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끊이지 않는 원조 간판 논란? 어느 지역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이 진짜 원조

(대한뉴스 김건기 기자)=매일 무심하게 수없이 드나드는 도로에도 이름이 있고 고개를 들어 쳐다보면 무수한 건물에 간판이 걸려있다. 간판에는 세월, 문화, 주인장의 신념이 담겨있다. 얼마만큼 오래됐는지, 사람들이 무엇을 좋아하는지, 지역의 특산품이 무엇인지, 주인이 그 일을 소중하게 여기며 치열하게 일하는지를 읽을 수 있다. 최근 남산 돈가스, 해운대 암소갈비집 등 기존 업체 또는 신생 업체까지 자기네가 원조라며 홍보하는 통에 당최 어디가 원조고 맛집인지 알 수가 없다.

 

Q 00 원조집은 어디예요?

 

그 지역에 사는 사람은 저 음식을 굳이 줄까지 서서 기다리며 사 먹을 일인가 싶다고 한다. 하지만 여행객들은 그 지역에 자주 가는 것도 아니고 잘 모르기도 하니 일단 유명한 곳부터 갈 수밖에 없다. 그래서 이런 질문을 던진다. “00 원조집은 어디예요?”라고 묻는다. 사전적 의미를 찾아보니 처음 시작한 사람이다. 원조 감자탕, 원조 돼지국밥, 원조 맛집 등 자기네가 원조라며 원조 간판이 넘쳐난다. 그러다 보니 끊임없는 원조 논란이 된다.

 

최근 서울중앙지법 민사62(부장판사 이영광)는 부산에 있는 해운대암소갈비집이 서울에서 해운대암소갈비집이라는 상호로 식당을 운영했던 A씨 등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소송 1심에서 승소했다. 사람들은 비슷한 상호에 서울에 있는 갈비집이 마치 부산의 해운대암소갈비집과 같다는 착각을 충분히 할 수 있었다. 서울 식당은 부산 원조집에 5억원을 배상해야 한다.

 

남산 케이블카 타는 인근의 식당은 돈가스가 유명해지면서 돈가스 거리로 조성되었고 지금은 남산의 명물로 꼽힌다. 그런데 자신들이 남산돈가스의 원조라며 공방이 치열하다. 기존에 원조라고 알려진 101번지 남산돈까스는 원조가 아니고 진짜 원조는 소파로 23번지에 있는 남산돈가스라는 것이다.

 

음식뿐만 아니라 축제도 원조 논란을 이어가고 있다. 영덕군과 울진군이 원조 논란 속에 대게 축제를 따로따로 개최했다. 경상북도는 대게 어획량 감소로 공동이나 격년제로 축제를 열 것을 제안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고 한다. 코로나 이후 4년 만에 대면 행사여서 기대감이 큰 것은 이해하지만, 10억 이상의 예산을 꼭 그렇게 비슷한 축제 경비로 써야만 할까. 외지인은 두 지역이 같은 지역으로 착각하고 그것을 지켜보는 지역민들은 혀를 끌끌 찼을 것 같다.

 

국제적인 원조 논란거리도 있다. 중국이 김치가 자신들이 원조라고 했다. 중국에서 김치는 파오차이라고 하는데 그것은 소금, 산초잎, 고추, 물 등을 넣고 끓여서 식힌 후에 각종 채소를 넣고 밀봉하여 발효시킨 음식이다. 우리나라 김치와는 발효의 방법이 완전히 다르다. 삼계탕 원조 논란도 있었다. 2015년 방한했던 리커창 중국 총리는 삼계탕을 중국에 추천하고 싶다는 말을 남겼다. 그 말이 와전되었는지 오보였는지 삼계탕의 원조가 중국이라는 말이 나왔다. 한국 역사에서 삼계탕은 1917"닭국"이란 조선요리제조법에 나온 것이 처음이라고 한다. 이후 1924년에 닭국 영계백숙을 모두 담을 수 있는 명칭의 계탕"으로 변모하였다고 한다. 김치와 삼계탕 같은 황당한 보도를 대하면 한국 사람으로서 화가 나기도 하지만 그런 일이 생기면 즉각적인 대처가 중요하다.

 

Q 원조가 중요한가? 시대 변화로 광고의 의미만 남았다

 

세상에는 얼마나 많은 음식이 넘쳐나는가. 원조집이 어디라고 한들 원조집 따지는 게 무슨 큰 의미가 있을까(국가 간의 원조 논란은 반드시 따져 볼 필요가 있다). 음식이 유명해지면 사람들의 기대치가 높아진다. 기대치가 높아진 상태에서 직접 먹어 보고 무슨 맛이 이래, 별것도 아니네라며 실망하는 경우가 태반이다. 음식의 장점인 맛을 어필하기가 점점 어려워지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때로는 맛보다 화려한 꾸밈에 더 많은 신경을 써서 시각만을 자극하기도 한다. 시대도 변했고 사람도 달라졌다. 원조를 내세운 간판이 광고의 의미로만 남았다. 진짜 원조는 어린 시절 추억이 깃든 음식, 이야기가 있는 음식, 지역을 상징하는 대표 음식이 바로 원조일 것이다.

 

Q 원조 간판에 쌓인 시간이 모여 독특한 버스정류장 이름으로 재탄생

 

요즘은 네비게이션 발달로 주소만 입력하면 어디든 쉽게 찾아갈 수 있다. 한국 간판의 특징은 간판 자체가 때로는 길을 찾아가는 이정표가 된다는 것이다. 누군가와 약속할 때 “00 음식점 앞에서 만나자”, “00 약국 앞에서 기다릴게등 간판 이름을 대면 어느 길목에 있는지 알 수 있다. 오랫동안 제 자리를 지키고 있는 가게들은 버스정류장의 이름이 될 정도로 독특한 일도 있다.

 

경기도 포천시 소흘읍 죽엽산로 425에 있는 버스정류장 이름은 욕쟁이 할머니이다. ‘욕쟁이 할머니는 포천의 유명한 맛집이다. 욕은 들으면 기분 나쁜 것이 사실이지만, 이상하게 할머니가 내뱉는 욕은 욕이 아니라 애정이 듬뿍 담긴 푸근한 감정이 느껴진다. 식당의 상호가 버스정류장의 이름이 되면서 유명세? 를 타고 궁금증을 풀기 위해 포천을 찾는 발길이 이어진다. 지자체가 식당 상호를 알려 지역을 홍보하는 효과를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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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건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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