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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천기사

대한항공과 아시아나 합병 왜 외국 승인 받나?

역외적용조항 때문
합병을 계기로 살펴본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경쟁의 역사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항공사는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이다. 지난 32년간 국내 항공업계에서 양대 산맥의 경쟁 체제를 유지해 왔다. 국내 최대 항공사인 대한항공은 지난 2020년에 경영난에 빠진 아시아나항공 인수전에 뛰어들었다. 그런데 2개의 항공사가 합병하려면 전 세계 14개 국가의 승인 심사가 필요하다고 한다. 모든 나라가 승인해야 하고 단 한 국가라도 반대하면 합병은 무산된다. 국내 기업 간 결합인데 왜 외국의 승인을 받아야 하는지 궁금증이 생긴다.

 

역외적용조항 때문이라는데, 역외적용조항이란?

 

역외적용조항이란 한마디로 외국에서 행해진 행위에 대해서도 그것이 자국 내에 영향을 미치는 경우에는 국내법을 적용해 관할권을 행사할 수 있다는 뜻이다. 즉 합병 주체가 설립 상의 국적이 한국이라도 특정 국가가 합병에 따른 영향을 받는다면 그 나라의 국내법을 적용한다는 뜻이다. 복잡한 글로벌 시장경제 환경에서 국가 간의 교역이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있다. 국외에서 일어나는 행위라도 그 행위가 이루어진 국가와 직간접적인 교역이 있는 이상 국내시장에 어떠한 형태로든 어느 정도 영향을 미치게 된다. 따라서 한국을 포함한 주요 경쟁법 집행 국가들은 일정 규모 이상의 기업결합의 경우 관련 회사가 경쟁당국에 미리 신고하도록 하고, 경쟁당국의 사전심사에 따라 경쟁제한 우려가 없다고 인정되는 경우에는 기업결합이 승인된다. 그런데 승인하기 전 기업결합의 경쟁제한성 사전심사가 필요하다. 향후 탄생할 기업이 관련 시장에서 가격 인상 등 경쟁제한 효과를 초래할 수 있는 행위를 할 우려가 있는지를 미리 추측하는 작업이다. 따라서 경쟁당국의 재량적 판단이 개입될 수밖에 없다. 2개 항공사 합병에 경쟁당국의 심사가 필요한 이유다.

 

항공사 합병에 따른 경쟁당국은 14개 국가가 있다. 그중 합병을 위해 필수 신고국은 한국·튀르키예·대만·베트남·태국·중국·미국·EU·일본의 9개국이다. 임의 신고국은 말레이시아·싱가포르·호주·필리핀·영국의 5개국이다. 임의 신고국에서 영업활동을 포기하는 조건이면 허가를 받지 않아도 된다. 하지만 필수 신고국의 허가가 없으면 합병은 무산된다. 대한항공은 지난 20211월 공정위를 포함한 14개국 경쟁당국에 아시아나항공과의 기업결합 신고서를 제출했다. 그동안 11개국이 승인했으며 2024131일 대한항공은 필수 신고국가인 일본으로부터 승인을 받았다. 설명자료를 제출한 지 3년 만이다. 일본은 한국~일본 노선에서 시장 점유율이 증가할 것을 고려해 총 12개 노선 중 인천(김포)~오사카, 인천~사포로, 부산~후쿠오카 등 7개 노선의 시정조치를 요구했다. 대한항공은 해당 노선의 특정 시간대 이착륙할 수 있는 권리 일부를 다른 항공사에 양도하기로 했다. 다만 알짜로 꼽히는 김포~하네다 노선은 시정조치 요구 대상에서 제외됐다. 2월에는 유럽연합(EU)이 조건부 승인하면서 13개국의 심사가 완료되었고 앞으로 미국의 승인만을 남겨놓고 있다.

 

항공 정보 슬롯(Slot)이란 무엇인가?

