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 태조는 아들들이 임금의 자리를 놓고 서로 죽이며 싸우자 화가 나 함홍으로 갔다. 형제들 가운데 임금이 된 태종은 함흥으로 신하를 보내 태조를 모셔 오게 했다. 태조는 함흥에 오는 신하들을 죽이거나 옥에 잡아 가두어 돌려보내지 않았다. 그래서 보러 갔다가 돌아오지 않는 사람을 두고 함홍차사라고 부르게 되었다. 그러던 어느 날 태조는 화가 가라앉았는지 한양과 가까운 곳으로 가겠다고 했다. 태종은 태조가 있는 곳으로 가서 잔치를 열었다. 태조를 기쁘게 해 드리려고 천막도 치고, 풍악도 울렸다. 마음이 들뜬 태종과 달리 신하 하륜은 불인한 느낌이 들었다. “상왕(태조)께서 전하를 곱게 용서해 줄 리가 없는데 이상하군. 혹시 전하를 해치시려는 걸까?”라고 의심했다. 활을 잘 쏘는 태조가 마음만 먹으면 화살로 태종을 맞힐 수도 있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천막 사이사이에 튼튼하고 큰 기둥을 많이 세웠다. 혹시 태조가 활을 쏘면 태종이 기둥 뒤로 몸을 피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였다.
잔치가 열리는 날, 태종은 기쁜 마음으로 길을 나섰다. 하지만 여전히 화가 풀리지 않았던 태조는 하륜의 예상대로 태종을 향해 활을 쏘았다. 동생을 죽이고 왕이 되다니, 그러고도 네가 만백성의 어진 임금이라고 할 수 있느나! 태종을 향한 화살은 하륜이 미리 세워 둔 기둥에 꽂혔다. 기둥 덕분에 태종은 목숨을 건질 수 있었다. 태조는 태종에 대한 미움을 모두 버리지 못해 한양으로 돌아가지 않고 근처에 머물렀다. 태조가 한양 근처에서 머무는 동안 삼정승(영의정, 우의정, 좌의정)이 그곳에 모여 나라 정책을 결정하는 의정부 회의를 했다. 그래서 그곳을 의정부라 부르게 되었다.
서울시 서초구 방배동
세종에게 왕위를 양보한 양녕 대군이 등을 돌려 떠난 곳
태종은 첫째 아들인 양녕 대군에게 왕위를 물려줄 생각이었다. 하지만 양녕 대군은 과연 자신이 조선을 평화롭고 튼튼한 나라로 만들 임금이 될 수 있을지 걱정이었다. 아무리 생각해도 훌륭한 임금이 되기에는 자신이 없었다. 지혜롭고 인자한 충녕 대군에게 왕위를 양보하기로 마음먹었다. 그래서 궁중 생활의 규칙을 어기고 사냥하러 다니며 자유롭게 살기 시작했다. 이에 신하들은 양녕 대군은 임금의 자질이 부족하다고 태종에게 아뢰었다. 태종은 고민 끝에 양녕 대군 대신 충녕 대군에게 왕위를 물려주게 되었다. 그리고 양녕 대군은 괜한 오해를 하지 않도록 한강의 남쪽에만 머물렀다. 당시 한강 남쪽에 있다는 것은 한양을 벗어나서 시골에 머문다는 뜻이었다. 양녕 대군은 시골에 머물면서 절대 한강을 넘지 않았다고 한다. 즉 스스로 등을 돌려 한양을 떠난 곳이라 하여 사람들이 방배라 불렀다고 전해진다. 그곳이 오늘날의 방배동이다.
서울시 양천구~강서구에 이르는 곰달래로
여인의 슬픈 사랑이 전해지는 곳
백제의 처녀 총각인 음월이와 음소는 서로 결혼을 약속했다. 그런데 신라와 백제 사이에 전쟁이 일어났다. 음소는 전쟁터에 나가게 되었고, 전쟁에 나서면서 음월에게 말했다. 동산에 둥근달이 떠오르면 백제가 이긴 것이니 나를 기다리고, 칠흑 같은 밤이 되면 백제가 진 것이니 나를 잊고 다른 사람을 찾아 떠나라고 했다. 날이 흘러 어느 날 동산에는 둥그런 달이 떠올랐다. 음월이는 백제가 이겼다며 음소를 볼 수 있어 무척 기뻐했다. 그런데 웬일인지 먹구름이 끼더니 하늘이 캄캄해졌다. 음월이는 백제가 전쟁에 지고 음소도 목숨을 잃었다고 생각했다. 다른 사람에게 시집간다는 건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그래서 캄캄한 밤하들을 원망하며 산 아래로 몸을 던져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얼마 후 다시 먹구름이 걷히더니 둥그런 달이 나타났다. 멀리 음소가 걸어오고 있었다. 하지만 음소가 도착했을 때는 음월이는 이미 목숨을 끊은 뒤였다. 그 후 서글픈 두 남녀의 사랑이 끝나 버린 이곳을, 밝고 고운 달빛이 비치는 내가 흐르던 곳이라는 뜻으로 곰달내라고 불렀다. 곰달내는 발음이 조금 바뀌어 곰달래가 되었고, 그 주변에 이르는 도로를 1984년부터 ‘곰달래길’로 부르다가 2010년 이후 도로명에 따라 ‘곰달래로’로 부른다. 하지만 주민들은 여전히 곰달래길이라고 부른다. 위치는 서울시 양천구 신월동에서 강서구 화곡동을 지나 양천구 목동을 잇는 길이 2.8km의 왕복 2차선 도로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