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황실의 무대가 보이고 군중이 모여 있다. 군중 역의 스칼라오페라 합창단은 웅장한 합창으로 긴박한 상황이 벌어지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었다. 얼음공주 투란도트는 자신에게 구혼하는 젊은이들에게 3가지 수수께끼를 내어 풀지 못하면 사형에 처하는 명령을 내린다. 군중 속에 티무르왕과 그의 노예 류, 투란도트를 쟁취하러 가겠다는 칼라프 왕자, 그를 만류하는 투란도트의 신하 핑,퐁,팡이 함께하는 대규모의 합창으로 1막이 끝이 난다. 2막은 금색 찬란한 황궁 안이 배경이고 차디찬 성격의 공주가 칼라프 왕자에게 수수께끼를 내는 과정이 드라마틱한 소프라노 소리와 북, 금관으로 표현됐다. 투란도트 역의 소프라노 이승은은 한국 성악가로는 드물게 메조 소프라노의 음역대까지 소화하는 실력자다. 드라마틱한 목소리와 금색의 태양이 뻗어 나가는 모양의 투란도트왕관이 매우 인상적이었고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에 나올 법한 신하들의 의상 또한 눈에 띄었다. 칼라프 왕자는 공주가 내는 수수께끼를 모두 맞추었고, 그럼에도 결혼을 거부하는 공주에게 새벽까지 자신의 이름을 맞추라고 제안한다.
드디어 3막에서는 유명한 테너의 아리아 ‘네순 도르마 (공주는 잠 못 이루고...)’가 감미롭게 들린다. 칼라프 왕자역의 테너 루벤스 펠리짜리는 안정된 호흡을 바탕으로 정상급의 노래실력을 보여주었다. 그리고 공주는 군중 속에서 노예 류와 칼라프의 아버지인 티무르 왕을 발견하고 그들을 잡아 왕자의 이름을 알아내려 하고, 류는 투란도트에게 진정한 사랑에 대해 말하며 끝까지 왕자의 이름을 말하지 않고 자결한다. 류 역의 발레리나 세페는 뛰어난 연기력과 호소력 있는 노래로 큰 감동을 주었다. 류의 사랑을 위한 희생을 보며 투란도트는 칼라프를 받아들이고 네순 도르마의 멜로디가 합창으로 들이며 오페라는 막을 내린다.
오페라 투란도트는 푸치니의 죽음으로 미완성이었지만 그의 어떤 작품과도 견줄 수 있을 만큼의 완성도가 높은 작품이다. 류가 자결한 다음 투란도트와 칼라프 왕자의 사랑의 2중창을 미완성한 채 후두암으로 푸치니는 세상을 떠났고, 그의 절친한 친구이자 예술적 동지인 토스카니니의 부탁으로 푸치니의 후배 프랑코 알파노가 푸치니의 음악적 스타일을 살리며 마무리 지었다.
1926년 4월 25일 라 스칼라 극장에서의 초연을 지휘한 토스카니니는 푸치니가 작곡한 3막 류의 자결까지 연주한 후 지휘봉을 내려놓고 관객석으로 돌아서서 “마에스트로가 작곡한 것은 여기까지입니다.” 라고 말했다고 한다. 푸치니는 이 작품을 작곡하며 “이제까지 나의 오페라들은 다 버려도 좋다.”라고 말할 정도로 자신을 가졌던 작품이었다. 푸치니가 고민 끝에 완성하지 못한 투란도트와 칼라프의 사랑의 2중창을 들으며 푸치니 마음에 들었을까 문득 궁금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