 

슬롯이란 무엇인가? 슬롯은 항공기가 공항에서 이·착륙을 하거나 이동하기 위해 배분된 시간을 의미하며, 해당 시간대 운항을 허가받은 권리이다. 즉 항공기가 특정 시간대에 공항을 이용할 수 있는 권리이다.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합병에도 슬롯 확보가 무엇보다 중요했다. 항공사가 신규 노선을 취항하기 위해서는 슬롯이 확보되어야 우리나라와 상대국 정부의 운항 허가를 신청할 수 있고, 해당 노선이 지나는 국가들의 영공 통과를 비롯한 각종 허가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인천공항처럼 아무리 큰 규모의 공항이라고 해도 동시에 수십 대의 항공기가 뜨고 내릴 수는 없다. 항공기 주기장과 터미널 시설까지 고려하면 더욱 그렇다. 공항당국은 공항에서의 안전과 시설을 고려해 수용할 수 있는 범위 내에서 시간당 항공기의 운항을 제한하고, 운항 제한 횟수 내에서 항공사들에게 슬롯을 나눠주게 된다. 인천공항의 경우 항공기 이·착륙은 항공기 간 5마일(130~2)의 간격을 유지하고 있다고 한다.

 

대한항공 1969년 비행기에 태극마크 달고

민항의 역사 새로 쓰다

 

민항 산업은 곧 국가 발전의 상징이다. 1960년대 당시 근대화 계획을 추진하고 있던 박정희 대통령은 민항 발전이 곧 대한민국의 성장이라는 것을 확신하고 있었다. 대한민국 최초의 민항은 1948년 신용욱 사장이 설립한 대한민국항공사(KNA)’이다. 그러나 대한민국항공사(KNA)는 설립 후 한국전쟁을 겪으며 정부가 비행기를 징발해 갔고, 외화 유용 사건에 휘말리며 심한 경영난을 겪었다. 1962년 스스로 운항을 중단할 때까지 총 74개월 동안 우리나라에 있었던 유일한 국제노선이었다.

 

그 후 민항 산업에 손을 내미는 기업이 하나도 없었다. 이때 한진상사는 가장 많은 외환 보유액을 가진 한국을 대표하는 기업이었다. 당시 1인당 국민소득은 몇백 달러에 불과했는데, 한진상사가 5년간 남베트남에서 벌어온 돈은 약 15천만 달러가 넘었다. 정부의 강력한 입김도 있었지만, 조중훈 사장은 육··공을 아우르는 수송 그룹으로 도약하기 위해서는 항공 사업이 반드시 필요할 것이라는 예견을 하고 있었다. 또한 해외에 나갈 때 태극마크가 달린 비행기를 타면 어떨까 하는 소망도 있었다고 한다.

 

한진상사는 대한항공공사를 인수했고 19693대한항공이라는 이름으로 민항의 새로운 역사를 쓰기 시작했다. 먼저 한국 항공 산업의 발전을 위해 무제한 투자를 결정했다. 일반적으로 기업은 연간 예산을 미리 계획하는데 바로 이러한 예산 제도를 없애 버린 것이다. 수년간 매년 10억 원에서 15억 원 정도를 비행기 장비의 현대화와 직원의 교육비에 투자했다. 그 외 해외 노선 개설과 국내 노선 비행기의 제트기화를 통해 비행기를 선진화하기 시작했다. 대한항공은 1988년까지 우리나라 항공 산업의 주축이 되었다. 그러나 항공 산업이 지속해서 발전하려면 독점적인 구도에 의존하는 것은 좋은 방법이 아니다. 국제적으로도 여러 항공사가 경쟁하는 복수 항공사 추세가 증가하기 시작했다. 이에 우리나라도 제2 민항의 필요성이 제기되었다.

 

2의 민항 아시아나항공의 탄생

금호그룹이 낙점된 숨은 이야기 붉은색 동그라미

 

아시아나항공의 모태는 금호그룹이다. 금호그룹은 1988년 제2 민항의 회사명을 ()서울항공으로 정하고 자본금 50억 원으로 설립 등기를 마쳤다. 드디어 우리나라 항공 산업에 복수 항공사에 의한 경쟁 체제가 본격적으로 구축되기 시작한 것이다. 같은 해에 ()서울항공은 B737~400의 여객기 4대를 도입하는 계약을 체결하고, 회사명을 아시아나항공으로 변경하면서 본격적인 출발을 하게 됐다.

