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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산·국방

성장동력 꺼진 ‘한국호’ 의 수출견인차, 방위산업 옥죄는 규제개혁 시급하다

저가 경쟁 확산·각종 규제 도입 후 방산 생태계 “훼손”

2.jpg▲ 지난해 10월 19일 서울 성남비행장에서 열린 서울 ADEX 2015(서울 국제 항공우주 및 방위산업 전시회 2015) 프레스데이 행사에 우리 공군이 사용하고 있는 정밀 폭탄과 미사일이 전시돼 있다.
 
최근 북한의 핵 및 미사일 도발 때문에 그 어느 때보다 방위산업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 수소폭탄 실험까지 강행한 북한이 장거리 발사체에 핵무기까지 장착할 수 있다는 우려가 번지며, 북한의 비대칭전력과 전면전 위협에 대비하기 위한 중기 전력증강 계획이 더욱 강화되는 것은 물론 미국의 사드(THAAD,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도입이 동북아 정치 쟁점으로 떠오르고 있다.

지난해 국방부는 ’16~’20 국방중기계획을 발표하고 방위력개선비로 77.1조(연평균 10% 이상 증가)를 편성했다고 밝힌 바 있다. 2016년 정부의 국방 예산은 전년 대비 3.6% 증가한 38조 7995억원으로 확정됐고, 국방 예산 내에서 무기체계 획득 및 보강 등에 반영되는 방위력개선비도 전년 대비 5.7% 증가했다. 여기에 외국에서도 국내 무기체계가 긍정적인 평가를 받으며, 방위산업의 성장 가능성에 대해 낙관적인 전망이 이어지고 있다.

전문화·계열화 폐지 이후
저가 수주경쟁 확산에 따른 방산 생태계 훼손

그러나 조금만 들여다보면 업계의 현실은 열악하다. 특히 방위산업 경쟁력 강화를 목표로 3년간의 유예기간을 거쳐 2009년 ‘전문화·계열화’ 제도가 폐지된 이후, 시장 친화적 정책을 명분으로 업계의 특징을 무시한 저가경쟁과 각종 규제가 도입되며 방산 생태계가 크게 훼손됐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제도가 폐지되자 수요자가 대한민국 정부뿐인 방위산업시장 특성상, 업체간의 중복투자와 과당경쟁이 심해질 수밖에 없게 됐다. 과거에는 생산업체가 분야별로 각각 분리돼 있었지만, 제도 폐지 후에는 모든 업체가 모두 경쟁에 뛰어들어 시제품을 제작하고, 한 업체만 사업자로 선정되면 나머지 업체들은 시제품 제작비용을 그대로 날리는 구조가 된 것이다.

군이 국내 기술 수준을 고려치 않은 과도한 ROC (Required Operational Capability, 요구운용능력)를 요구하고, 정부는 이와 관련해 최소비용을 제안하는 업체를 선정하는 시스템을 지속적으로 적용하며, 무리한 저가수주 경쟁이 증가하고 이에 따른 우려도 커지고 있다. 일례로 해군 구축함 도입사업이 결정되면서 군은 방산기업에 486CPU에 16MB 메모리를 요구했는데, 군에서 요구한 조건의 컴퓨터를 장착했지만, 구형 컴퓨터로 구동되는 전투시스템으로 비난을 받았다. 방산기업들이 무기를 개발하는 동안 방위산업과 연관된 관계기관들이 개입하다 보니 자연스레 시간이 지체될 수밖에 없고, 정작 무기를 납품할 때에는 구형무기가 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3.jpg▲ 장명진 방위사업청장이 지난해 6월 23일 서울 여의도 콘래드 서울호텔에서 열린 ‘제2회 방산기술보호 국제콘퍼런스’ 에서 개회사를 하고 있다.
 
여기에 품질저하를 비롯해 방산업계의 지속적인 연구개발 의지를 꺾는 것은 물론, 전문성이 떨어지는 업체의 무분별한 진입을 허용하는 결과를 낳았다. 이는 전문성 부족 때문에 불량부품을 공급하는 등 오히려 방위산업 비리와 부실이 발생할 여지가 커졌다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 또한, 진입이 쉬워지면서 일단 사업을 따고 보자는 식의 업체간 저가경쟁이 심해지고 있다는 것이다. 즉, 방위산업의 경쟁력을 높이기 위한 정책이 오히려 업계의 수준을 떨어뜨리고 있는 결과를 가져왔다는 것. 유럽 및 방산 후발 국가들이 주요 무기체계에 대한 독점 체제를 유지해 방위산업을 보호하는 것과는 대조적이다.

여기에 방위산업의 현실을 무시한 실적쌓기식의 수사까지 반복되다 보니 실제 방산업체의 참여의지는 날이 갈수록 저하되고 있다. 실패를 용납하지 않는 규제위주의 정책과 선정적인 보도 등으로 무기체계 개발과정에서 발생하게 마련인 시행착오의 과정에도 ‘방산비리’라는 굴레를 씌우며, 관련분야 종사자의 사기를 꺾는 행태는 매년 반복 중이다.

이에 삼성, 두산 등 사업의 수익성과 안정성을 중시하는 대기업은 이미 해당사업에서 철수했거나 매각을 추진 중에 있는 것이 현실이다. 삼성그룹은 주력사업 집중을 위해 화학과 방산사업분야를 정리하면서 테크윈과 탈레스를 한화에 매각했다. 두산그룹 역시 두산 DST의 매각을 추진중에 있다.

