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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일반

재난 대처하는 위기관리 리더십 관건

   
▲ 지난해 12월 22일 경북 경주시 월성원자력본부 교육훈련센터에서 열린‘사이버공격대비 모의훈련’중 직원들이 사이버공격을 받을 경우 발전소가 안전상태를 유지할 수 있도록 대응하는 훈련을 펼치고 있다.

모두 300여 명의 사망자와 실종자를 양산한 세월호 침몰사건은 국민들로 하여금 국가재난안전망의 근본적인 정비가 필요하다는 강한 인식을 불러일으켰다. 정부 역시 이를 바탕으로 대형재난 및 사고에 대한 안전망 강화를 위해 지난해‘국민안전처’를 신설했다.

세계 10대 무역대국,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회원국, 유엔안보리 비상임이사국, 하계올림픽 및 월드컵축구대회 개최국…. 바로 대한민국의 국제적 위상을 표현하는 말이다. 그만큼 국력이 신장되고 국격이 높아졌다는 사실을 가리킨다.

  그러나 그에 걸맞지 않게 각종 대형재난과 사고가 끊이지 않아 국민들의 불안감은 좀처럼 가시지 않고 있다. 세월호 침몰사건 이후에도 공단 내 유독가스 누출, 열차 탈선 및 추돌, 제2롯데월드 누수 등 안전을 위협하는 돌발사고·사건이 끊이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철저한 대비를 위해 국가안전망을 한층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더욱 확대되고 있다.

근본적인 대책 미흡
  1993년 서해 페리호 침몰, 1994년 성수대교 붕괴, 1995년 대구지하철공사장 가스폭발 및 삼풍백화점 붕괴, 2003년 대구지하철 화재…. 이 모두가 과거 국내에서 사회적 파장을 크게 일으켰던 대형사고들이다. 사고가 발생할 때마다 당국은 위원회 등 특별기구를 구성하고 각계 전문가들을 초빙해 원인과 수습 방안을 마련하는 등 유사한 종합대책을 되풀이했다. 이를테면 해상안전사고 종합방지대책(서해 페리호 침몰), 건설재해예방을 위한 종합대책(성수대교 붕괴), 건설부실방지 및 건설산업경쟁력 강화대책(삼풍백화점 붕괴), 지하철 운영과 방재에 관한 종합안전대책(대구지하철 화재) 등이다.

  또 사고 수습이 마무리된 후 발간한 백서마다‘부실한 설계와 시공’,‘안전진단 미비 및 지도감독 소홀’, ‘규정 위반’,‘전문인력 부족’,‘사고 발생 후 구조과정 시 초동조치 미흡’,‘현장지휘체계 혼선’등의 문제점이 거듭 반복됐다. 그럼에도 당국은 사고 발생 시 주무부처 장관 사임 및 사과, 실무자 처벌, 사망·부상자 및 유족 보상 선에 그쳐 대형재난 및 사고에 대처하는 변화된 모습을 제대로 보여주지 못했다.

  박근혜 대통령 역시 지난 2012년 대선후보 시절‘스마트형 재난관리시스템 도입’과‘재난관리업무 일원화를 통한 통합시스템 구축’을 공약으로 내세웠다. 또 당선 후 인수위원회를 통해 통합재난대응시스템 구축을 밝혔으며, 종래의 행정안전부를‘안전행정부’로 변경해 국민안전에 만전을 기하겠다고 다짐했다. 그러나 세월호 침몰사건을 겪으며 사고 초기의 미흡한 대처와 통합된 컨트롤타워의 부재가 큰 허점으로 드러났다. 더욱이 실종자 구조작업이 체계적으로 이뤄지지 못함에 따라 재난관리체제의 근본적인 변화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이어지고 있다.

   
▲ 지난해 10월 오픈한 서울 송파구 제2롯데월드의 지하 2층 벽면에서 누수현상이 발생하는 등 안전성 문제가 우려되고 있다.

선진국 사례 참고할 만
  대규모 재난을 큰 피해 없이 수습한 몇몇 선진국의 사례는 충분히 참고할 만하다. 이는 사전에 최적화된 매뉴얼을 통한 철저한 대비훈련이 효과를 나타냈기 때문이다. 또 사고 발생 시 컨트롤타워를 일원화해 관련기관별로 유기적인 협조체제를 구축한 것도 중요한 요인이다.

  지난 2007년 1월 영국해협을 건너던 대형컨테이너선 나폴리호의 침수사고는 그 좋은 예다. 당시 운항 중 폭풍을 만나 기관실이 침수되며 좌초 직전의 위급상황에 처한 나폴리호에는 26명의 선원이 탑승해 있었으며 무려 4,000톤의 연료유가 실려 있었다. 선박 전체가 가라앉을 경우 연료유 대부분이 바다로 유출돼 대규모 해양오염이 불을 보듯 뻔한 상황이었다. 그러나 해양사고 관련 중요의사결정과 구조작업을 정부의 간섭 없이 독자적으로 지휘·감독할 수 있는 영국 선박구난관리대표부(SOSREP)가 전면에 나섰다. 선박구난관리대표부는 확실한 컨트롤타워 역할을 하며 사고선박을 예인해 영국 남동해안에 임의로 좌초시키는 신속한 결정을 내려 대형 해양오염사태를 방지할 수 있었다.

