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뉴스 강선자 기자)=이재용 삼성전자부회장 등 삼성 일가가 고(故) 이건희 회장의 미술 소장품을 문화재단이나 국립 박물관 등에 기부하는 방안을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미술계에 따르면 최근 한국화랑협회 미술품감정위원회, 한국미술시가감정협회, 한국미술품감정연구센터 등 3개 기관은 삼성 측 의뢰로 이건희 회장 미술 소장품 감정 보고서를 받아 이 회장이 남긴 문화재와 근현대미술품 약 1만3천 점의 시가 감정을 마쳤다.
이들 작품들의 감정평가액은 2조5천억~3조원에 달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건희 컬렉션은 서양 근현대미술 작품 1천300여 점, 한국 근현대미술 작품 2천200여 점 등을 포함해 세계 일류 미술관이나 박물관에 버금가는 규모와 수준을 자랑한다.
조선 후기 겸재 정선의 `인왕제색도`(국보 제216호)와 `금강전도`(국보 제217호)를 비롯해 `금동미륵반가상`(국보 제118호), `백자 청화매죽문 항아리`(국보 제219호) 등 국보 30점과 보물 82점도 포함된 것으로 전해졌다. 이중섭, 김환기, 이우환 등의 주요 작품부터 마크 로스코 `무제`, 알베르토 자코메티 `거대한 여인`, 프랜시스 베이컨 `방 안에 있는 인물`, 모네 `수련`, 게르하르트 리히터 `두 개의 촛불` 등 해외 거장들의 작품들도 포함됐다.
미술품을 상속할 때는 감정평가기관 2곳 이상의 평가를 통해 재산총액을 평가한 뒤 상속세율(10∼50%)에 따라 세금을 매긴다. 최고세율을 적용하면 삼성 일가는 이건희 회장 미술품 상속에만 최고 1조5000억원의 상속세를 내야 한다.
재계 관계자는 "미술품을 전부 상속하기에는 상속세가 부담이 될 것"이라며 "공익재단이나 박물관에 미술품을 기증하면 소유권이 넘어가기 때문에 상속세를 공제받을 수 있다"고 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이건희 회장이 열정을 가지고 수집한 미술품이고, 상속세 마련을 위해 매각할 경우 유명 미술품의 해외 반출이라는 미술계의 우려도 있다"며 "미술품 매각보다는 본래 수집 취지에 맞게 활용할 것"이라고 했다.
미술계에서는 이건희 컬렉션 중 문화재와 한국 근현대미술 일부를 각각 국립중앙박물관과 국립현대미술관에 기증할 것으로 보고 있다. 해외 미술품 등 나머지 작품은 삼성미술관 리움과 호암미술관으로 갈 가능성이 큰 것으로도 점쳐진다.
국립현대미술관 관계자는 이날 "여러 방안을 삼성과 협의 중이나 아직 확정된 것은 없다"라며 "유족들의 의견을 존중해 최종 결정을 기다리는 입장"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일각에선 상속세 마련을 위해 삼성 일가가 미술품 일부를 매각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