방산업체의 기술자생력도 해결해야 할 개선과제
방위산업체의 기술자생력도 개선해야 할 과제다. 국내 방위산업은 소수 대기업에 의한 체계조립 중심의 발전과정을 거쳐 온 탓에 하부 생산기반이 취약하다. 무기체계 시스템개발 전체를 총괄하는 체계개발 부문은 국방과학연구소(이하 국과연)에 기대고 있으며, 핵심기술 및 주요 부품 등에 있어서도 상당 부분 외국에 의존하고 있다. 특히 국과연이 대부분 무기체계에 관여하는 백화점식 연구개발 체계가 장기적으로 이어지며, 방산업체의 업무가 하도급업체의 역할로 제한됐다는 지적은 항상 반복됐다.

우리나라는 매년 10조원이 넘는 예산을 무기 도입에 투입하고 있는데, 정확한 판단과 우선순위에 대한 고려 없이 무계획적인 무기 도입이 문제가 되고 있다. 우리 군은 국내 연구개발 방식으로 M-SAM(저고도·중고도 방어)과 L-SAM(고고도 방어)을 2020년대 실전배치한다는 계획도 세웠다. 문제는 2020년까지 1조 6천억원을 들여 구매하는 PAC-2/3와 M-SAM이 유사한 성격의 무기이고, 미국의 사드(THAAD)와 L-SAM이 상당히 비슷한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즉, 두 개의 미사일방어망이 존재하게 되는 셈이다.

방산업체의 제한적인 역할 또한 논란의 도마 위에 올라 있다. 통상 기체개발은 한국항공우주산업주식회사가, 항공전자 분야는 국과연이 맡고 있다. 문제는 국과연이 민간기업에 외부하도급을 준다는 것이다. 이런 분리방식은 방위산업을 하나의 산업으로 인식하지 못하고 방산업체를 하나의 하도급업체 수준으로 보고 있음을 보여준다. 이에 국과연은 전략·비닉 사업 및 신개념 무기 위주의 연구개발을 진행하고, 이외 무기체계에 대해서는 민간부문에 이양한다는 전략을 수립해 왔으나, 실제 성과는 미흡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러한 백화점식 연구개발 체계의 한계를 드러낸 대표적 사례가 K-21 보병전투장갑차, K-9 자주포, K-2 흑표전차 등의 이른바 ‘10대 명품무기’ 관련 이슈이다. 국과연은 2008년 ‘10대 명품무기’ 를 소개할 때는 개발에 참여한 방산기업들의 이름을 배제하며 자신들의 업적 홍보에 열중했다. 그러나 이들 명품무기에 잇따라 문제가 발생하며 ‘불신의 무기’ 로 비난받자 방산기업들을 전면에 내세워 해명하도록 하며 언론과 업계의 빈축을 샀다.

이는 국내 대부분의 무기체계 개발이 정부주관 중심으로 이루어지다 보니 일어나는 현상이다. 이에 R&D방식의 일대 변화와 함께 대규모 자금을 투입하는 것은 물론 국과연 등 국책연구기관 주도의 R&D를 민간기업에 대폭 이양할 필요가 있다는 목소리가 힘을 얻고 있다.

4.jpg▲ 2014년 9월 24일 경기도 고양시 킨텍스에서 열린 2014 대한민국 방위산업전에서 참석군인이 K-14 저격용 소총을 살펴보고 있다.
 

정부주도 사업에서는 이슈발생시 방산업체가 개발에 따른 권한과 책임과 별개로 불리한 입장에 서게 되는 경우가 많고, 주도적으로 연구개발 역량을 확보할 의지를 갖추기도 어렵기 때문이다. 국내 방위산업 시스템의 고질적인 문제이기도 하다. 이외에도 무기체계 수출시 부과되는 기술료도 글로벌 경쟁력 강화 차원에서 조정이 필요한 제도로 거론된다. 관련 기관도 필요성을 공감하고 업체의 부담을 낮춰주기 위한 제도적 보완을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으나, 그 혜택을 체감하기까지는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중요한 것은 관련 기관의 과도한 간섭에서 벗어나, 방산업체들이 주도적인 연구개발을 통해 기술자생력을 키울 수 있는 여건이 조성될 때 글로벌 시장에서도 좋은 성과를 거둘 수 있다는 것이다.

경쟁력 확보 위한 방산업계의 자발적 노력이 무엇보다 중요해
여러 구조적 문제에도 가장 중요한 것은 경쟁력 확보를 위한 방산업계의 자발적 노력이다. 방산업계의 바탕을 이루는 체계조립 업체는 그동안 기술도입과 기술협력 위주로 성장해온 것이 사실이다. 핵심기술과 주요 구성품을 국과연과 외국에 의존해온 지금까지의 사업구조로는 앞으로의 독자수출과 성능개량에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지금이라도 자체기술 개발 역량을 확보하고, 핵심 부품을 국산화하기 위한 노력을 본격화해야 한다. 나아가 대기업 중심으로 해외 직접 투자와 지사 설립 등을 통한 수출시장 확대에도 힘써야 한다.

방위산업은 자주국방의 근간이다. 전략적 고려가 없는 무분별한 통제 및 경쟁체계 도입은 국가방위력 제고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 최근과 같이 북의 위협이 현실화되고 있는 엄중한 시기일수록, 정부, 관계기관, 업계 차원의 공통된 고민이 필요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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