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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일반

김원모 발행인의 아름다운 인연 - 21 양영진 사장

양영진 사장과 발행인과의 일화

[인터넷 대한뉴스] 글 조애경 기자  | 사진 안지형 기자

 

 반쪽 찾아주기 프로젝트

 

서울 용두동에서 남일 카센터를 운영하는 양영진 사장. 한결같은 인연을 떠올리면 가장 먼저 스치는 이가 바로 그다. 비록 얼굴에는 켜켜이 쌓인 세월의 훈장이 가득하고, 도란도란 가정을 이루었으니 예전처럼 허물없이 막대할 수는 없지만, 발행인에게 양 사장은 수십 년 동안 입고 신어 온 옷과 신발처럼 익숙하고 편안하다. 1985년에 처음 만났을 때 모습 그대로 여전히 순수함을 간직한 뚝심 있는 인연. 발행인은 처음 대면했을 때의 양 사장을 떠올렸다.


“홀어머니를 모시고 살았던 양 사장은 참 진국이었어요. 자연과 동심이 소박하고 아름답게 녹아 있는 느낌이랄까. 백 마디로 표현해야 할 것을 될 수 있는 대로 짧고 간결하게 함축하는 양 사장은 남자가 봐도 참 괜찮았어요. 그런데 도통 장가갈 생각을 하지 않는 겁니다. 만나고 헤어질 때면 뒷모습이 어찌나 쓸쓸하던지. 참 괜찮은 양 사장에게 어울리는 반쪽을 소개해주고 싶었어요.” 양 사장이 말을 이었다. “능력이 없는데 어떻게 결혼할 생각을 했겠습니까. 결혼은 저랑 인연이 없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형님을 만나 참 여기저기 끌려다니면서 선을 봤습니다.”


중매를 자처한 발행인은 충청도까지 가서 아가씨를 섭외했다. 그런데 문제는 양 사장이었다. 한사코 선을 보지 않겠다고 거절하는 통에 양 사장이 직원들과 남한산성으로 야유회를 간다는 정보를 입수한 발행인은 부랴부랴 남한산성까지 아가씨를 데리고 나왔다고. 하지만 한참 뒤 멀리서 이 둘을 지켜보던 발행인은 나지막하게 한숨을 쉬고 말았다. 아가씨가 혼자 너털너털 내려오고 있었던 것이다. 상황은 이랬다. 숙맥 양 사장은 할 얘기가 없어 내내 초조해하다가 그만 잠이 들었고, 이를 어이없어하던 아가씨가 마침내 자리를 뜬 것이다.

 

하지만 발행인은 양 사장의 ‘반쪽 찾아주기 프로젝트’를 멈출 수 없었다. “남대문에 있는 친구 사무실에서 알뜰하고 야무진 경리 아가씨를 봤습니다. 애달픔과 아름다움이 동시에 느껴지더군요. 이 아가씨다 싶더라고요. 아가씨를 설득해 시청 앞에 있는 프라자호텔의 커피숍을 예약하고 양 사장을 기다렸죠.

 

그런데 10분이 지나도 30분이 지나도 나타나지 않는 겁니다. 1시간이 지났을까. 손톱 아래에 기름때가 꼬질꼬질 낀 채 양 사장이 주뼛주뼛 등장했습니다. 아가씨가 웃더라고요. 이번에도 글렀구나 싶었는데 아들을 둘이나 낳고 지금까지 알콩달콩 잘 살고 있습니다.”


대가 없는 선행, 삶이 풍요롭다 

 

마치 드라마 한 편을 본 듯한 흥미진진한 이야기에 푹 빠져있던 기자가 정신을 차리고 물었다. 당시 전국에 괜찮은 아가씨를 섭외하느라 비용도 만만치 않게 들었을 텐데 그건 다 어떻게 했느냐고.

 

양 사장이 말했다. “충청도에서 아가씨를 모셔온 것부터 프라자호텔 맞선 비용까지 다 형님이 냈습니다. 치밀하게 계산하고 한 행동이 아닌데 무언가를 요구한다는 건 말이 안 된다며 아무리 고마운 마음을 전달하려고 해도 받지 않더라고요. 매번 당신은 하나지만, 저는 직원들도 챙겨야 하니 마음만 받겠다며 한사코 정중히 제 마음을 거절했습니다.”


결혼이 성사되었어도 발행인은 옷 한 벌은커녕 자동차 정비 또는 세차조차 공짜로 맡겨본 적이 없단다. 대가를 바라지 않는 발행인의 선행은 ‘돈이면 다 된다’는 생각은 그야말로 고정관념에 지나지 않는다는 식이다.

