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05.15 (목)

  • 구름많음동두천 17.6℃
  • 맑음강릉 20.3℃
  • 구름많음서울 18.2℃
  • 맑음대전 18.5℃
  • 맑음대구 19.0℃
  • 맑음울산 20.0℃
  • 맑음광주 18.4℃
  • 맑음부산 19.1℃
  • 맑음고창 18.4℃
  • 맑음제주 21.3℃
  • 구름많음강화 15.3℃
  • 구름조금보은 17.3℃
  • 맑음금산 18.1℃
  • 맑음강진군 18.7℃
  • 구름조금경주시 20.7℃
  • 맑음거제 19.7℃
기상청 제공
월간구독신청

산업

한국형 전투기 KF-X 레이더 독자 개발 이대로 가능한가?


이미지 43.jpg▲ 지난해 10월 성남 서울공항에서 개최된 ‘2015 서울 국제 항공우주 및 방위산업 전시회(ADEX)’에 참가한 한국항공우주산업(KAI) 부스에 전시된 한국형 전투기(KF-X) 모형.
 


- 핵심장비 능동위상배열(AESA) 레이더 개발업체 선정과정 문제
- 시제품 개발에 경험 없는 한화탈레스 우선협상대상자 선정
- 한화탈레스 용역 맡은 교수가 선정 과정 평가위원으로…공정성 문제 대두
- ADD, 방위사업청 잇단 말바꾸기로 불신 자초
- 개발 관련 법·규정도 무시하고 예산도 없이 밀어붙이기 식 사업진행
- 성공적인 사업을 위해 이제부터라도 살피고 보완해 나가야
글 편집국



한국형전투기(KF-X) 개발 사업의 핵심기술인 AESA레이더 시제품 개발업체에 대한 우선협상대상자 선정을 두고 의혹이 끊이질 않고 있다. KF-X사업을 주관하고 있는 방위사업청과 KF-X의 AESA레이더 부분의 연구개발을 주관하고 있는 국방과학연구소(ADD)가 그간 관련기술 개발을 진행해 왔던 LIG넥스원 대신 한화탈레스를 시제품 제작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한 것이다. 오랜 기간 동안 연구개발을 해왔던 LIG넥스원의 탈락도 의외였지만, 규정을 어긴 평가위원 구성, 심사대상 기업의 기술용역을 수행중인 교수의 평가위원 위촉, 형평성 의혹을 받는 평가점수 등 의혹투성이 선정이라는 뒷말이 무성하다.


기술개발은 LIG넥스원,
시제품 개발은 경험 없는 한화탈레스가?

AESA레이더(능동전자주사식위상배열 레이더)는 지난해 미국이 KF-X관련 기술 이전을 거부한 4대 핵심기술 중 하나이다. 이에 대한 비판 여론이 일자 군당국은 대통령을 비롯해 국민에게 AESA레이더를 독자개발 할 수 있다고 하며 강한 자신감을 보였다. 이러한 자신감에 대해 비판적 의견이 대두되자 정부 관계자들은 10여년간 함께 기술개발을 해온 LIG넥스원의 실적과 AESA레이더 개발 경험 등을 언급하며 국내 개발이 가능하다고 강조해 왔다.

