러스나 태광그룹 등이 거론되지만 아직 적극적인 인수의사를 표명하지는 않은 상태다.
이처럼 매물이 시장에 넘쳐나다 보니 올해 M&A시장은 인수자 우위의 시장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반대로 매각자 입장에서는‘울며 겨자먹기’식 헐값 매각의 우려가 커지고 있다. 시장 일각에선 매각자가 제값받기에만 연연하면 매물이 시장에서 소화되지 못하는 상황이 장기화할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대표적으로 정부가 매물로 내놓은 우리은행이다. 금융당국과 공적자금관리위원회는 지난해 7월 5번째로 우리은행 민영화를 추진했으나 관심을 보이던 중동 국부펀드가 저유가 탓에 인수에 소극적인 태도를 보이는 등 난항을 겪고 있다. 우리은행 민영화가 성과를 내지 못하고 시간을 끌게 된 가장 큰 원인으로는 투입된 공적자금의 액면금액 이상을 회수한다는 원칙이 꼽힌다. 투입된 공적자금의 액면가액을 회수하려면 주당 1만 3500원 수준으로 매각이 이뤄져야 하지만 우리은행의 현재 주가는 주당 8400원(지난달 22일 종가기준)에 불과하다.
산업은행을 중심으로 한 채권단 매물 중에서도 대어급이 여럿 있다. 매각 본입찰이 2차례 유찰된 1조원 규모의 KDB생명은 조만간 매각작업이 재개될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인수과정이 험난할 것으로 예상된다. 당초 산업은행 자회사인 대우증권과 패키지 매각으로 1조원대의 매각가가 거론됐지만 분리매각이 결정되면서 이 가격에 인수할 주체가 없고, 사모펀드의 투자원금은 8500억원 수준이라 원금회수만 하더라도 8500억원 이하로 가격을 낮추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특히 생명보험 업황이 악화되는 상황에서 KDB생명의 기업가치가 높지 않다는 점도 악재로 작용한다. 산업은행이 보유한 한국항공우주(KAI)도 예상 매각가액이 최대 2조 5천억원에 달하는 매물이다. 산업은행은 보유지분 26.75%를 3년 내 단계적으로 매각하는 방안을 추진할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한화테크윈과 두산이 이달 초 블록딜(시간외 대량매매)로 KAI 보유지분을 매각한 것은 변수로 꼽힌다.
Since 1995 대한뉴스 홈페이지 http://daehannews.kr에서 더 많은 기사를 볼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