 

“제가 가장 소중한 인연을 만나 자식을 낳고 행복한 가정을 꾸리는데 누구보다 동분서주했던 분이 형님입니다. 정직하고 도리를 아는 모습이 늘 한결 같아요”

 

양 사장의 말에 발행인이 덧붙였다. “이렇게 저를 믿고 의지해서 ‘형’이라고 불러줄 때면 이상하게 가슴 저 끝이 찡해요. 소리 없이 삶이 풍요로워졌다고 할까. 저라고 왜 돈이 필요 없었겠습니까. 아침 먹으면 점심을 걱정하던 때였고, 10원이 아쉬웠는걸요. 그러나 제가 만 원을 필요 없는데 쓰는 것보다 천 원을 쓰더라도 꼭 필요한 데 쓰면 돈의 가치는 그만큼 높아지잖아요. 다시 그 시절로 돌아가도 저는 또 그렇게 했을 겁니다.”

 

고향과도 같은 푸근한 웃음을 보이는 발행인. 자신이 옳다고 생각한 길을 고집스럽게 걸어온 그에게 남은 것은 언제고 기댈 수 있는 인연이다.   

 

 돈 보다 중요한 것은 사람이다 

 

작은 부탁에도 사례비가 오가는 세상이다. 아침에 눈을 뜨면 뇌물수수와 각종 비리로 얼룩진 뉴스 기사가 쉴 새 없이 터져 나온다. TV를 틀기 싫을 정도다. 특히 평생을 나라와 조직을 위해 몸바쳐 국민에게 존경받던 인물이 돈 때문에 초라한 뒷모습을 보이며 쓸쓸하게 퇴장하는 모습을 지켜보거나, 몇 조 원을 가지고도 친형제끼리 다투고 고소하며 형제간의 우애를 무색하게 할 때면 사는 게 다 부질없게 느껴지기도 한다.

 

최근 국민적 관심을 끄는 전두환 전 대통령의 은닉재산 추징 사건도 힘을 빼는 일 가운데 하나. 발행인이 이에 대해 열었다. “견물생심이라는 말이 있어요. 눈에 보이면 욕심나기 마련이죠. 하지만 그냥 다 내 것으로 생각하면 어떨까요. 금수강산이 모두 대통령 것이라는 마음가짐으로 아끼고 잘 치리했다면, 임기를 마친 뒤 혹 변변하게 먹고 입을 것이 없어도 국민들이 대통령의 보호자가 되어줄 겁니다.

 

대통령을 지켜주고, 대통령 편이 되어주는 국민. 이건 가능한 이야기입니다. 정부 말기가 되면 하나둘 기존 정부의 흠이 드러나지만 정부의 치부를 드러내는 것을 좋아하는 국민이 어디 있습니까. 어쩌면 정의 실현을 위한 국민의 열망이 간절한 만큼 그 표현이 과격한지도 모르겠습니다.” 

 

발행인의 말을 조용히 듣던 양 사장은 “형님은 평범한 삶을 비범한 삶으로 바꾸어주는 매력이 있어요. 있는 듯 없는 듯 살고자 했던 제 삶을 통째로 바꾸었죠. 적극적인 태도, 긍정적인 생각이 삶을 최고로 만들어준다는 형님의 마인드에 저도 이제 모든 가능성을 열고 살게 됐습니다”라며 10년 치 해야 할 표현을 오늘 다 한 것 같다고 머쓱해한다. 공치사도 괜한 칭찬도 둘 사이에는 불필요해 보였다.   

 

“아우가 능력이 없어 결혼을 포기했다고 했는데, 재산이라는 거 별거 아닙니다. 자식에게 아무리 많은 재산을 물려줘도 부모가 원하는 방향으로만 자라는 자식이 몇이나 될까요. 우리 사회에는 부모에게 10원도 물려받지 않은 사람들이 사회 곳곳에서 큰 숲을 이루며 살아가고 있습니다. 이들이 만약 부모에게 물질적인 재산을 물려받았다면 지금과 같은 ‘정신’과 ‘사상’을 가지고 사회의 주역이 되었을까요. 자녀들은 부모에게 돈 버는 법을 배우는 것이 아니라 부모가 살아온 길, 인연이 됐던 사람들을 보고 자랍니다. 바르게 자란 이들이 더 큰 인연과 우정을 나누며 살아가는 것이 참된 재산 아닐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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