LIG넥스원은 2006년부터 진행한 AESA 관련 응용연구(2건)와 2014년 착수한 시험개발 1단계 연구 등 AESA 레이더 핵심기술 확보를 위한 선행과제를 수행해 왔다. 더욱이 ADD(국방과학연구소)에서는 LIG넥스윈의 TA/FA-50항공기 레이더 기술도입 생산, 항공기용 SAR(영상레이더)체계개발, 울산급 Batch-1함정 탐색레이더 등 LIG넥스윈이 10여년에 걸쳐 개발한 기술을 AESA레이더 국내 개발이 가능한 사례로 제시해왔다. 그러나 AESA 레이더 시제품 우선협상대상자 선정 관련해 예기치 못한 결과가 나오고, 한화 탈레스의 기술역량에 대한 언론의 지적이 계속되자 방위사업청과 ADD는 이례적으로 답변자료까지 배포하며, 해당 업체도 충분한 실적을 보유하고 있다고 강조한 바 있다. 하지만 한화탈레스의 주요 실적으로 제시된 ‘철매-II’,‘천궁’ 등의 다기능레이더(MFR)는 반도체를 사용하는 능동형 AESA가 아닌 진공관을 사용하는 수동형 PESA 레이더인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지상에서 사용하는 거대한 사이즈로 항공기용과는 차이가 많아 AESA레이다 개발을 위한 실적으로는 부적절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여기에 10여년에 걸쳐 AESA 관련 연구개발에 매진해온 LIG넥스원과 달리, 해당 사업에 대한 연구개발 경험이 부족한 한화탈레스가 정해진 기간 내에 시제품을 제작할 수 있는 전문인력과 설비를 보유하고 있는가에 대한 의문이 지속적으로 제기되며, 업체선정의 공정성과 사업의 성공을 둘러싼 논란이 증폭되고 있다.


자격미달 평가위원에
평가위원들의 석연치 않은 점수 배점

이처럼 LIG넥스원의 실적에도 불구하고, 이번 우선협상대상자로 한화탈레스가 선정된 것에 대해 군 고위직들도 모두 놀랐다는 후문이다. 평가방법, 평가위원 등에 대한 정보가 모두 보안사항이라서 LIG넥스원이 탈락한 이유는 명확하진 않지만, 평가과정에 여러 가지 논란과 의혹이 생기고 있다. 가장 큰 논란 중 하나는 10명의 평가위원 중 참여한 민간인 교수가 한화탈레스의 연구과제를 수행중이었다는 사실이다. 이에 대해 국방과학연구소는 ‘업체용역을 하지 않는 교수를 찾기 어려웠다’ 라고 해명을 하고 있지만, 과연 대한민국에 있는 레이더관련 교수 중 LIG넥스원이나 한화탈레스의 연구과제를 수행하지 않는 교수가 단 1명도 없다는 설명에 동의하는 사람이 얼마나 될지 의문이다. 또한, 평가위원 선정도 규정위반이었다. 방위사업청의 ‘무기체계 연구개발사업 제안서 평가 및 협상 지침’ 11조 2항은 사업의 규모나 국민적 관심, 안보적 가치가 높은 사업을 ‘관심사업’으로 규정하고 있는데, 이번 AESA레이더 사업에 대해 정광선 방위사업청 KT-X사업단장은 5월 1일 기자 설명회를 통해 AESA레이더 개발사업이 ‘관심사업’ 임을 확인했다. ‘무기체계 연구개발사업 제안서 평가 및 협상 지침’ 에 따르면 ‘관심사업’ 의 경우 제안서 평가팀장을 장군 또는 고위 공무원이 맡도록 되어 있고, 대령급, 서기관급, 책임연구원급, 교수급 이상인 자가 평가위원을 맡도록 되어 있다. 하지만 이번 제안서 평가에서는 이 규정을 무시한 채 평가팀장을 ADD책임연구원이 맡고, 평가위원 중에서 선임연구원 3명, 중령2명, 사무관 1명이 참여했다. 결국 10명의 평가위원 중 한화탈레스의 연구과제를 수행중인 민간교수까지 포함한다면 8명이 자격미달인 셈이다.

