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빅3 조선사가 발행한 회사채 가운데 2조원어치가 내년 중 만기가 돌아온다. 대우조선해양이 내년 3회에 걸쳐 갚아야 하는 회사채 규모가 9400억원에 이르고, 9월 9일 만기인 기업어음(CP) 400억원어치를 합치면 내년까지 갚아야 할 회사채는 총 9800억원으로 알려졌다. 이는 대우조선해양 전체 회사채 잔액인 1조 3500억원의 70% 수준으로, 현금상환이 불가능한 상황이다. 현대중공업과 삼성중공업이 갚아야 할 회사채도 각각 6800억원, 6000억원 규모로, 조선 3사를 합하면 총 2조 2600억원이다. 하지만 2조원대의 채권 역시 현금으로 상환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고 있다. 유동성이 충분하지 않고 신용등급도 좋지 않기 때문이다. 실제로 대우조선해양은 지난해 말 기준 현금성 자산이 1380억원에 불과하다. 삼성중공업과 현대중공업은 대우조선해양보다 나은 상황이지만, 회사채 재발행을 통한 차환을 하긴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 신용등급 하향 가능성도 커지고 있다. 지난 4월까지 조선 3사가 수주한 선박은 5척에 불과할 뿐만 아니라 실적 개선도 미미한 수준이기 때문이다. 현대중공업은 1분기 연결기준 영업이익 3252억원, 삼성중공업 61억원으로 흑자를 내는 데 그쳤고, 대우조선해양은 1분기 연결기준 263억원의 영업손실을 냈다.
여기에 국내 조선업계 100대 기업의 지난해 영업손실이 약 6조 5천억원으로 전년보다 60% 이상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100개 기업 중 중소형 조선소를 중심으로 77곳이 흑자를 냈지만 조선 3사의 적자 때문에 업종 전체적으로 큰 폭의 손실을 기록했다. 선박건조업 100대 기업의 작년 매출은 65조 6400억원으로 전년보다 1.5% 감소했다. 매출규모는 해운업 100개사보다 2.4배 크다. 조선업종에서 지난해 기준 매출 5천억원 이상의 대기업은 9곳이다. 이들의 매출이 58조 3천억원대로 100개사 전체 매출의 90%다. 매출 2천억~5천억원대 중견기업의 매출은 1조 8천억원(3%), 2천억원 미만 중소기업 매출은 3조 9천억원(약 6%)에 불과했다. 지난해 조선 100개사의 영업손실은 6조 4859억원에 달했다. 전년 4조109억원에 비해 61.7% 늘어났다. 특히, 지난해 조선 100대 기업 중 77곳이 영업이익을 올렸지만, 조선 3사의 영업적자로 업종 전체로는 적자를 봤다. 지난해 조선 100개사 중 가장 많은 영업이익을 낸 SPP조선은 574억원으로, 전년도 영업손실에서 흑자 전환했다. 직원 수를 30% 이상 줄인 것이 비용절감 효과로 나타났다. 당기순손실도 2014년 2조 9천억원대에서 지난해 6조 8천억원대로 배 이상 늘어났다. 조선 100개사 중 33개사가 당기순손실을 경험했다. 조선업의 부채비율은 해운업보다는 다소 양호했다. 부채비율 200% 이하인 기업이 54곳이고 200~400%대의 준위험 기업이 25곳이었다, 현대중공업, 대우조선, SPP조선, 현대미포조선, STX조선해양 등에서 큰 폭의 인력 감축이 진행됐다.
현대중공업이 채권단에 자체 자구책을 제출할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달 8일 현대중공업은 최근 자체 자구책 논의결과를 KEB하나은행에 전달할 방침이다. 특히 이번 자구책에는 전체 인원 10%에 해당하는 3천명 규모의 인력감축안이 포함될 것으로 전해졌다. 현대중공업은 지난 상반기 임원인사에서 임원 60여명을 정리한 데 이어 이번에도 강도 높은 조정에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달 9일부터는 사무직 과장급 이상을 대상으로 희망퇴직 신청을 받기로 했다. 현대중공업은 지난해에도 1300여명을 감축한 바 있어, 진통이 예상된다. 현대중공업 노조는 4일 임단협 투쟁 출정식을 열고 구조조정에 대한 거부의사를 밝혔다. 현대중공업의 자구책에는 대대적인 조직개편 방안이나 자산매각 계획 등이 포함될 것으로 전해졌다. 한편, 삼성중공업은 아직 정확한 제출시기를 정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산업은행은 지난 4월 29일 삼성중공업에 자구책 제출을 공식으로 요청했다. 삼성중공업 역시 현대중공업과 같이 자구안을 낼 것이라는 예상이 되지만, 그동안 구조조정에 노력해온 바, 추가 자구책에 소극적으로 나올 수 있다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한편, 한진중공업은 11일 산업은행을 비롯한 채권단과 자율협약 양해각서(MOU)를 체결하고, 지난 2월 1300억원의 자금 지원에 이어 추가로 1200억원 규모의 신규자금을 지원받기로 했다. 또 2018년 12월 말까지 1000억원대의 이자 감면과 원금상환 유예 등의 지원도 받게 됐다. 한진중공업은 앞으로 2조원에 달하는 부동산과 대륜발전 등을 매각하고 경영 정상화에 속도를 낼 계획이다. 한진중공업은 발전계열사를 매각하고 수빅조선소에 역량을 집중할 계획이다. KDB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은 수빅조선소의 선수금환금보증 발급을 지원하기로 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수빅조선소의 수주잔량은 28척으로 2년치 일감을 확보했다. 노조도 회사 존속과 조합원들의 고용안정을 위해 지난 10일자로 동의서를 제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