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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대한뉴스 세상을 읽는 트렌드) 젠더리스 패션 치마 입은 남자? 양복 입은 여자? 남·여 경계 허물다

(대한뉴스 박혜숙 기자)=우리에게 옷이란 무엇인가. ‘옷이 날개라는 속담처럼 옷은 그저 입는 것으로 그치지 않고 옷을 입은 사람의 개성을 나타내고 신분과 직업을 짐작하게 한다. 또 하나는 옷을 입을 때 빼놓을 수 없는 것이 바로 스타일이다. 멋을 내는 것은 결국 스타일 연출이다. 그런데 최근 성과 나이를 짐작할 수 없는 옷차림을 즐기는 새로운 경향의 젠더리스패션이 부각되고 있다. MZ세대들 가운데 하이힐과 치마가 편하다며 젠더리스 관련 SNS 게시물이 5만 개 이상이라고 한다.

 

젠더리스란 무슨 뜻인가?

 

성의 구별이 없는 또는 중성적인 뜻을 가진 용어이며 1990년대 들어 국제적으로 성별을 지칭하는 용어로 권장되고 있는 젠더(gender)에서 파생되었다. ‘젠더리스 패션혹은 젠더리스 룩이라고 하면 패션 경향이 남녀의 구별이 모호한 패션 모습, 혹은 남녀를 구분하지 않는 중성의 패션 모습을 뜻한다. 즉 남성과 여성이라는 성()의 개념을 초월한 중성성을 표현한다. 남성이 치마를 입고 하이힐을 신거나, 여자가 콤비 정장을 갖춰 입는 등 젠더리스 패션은 세상을 읽는 새로운 트렌드이다.

 

젠더리스 패션의 시초는 1930년대 독일 출신 여배우 마를레네 디트리히가 정장을 접목해 입고 나온 '머스큘린 룩'이 꼽힌다. 이후 프랑스 디자이너 이브 생로랑이 1960년대 여성용 정장을 내놓으며 패션가가 본격적인 관심을 두기 시작했고, 성별을 따지지 않고 누가 입어도 상관이 없는 '유니섹스 룩'과 도시에 살면서 패션·쇼핑 등에 관심이 많은 이성애자 남자의 '메트로섹슈얼 룩' 등 다양한 젠더리스 패션 스타일이 등장했다. 젠더리스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옷으로 결정되던 성별에서 자유로울 권리를 추구하며 옷이 나를 결정하는 것이 아니라 내가 옷을 결정하는 특별함을 강조한다. 이러한 경향은 패션뿐만 아니라 뷰티, 화장품, 가전을 비롯한 다양한 분야에서 퍼질 전망이다.

 

젠더리스 패션을 앞서는 사람들

 

가장 먼저 그룹 2AM 멤버 조권과 하이힐이 떠오른다. 그는 KBS1 프로그램 '아침마당'에 출연해 패션에 성별은 없으며 사회 편견의 벽을 깨고 싶다는 신념을 밝히기도 했다. KBS2 프로그램 '사장님 귀는 당나귀 귀'에 출연해 여성 한복 치마 위에 도포를 입고 7cm 굽의 꽃신을 신고 런웨이에 선 모습을 공개하기도 했다. 가수 지드래곤이 진주 목걸이를 착용하자 남성들 사이에서 진주 목걸이 구매가 급증했다고 한다. SBS 프로그램 집사부일체에 배우 이정재가 분홍색 재킷에 진주 목걸이를 착용하고 출연해 화제가 되기도 했다. 진주 목걸이는 기존에 여성들이 즐겨 착용했는데 이제는 남성적이다 여성적이라는 의미가 없을 정도다. BTS가 트위드 재킷을 입은 모습 역시 젠더리스 패션에 속한다. 명품 패션업계도 젠더리스 트렌드는 사회적으로 필수적인 흐름이며 성별 구분 없이 착용할 수 있는 아이템들의 인기가 날이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고 밝혔다.

 

일본의 작가 타메코우가 집필한 로맨틱 코미디 만화 젠더리스 남자에게 사랑받고 있습니다의 내용은 대중들에게 엄청난 인기를 끌고 있는 젠더리스 남자와 출판사에서 일하는 평범한 사회인 여자의 연애는 어떤 모습일지 다루고 있어 매우 이색적이다. 여자보다 더 예쁜 남자 메구루는 SNS에서 인기 절정인 젠더리스 패션 스타다. 그의 여자 친구 와코는 메이크업이나 패션, 네일아트까지 완벽하게 귀여운 모습의 지극히 평범한 여성이다. 남자지만 자신을 꾸미는 것을 좋아하는 젠더리스 패션을 소재로 다양성을 지향하는 사회적 트렌드를 반영한 작품이다.

 

젠더리스 바람은 일본 장난감·완구업계에서도 나타났다. 일본의 장난감 기업 파일럿 코퍼레이션은 아기인형 <멜짱> 시리즈에서 처음으로 남자 아기 인형을 출시했다. 인형 놀이를 하고 싶은 남자 어린이가 조금 더 부담 없이 장난감을 가지고 놀 수 있도록 하자는 의도에서 개발했다고 한다. 유년기의 놀이 경험이 성인이 된 후 올바른 성 평등 인식이 자리 잡는 데 큰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밝혔다.