이미지 44.jpg
 

이와 같은 평가위원 선정위반에 대해서 감독기관인 방위사업청의 입장은 “필요하다면 평가위원 선정절차를 앞으로 보완하겠다.”며, 징계는커녕 규정을 바꿔 현재의 잘못을 덮으려는 인상을 주고 있다. 또한, 언론의 보도에 의하면 이렇게 구성된 평가위원들의 점수 배점에도 상식적으로 납득하기 힘든 결과가 나왔는데, 이번 평가는 기술점수가 80점, 비용점수가 20점이었다. 그런데 언론의 취재결과, 두 업체의 기술점수 차이가 0.97점밖에 되지 않았다는 사실이다. 10년 동안 AESA레이더에 대한 기술개발을 해온 LIG넥스원이 AESA레이더 분야에 경험이 전혀 없는 한화탈레스보다 고작 0.97점을 더 받았다는 것은 너무나 의외의 점수 차이이다. 게다가 기술능력과 기술계획으로 나누어진 기술점수에서 기술계획점수가 10년 동안 개발경험을 가진 LIG넥스원보다 한화탈레스가 높았다고 하니 이것도 상식 밖의 평가로 보일 수밖에 없다. 이러한 점수 차이 외에도 중소기업 협력평가에 대한 가점에서 LIG넥스원은 0점을 한화탈레스는 1.42점을 받았는데, LIG넥스원이 9곳을 제시했고, 한화탈레스는 이보다 많은 20곳을 제시하긴 했지만, 9곳을 제시한 LIG넥스원에게 0점이 나왔다는 것 역시 이상한 배점 기준이라는 말이 나올 수 밖에 없는 결과였다. 특히, 중소기업 협력가점과 관련해 방사청과 ADD는 지난 4월 21일 업체 선정 관련 브리핑을 통해 중소기업 참여 부분은 당락에 영향이 없었음을 강조한 바 있다. 그러나 이에 대한 논란이 계속되자 ADD는 5월 2일에 이르러서야 제안요청서에 제안서 제출 업체와 중소기업간 MOU 체결과 관련해 ‘계약체결부터 완료시까지 계약상 지위 및 비율을 유지한다.’고 적시토록 했으나, LIG넥스원은 ‘협약서 체결일부터 본계약 체결시까지 유효’라고 명시해 0점을 줄 수 밖에 없었다고 해명한 바 있다. 평가위원 선정 논란에 이어 이와 같은 말 바꾸기가 반복되며 이번 업체 선정 결과에 대한 신뢰도는 계속해서 저하되고 있다.


사라진 국고 490억원과
AESA레이더 해외도입설까지…

이제까지 KF-X의 AESA레이더에 대한 응용연구와 시험개발에 총 630억원이 투입되었다. 정부가 490억원, LIG넥스원이 140억원을 자체 투자하면서 10년 동안 기술 개발과 축적을 해왔고 이러한 결과를 바탕으로 ADD는 국산화에 대해 자신감을 계속 얘기해왔다. 그런데 결국 한화탈레스의 AESA레이더 시제품 개발 우선협정대상자 선정으로 그간 정부가 얘기한 10년의 성과가 스스로 부정하는 꼴이 되었고, 기술개발을 위해 투자한 정부 자금 490억원이 그대로 사라지게 될 수 있는 현실이다. 국방과학연구소는 그간 LIG넥스원과 함께 개발한 기술에 대한 노하우를 모두 보유하고 있으므로 가능하다고는 하지만, 과연 LIG넥스원의 협력 없이 이것이 가능할지는 의문이다. 게다가 10년 동안 AESA레이다 기술연구를 해온 LIG넥스원도 국산 항공기용 AESA레이더 개발을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인데, 연구와 개발 실적이 미비한 한화탈레스가 맡게 된다면 매우 촉박한 일정 속에서 H/W 설계 및 제작 등 실행을 기간 내 과연 달성할 수 있을지 의문이 들 수 밖에 없다. 결국 LIG넥스원의 기술협력이 필요한데, 이러한 협력을 얻는 건 매우 어려워 보이므로 결국 기술개발을 위해 투자된 490억원도 고스란히 사라지게 되고, AESA레이더에 대한 개발 가능성은 더욱 희박해 지며, 만일 실패한다면 해외에서 레이더를 도입한다는 Plan-B 설까지 언론에 언급되는 등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이렇게 될 경우 그 동안 비용은 물론 성능개량도 할 수 없는 무늬만 국산인 KF-X가 될 수 있는 가능성이 높아지게 되는 것이다. KT-X의 AESA레이더 개발사업은 대통령이 직접 챙긴 사업이며, 엄청난 국민세금이 들어간 초미의 관심사업이다. 이 사업이 이렇게 의혹투성이로 간다면 이를 국민이 어떻게 생각할까? 이것이 너무 늦기 전에 제기된 의혹을 풀고 문제를 개선해 사업을 바로잡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여기저기서 나오는 이유이다.