 

그런데 금호그룹이 제2 민항으로 항공 산업에 뛰어들게 된 데는 당시 항공 산업의 주변 정황상 필요성이 충분히 있었지만, 금호그룹이 낙점된 데에는 모종의 이야기가 숨어있다. 당시 전두환 대통령이 퇴임하기 하루 전날 결정되었다는 것이다. 바로 내일 퇴임식을 할 예정이었던 대통령이 갑자기 행정 비서관에게 우리나라 50대 재벌 그룹 명단을 가져오게 했다. 행정 비서관은 영문도 모른 채 그저 50대 재벌 명단을 가져갔다. 이때 전두환 대통령은 아무 말도 없이 명단에 포함된 금호그룹이라는 글자에 붉은색 동그라미를 쳤다. ‘2민항의 사업자가 금호그룹으로 선정되었다는 설이다.

 

또 다른 설은 이런 것이었다. 금호그룹은 1946년 박인천 사장이 택시 2대를 운영하는 광주택시로 사업을 시작한 이후, 19489월 광주여객자동차(현 금호고속)를 설립하여 버스운송사업에 진출했다. 육지에서 금호버스와 한진버스가 서로 경쟁 관계어 있으니 하늘에서도 가장 적절한 카운터 파트너가 될 것이라는 이야기가 분분했다. 그 외 전두환 대통령이 호남을 배려한다는 차원에서 시작됐다는 설도 있다. 또 누군가는 제2 민항을 출범시키고 퇴임하면 훗날에도 역사적 인정을 받지 않겠느냐는 부하의 조언을 전두환 대통령이 받아들였다는 설도 있었다.

 

아시아나항공은 새 비행기’ ‘대한항공은 헌 비행기라는 광고 등장

서비스 정신을 강조한 ‘1명의 승객과 12명의 항공사 직원

 

2 민항으로 출범한 아시아나항공은 앞선 경쟁 업체인 대한항공과 하늘을 두고 치열한 경쟁을 벌였다. 아시아나항공은 서비스 정신과 새 비행기로 승부수를 띄웠다. 당시 아시아나항공은 새 비행기’ ‘대한항공은 헌 비행기라는 광고 문구까지 등장했다. 서비스 정신을 강조한 ‘1명의 승객과 12명의 항공사 직원일화도 유명하다. 비행기가 한 번 뜰 때에 필요한 인원은 기장과 부기장, 스튜어디스 등 총 12명이다. 승객이 1명뿐이라면 사실 비행기를 띄운다는 것 자체가 불가능에 가깝다. 그러나 아시아나 항공은 1명의 승객을 태우기 위해 12명의 직원이 탑승하며 높은 서비스 정신을 몸소 실천했다.

 

비행기를 타려면 탑승수속을 하는데 그 자리를 놓고 두 항공사는 치열한 카운터 자리 확보전을 펼쳤다. 좋은 카운터의 자리는 승객들의 눈에 빨리 띄고 그런 점에서 브랜드의 홍보 역할은 물론 수익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주기 때문이다. 공항공사 측에 따르면 서로 중재를 하려고 해도 도저히 해결책이 보이지 않았다고 한다. 아시아나항공은 신생 회사이기 때문에 어느 정도는 혜택을 주어야 공평한 경쟁 관계가 성립되지 않겠냐고 항의했고, 대한항공은 우리가 더 많은 비행기를 띄우고 있으니 당연히 우리에게 넓고 좋은 자리를 주어야 한다고 맞섰다. 그 외 공항에 사무실 위치를 정하는 것과 서로 더 고급스러운 일등석 라운지를 만들기 위해서도 경쟁을 벌였다.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이 한 치의 양보도 할 수 없었던 것은 거대한 이권과 연결되기 때문이었다. (자료 참조 : 공항르포르타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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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혜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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