 

젠더리스 경향을 바라보는 사회적 시선

 

패션뿐만 아니라 뷰티, 화장품, 장난감 등 젠더리스를 의식한 상품 개발이 활발히 이루어지고 있으며 앞으로도 이러한 흐름은 더욱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사회적 약자나 소수자를 위한 것이 아니라 다양성과 포용의 시대 흐름에 맞추는 것이다. 성차별적인 요소로 인한 불편함을 없애고 개인의 개성을 존중하는 분위기가 형성되었다. 제품도 여성복과 남성복의 디자인, 원단의 질, 사이즈, 가격 등에 차이가 있었는데 제품을 생산할 때 남녀 기준이 없어지면서 디자인과 색조가 훨씬 다양하게 출시되고 있어 소비자들의 반응은 매우 긍정적이다. 젠더리스 트렌드는 남성과 여성, 성 소수자의 경계를 허문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시대를 앞서간 패션 아이콘 여성들

 

오늘날 세계 어느 도시를 가더라도 치마를 입은 여성보다는 바지를 입은 여성을 더 많이 볼 수 있다. 하지만 여성들이 바지를 입게 된 것은 그리 오래되지 않았다. 여성용 바지는 1920년대가 되어서야 그 모습을 드러냈다. 여성들은 바지를 비치웨어로 입거나 실내복으로 입기 시작했지만, 거리에 입고 나가기엔 너무 별난 옷이라고 생각했다. 양성의 매력을 모두 가진 여배우 마를렌 디트리히는 간혹 '할리우드에서 옷을 가장 잘 입는 남자'로 일컬어지기도 했다. 그녀가 1930~1940년대에 바지를 평상복으로 입고 다녔기 때문이다. 그녀의 의상이 너무나 충격적이라고 생각한 파리 경찰서장은 그녀에게 파리를 떠날 것을 명하기도 했다. 2차 세계대전 동안, 여성들은 사무실에서 혹은 공장에서 바지를 평상복으로 입기 시작했다. 하지만 바지를 입은 여성은 여전히 자연스럽지 못하고 매력이 없다고 여겨졌다. 오늘날 여성들은 카프리, 청바지, 슬랙스 등 어떤 바지든 입는다. 여자도 당당히 바지를 입었던 시대를 앞서간 패션 아이콘 인물들을 살펴봤다.

 

조세핀 베이커(1906~1975)는 미국 출신의 가수 겸 댄서로, 2차 세계대전 때는 프랑스 저항군으로 활동하기도 했으며 전쟁 후에는 인권운동가로도 활약했다. 그녀는 밀리터리 스타일을 선보이며 성 역할을 바꾸는데도 두려움이 없었다. 프랑스 남자처럼 보이려고 짧은 머리를 한쪽으로 넘기고 정장용 모자를 썼다. 1963년에 워싱턴에서 열린 인권 행진에는 프랑스 레지스탕스 군복 차림으로 참석했다. 그 후로도 자주 군복 스타일의 재킷을 걸치거나 셔츠에 군복 단추를 달았다.

 

잔 다르크는 이교도이며 바지를 입는다는 죄목으로 붙잡혔다. 1431년 당시 프랑스에서는 여자가 바지를 입는 것이 불법이었다. 잔 다르크가 이교도라는 죄목은 입증하기 힘들었지만, 성별에 맞지 않는 옷을 입은 건 확실했다. 결국 잔 다르크는 화형을 당했다. 1771, 마리 앙투아네트는 근엄한 프랑스 법정을 발칵 뒤집어 놓았다. 남자들만 입던 몸에 꼭 맞는 승마 바지를 입고 당당하게 나타났기 때문이다. 남자처럼 말을 타고, 옷도 남자처럼 입으면 위험하기도 하지만 아이를 갖는 데도 문제가 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1851, 여성 인권운동가 엘리자베스 스미스 밀러는 무거운 페티코트와 스커트 대신 판탈룬즈라는 터키 스타일의 통이 넓은 바지를 입었다. 밀러의 바지가 마음에 들었던 여성인권 운동가 엘리자베스 스탠이 그대로 따라 입었고, 이를 본 친구 아멜리아 블루머도 판탈룬즈에 푹 빠졌다. 블루머는 이 바지를 입고 다니면서 자신의 신문 <릴리>에 여자도 바지를 입자는 주장을 실었다. 이후 바지를 입는 게 크게 유행했고, 이런 바지를 '블루머'라고 불렀다. 하지만 바지를 입는 여성은 품행이 불량하다며 비웃음을 샀다.

 

한국 여성 패션의 변화

 

1920년대 여성 패션의 특징은 미국, 일본과 마찬가지로 치마의 길이가 짧아졌고 이는 서구의 모더니즘과 기능주의 시대의 흐름을 따르는 현상이었다. 한복 치마의 길이 변화와 양장의 도입은 양말과 구두가 중요한 품목이 되었고 이로 인해 한복과 양장의 절충식 스타일이 나타났다. 여성들의 양장과 장신구는 미국에서의 유행과 흐름을 같이 하였는데 1920년대 플래퍼 스타일이 한국에서도 그대로 나타났다. 1930년대 여성 패션은 미국에서의 슬림 앤 롱 스타일의 유행이 양장과 한복 모두에서 나타났는데 양장과 개량 한복의 길이가 길어지고 허리를 강조하여 여성스러움을 부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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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혜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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