이미지 45.jpg
 

개발 관련 법·규정을 무시하고
예산도 없이 밀어붙이기식 사업진행

법·규정을 무시하고 밀어붙이기 식으로 진행되고 있는 AESA 개발사업도 논란이 되고 있다. 최근 언론은 AESA레이더 사업 공고문에 ‘방위사업법과 방위사업관리규정에 의거한 국방과학연구소 주관 연구용역’이라고 표기했으나, 이는 법과 규정에 없는 사업형태이며 ‘ADD 주관 연구개발’이 옳은 사업방식임을 지적한 바 있다. 이와 관련해 국과연은 “기획재정부의 예산 및 기금운용계획 집행지침에 따라 ‘260 항목 업무 용역비’에서 예산을 받기 때문에 연구 용역이란 명칭을 사용했다.”고 해명했으나, 해당 예산은 ADD와 같은 국책 연구소 주관이 아닌 업체 주관사업에 투입하도록 규정돼 있는 것으로 지적받은 바 있다. 결국 ADD는 당장 쓸 수 있는 예산도 없는 상태에서 AESA 레이더 사업자를 선정한 셈이다. 방사청 핵심 관계자는 “작년 하반기에 AESA 레이더 독자 개발이 결정되면서 미처 예산 항목을 정리하지 못했다.”고 해명한 바 있으나, 사실상 예산도 없는 상황에서 사업자부터 선정한 것이 연구개발 사업절차에 맞는지 따져 볼 일이다. 이와 관련해 방위사업청은 최근 “AESA 레이더 사업에 돈을 쓸 수 있도록 이미 확보한 예산 중 일부의 항목을 변경하고 있다.”고 설명한 바 있으나, 군이 ADD 주관으로 AESA 레이더를 개발하기로 결정한 것이 작년 12월인데, 이제 와서야 예산 항목을 변경하기로 한 것에 대해서도 지적이 나오고 있다. 방위사업청의 기술 성숙도 평가업무지침 준수여부도 여론의 도마 위에 오르고 있다. ADD는 작년 10월 우리나라의 AESA 레이더 기술 성숙도(TRL·Technology Readiness Level)가 5라고 밝힌 바 있다. TRL은 1에서 9로 발전하는 방식으로 방위사업청의 기술 성숙도 평가업무지침에 따르면, TRL 5는 탐색개발을 할 수 있는 수준을 가리킨다. 그러나 ADD는 규정을 무시하고 시제품을 제작하는 체계개발에 착수했다. 이와 관련해 ADD는 “KF-X 사업이 체계 개발이기 때문에 AESA 레이더도 체계 개발한다.”고 주장한 바 있으나, 밀어붙이기 식의 무리한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는 지적을 면하기 어렵게 되었다.


성공적 사업을 위해
이제부터라도 살피고 보완해 나가야…

KF-X의 AESA 레이더 개발은 대통령이 직접 챙긴 사안이자, 한미 정상회담에도 부담을 줬던 국가차원의 중대한 사업이다. 그만큼 자주국방 실현을 위해 반드시 성공해야 하는 사업이기도 하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업체선정 과정의 공정성·투명성이 각종 의혹의 대상이 되는 등 사업의 첫 단추를 끼우기 전부터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 특히 KF-X AESA 레이더 개발업체 선정과 관련해 방사청과 ADD가 설득력 없는 해명과 말바꾸기를 반복함에 따라 더욱 논란이 커지고 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이제부터라도 지금까지 제기된 주요 논란에 대해 모두가 관심을 갖고 제도적 문제점을 면밀히 살피며, 잘못된 것은 고치고 부족한 것은 보완해 나가야 한다. 객관성을 유지할 수 있는 기관이 이번 사업 절차에 문제점이 있는지 살피는 절차도 검토해 볼 만하다. 나아가 업체의 제안서 평가체계에 대한 전면적인 개선을 통해 투명한 방위산업 및 무기체계 개발 환경을 조성해 나갈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