옷을 만들고 파는 과정이 아주 빠르고, 옷값도 저렴한 패스트 패션이 유행했다. 부담 없이 옷을 사고, 또 고민 없이 옷을 버리는 패스트 패션이 어떻게 지구 환경을 파괴하고 소중한 생명을 고통받게 하는지 이야기하는 목소리가 높아졌다. 이에 나타난 새로운 패션인 컨셔스 패션(Conscious Fashion). 소재 선정부터 제조 공정까지 친환경적이고 윤리적인 과정에서 생산된 의류를 소비하고자 하는 트렌드를 말한다.
컨셔스패션 왜 필요한가?
트렌드에 민감한 패션업계 특성상 의류 시장에서 쏟아져 나오는 폐기물의 양은 어마어마하다. 한 해 동안에만 우리나라에서 버려진 의류 폐기물량이 무려 181.7t이었다고 한다. 의류 제작과정에서 사용되는 화학섬유는 자연적으로 분해되는 데까지 수십 년에서 수백 년이 걸린다. 옷은 생산될 때도 많은 자원을 필요로 한다. 청바지 한 벌을 염색할 때 소비되는 물의 양은 4인 가족의 6일 치 생활용수량과 비슷하다. 옷이 소각될 때 배출되는 이산화탄소량은 상상을 초월한다. 의류공장을 세우고 의류를 생산하는 과정에서 심각한 수준의 환경 오염을 초래한다. 패션 브랜드와 소비자들이 이런 문제점을 인식하고 변화하기 시작했다.
컨셔스패션은 '의식 있는'이라는 뜻의 ‘컨셔스(conscious)'와 '패션(fashion)'의 합성어로 지난 10년간 '패스트 패션'이 유행하면서 자원 낭비 및 환경문제가 대두된 데 따른 자성의 움직임에서 시작됐다. 컨셔스 패션은 유행을 따라 빠르게 변해가는 패션 문화가 아닌 지속가능한 가치를 추구한다. 컨셔스 패션에 대한 소비자들의 관심이 높아지자 국내외 여러 브랜드에서 컨셔스 패션에 대한 다양한 시도와 움직임이 유행처럼 번지고 있다. 명품 기업 ’에르메스, 루이뷔통‘ 같은 곳에서도 컨셔스 패션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동물보호, 친환경에 관심 있는 소비자가 많아지면서 동물 가죽을 사용한 제품에 불만을 표시하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컨셔스 패션을 실천하는 방법
옷 생산 시 소재 선정, 제조 공정 등을 변화시키면 환경 오염과 자원 낭비를 줄일 수 있다. 의류의 원료 생산에서부터 제조, 운송, 보관, 마케팅, 판매, 재활용 등 다양한 과정에서 환경을 지킬 방법은 생각보다 많다. 옷 하나를 구매하더라도 친환경적인 제품을 선택하는 것으로 실천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의류 소재로 나무 펄프를 사용할 경우 무분별한 벌목을 줄일 수 있다. 면 조각이 자투리로 남으면 다시 재활용할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 오가닉 코튼을 사용한 옷을 구매하거나, 재활용해 만들어진 제품을 구매하는 등 착한 소비에 동참하는 것만으로도 실천할 수 있다. 미착용 의류는 리폼해서 입는 방법도 있다.
지구를 생각하는 천연염색
패션업은 환경 오염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물 사용량이 티셔츠 1장 만드는 데 약 2,700ℓ, 청바지 한 벌을 만드는 데 약 7t의 물이 사용되는데, 이는 4인 가족이 5~6일 동안 쓸 수 있는 물의 양이다. 특히, 다양한 화학적 염료, 표백제 등의 사용으로 수질오염이 발생하면서 전 세계 폐수의 약 20%를 의류 제조 폐수가 차지하고 있다. 최근 환경보호에 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천연염색에 관한 관심도 집중되고 있다. 천연염색은 합성염료에서 보기 어려운 특유의 아름다운 색상과 인체에 해가 없고 항균성, 항알레르기성 등 기능성 장점이 있다. 경북 영주에 있는 ‘남옥선 천연염색 웰빙갤러리’는 소백산 기후에 잘 맞는 우수한 천연염료를 영주의 대표적 특산품인 풍기인견에 접목해 여성 의류, 침구류, 소품 등을 다양하게 개발 판매하고 있다. 지구를 지키는 환경운동의 하나로 ‘남옥선 천연염색 평생교육원’에서는 '정년 없는 꿈 키우기 프로젝트' 개최와 천연염색부터 전통 인형 만들기, 전통 자수 소품 만들기. 도자기 핸드 페인팅까지 다양한 교육 프로그램을 진행했다.
지구를 생각하는 스타트업 ‘다시입다연구소’
패션산업이 환경에 끼치는 악영향을 알리고 의류 폐기물을 줄이기 위해 2020년에 시작된 비영리 스타트업이다. 다시입다연구소는 '다시 사용'을 통해 제로 웨이스트 의생활을 실천하는 사람들의 모임이며 ‘다시 입어’ 패스트 패션 사회를 끝내고 미래가 있는 오늘을 만드는 것이 목표다. 주요 활동으로는 21%파티, 21%툴킷, 21%파티위크가 있다. ‘21%’는 자신의 옷 중 안 입는 옷의 평균 비율이다. 옷장 속 평균 10벌 중 2벌의 옷은 입지 않지만, 너무 멀쩡해 버리지도 못하는 옷을 비용은 들이지 않고 교환을 통해 서로 바꿔 입어보는 것이다. 세계적으로 매년 1,500억벌 이상 생산되고 그중 73%는 매립, 소각되어 사라지는 옷이다. 버려지는 옷을 줄이기 위해 재활용(Recycle) 새활용(Upcycle)도 중요하지만, 그보다 먼저 이루어져야 할 환경 실천 방법은 재사용(Reuse)이다. 이미 만들어진 제품은 최대한 수명을 늘려 써서 최소한으로 버리는 것이 지구를 위한 제일 나은 방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