  2009년 1월 승객 150명과 승무원 5명을 태운 미국 US에어웨이 여객기가 뉴욕 허드슨강에 불시착한 사례도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 당시 뉴욕 라과디아공항을 이륙한 지 1분 만에 여객기 양쪽 엔진이 공중을 날아다니는 새 떼와 충돌해 멈추는 사고가 일어났다. 이때 여객기 기장은 항공관제소와 수시로 연락을 취하면서 비상착륙 후 승객들이 안전하게 구조될 수 있도록 힘을 쏟았다. 결국 사고 발생시점으로부터 불과 3분 후 구조선과 헬리콥터가 총동원됐고, 1시간 만에 탑승자 전원이 구조돼‘허드슨강의 기적’을 이뤄냈다. 이 사건에서 미국 연방재난관리청(FEMA)을 중심으로 한 재난대응시스템의 효율성이 뚜렷하게 나타났다. 대규모 재난 시 28개 연방정부기관과 적십자사 등 민간단체를 총괄하는 연방재난관리청은 사고 당시 현장을 가장 잘 파악하고 있는 뉴욕항만청에 즉각 구조작업을 일임해 전원구조라는 성과를 달성한 것이다.
 

   
▲ 대구소방안전본부가 지난해 12월 19일 달서구의 한 유해화학물질 취급업체에서‘다수인명피해 방지 및 현장대응력 강화를 위한 특수재난대응훈련’을 하고 있다.

국민안전처 신설
  세월호 침몰사건을 계기로 안전에 관한 국민의식이 고조된 가운데 정부는 지난해 11월‘국민안전처’를 신설했다. 이로써 대형재난 및 사고 대처과정에서 드러난 안전체계의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 육상과 해상, 자연재난과 사회재난으로 분산된 재난대응체계를 통합하고 재난현장에서의 전문성과 대응성을 강화하는 데 초점을 뒀다. 특히 육상과 해상 재난의 통합 관리를 위해 기존의 소방방재청과 해양경찰청이‘중앙소방본부’와‘해양경비안전본부’로 개편돼 국민안전처 산하기관으로 자리매김하게 됐다. 또 해양수산부의 항만해상교통관제센터도 국민안전처로 이관됐다.

  그밖에‘재난 및 안전관리기본법’이 개정돼 대규모 재난 발생 시 국무총리가 중앙대책본부장을 맡아 실제상황에 효과적으로 대응하는 등 사고수습과정의 총괄·지휘·조정 기능이 더욱 강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또 대통령비서실에 재난안전비서관을 신설해 재난안전분야에 대한 대통령 보좌기능이 확충될 것으로 보인다.

  현재 이번 국민안전처 신설과 재난관련 법률 개정이 국가재난안전망 강화의 첫 발걸음이 될 것인지는 미지수다. 다만 법과 제도를 운용하는 당국의 명확한 재난대처 마인드 고취와 위기관리 리더십 발휘 여하에 따라 그 성패가 달려 있다고 판단할 수 있다.

 “재난안전관리에 대한 정보화 투자에 국민적 공감대 필요”
- 지난해 11월 신설된 국민안전처가 산하기관 공무원까지 1만명이 넘는 비대한 조직이라는 평가가 있는데?
신설 당시 재난, 소방, 해경 세 조직이 통합된‘한지붕 세가족’이다 보니 의사결정 지체나 비효율 노출 등을 우려하는 일부 시각이 있었다. 이를 불식하기 위해 장관께서 취임사를 통해‘화학적 융합을 통해 콘크리트처럼 하나가 되자’고 강조했다. 특히 신속한 의사결정을 위해 보고체계를 단순화하고 긴급사안에 대해서는 장관에게 직접 보고하도록 하는 지침이 마련돼 현재 그 효과가 나타나고 있다.
- 12월에는 인터넷 안전신고포털사이트‘안전신문고’가 대폭 개편됐다.
기존의 국민신문고와는 별도로‘안전신문고’는 안전 분야에 대해 국민들의 참여를 요청하기 위해 지난해 12월 12일 오픈했다. 즉 주변에 안전을 위협하는 요소나 재난 징후가 있을 때 직접 신고할 수 있도록 포털을 마련한 것이다. 안전관리에 관한 정보와 안내도 겸하는 안전신문고가 활성화되면 국민들에게 안전의식을 고취시키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으로 판단한다.
- 재난정보통신과의 주요 업무에 대해 소개한다면?
재난정보통신과의 주요 업무는 국가 전체의 재난안전정보통신체계를 총괄 조정하는 것이다. 이는 과거 소방방재청 정보화담당관실의 일부 업무였는데, 대형재난 및 사고를 겪으며 전문화해야 한다는 요구에 따라 이번에 별도 부서로 신설됐다. 구체적으로 중앙부처에서부터 기초지방자치단체까지 연결돼 재난상황 감지, 전파, 정보분석, 상황 관리를 가능하게 하는 재난관리정보시스템(NDMS)을 운영하고 있다. 또 기지국과 시스템 장비를 구축해 서울·경기지역 경찰관과 소방관의 휴대용 무전기까지 연결돼 있는 통합지휘무선통신망(TRS)도 운영 중이다. 기타 영상정보 전송이 가능한 LTE방식의 차세대 재난안전통신망을 구축하고 있다.
- 재난관리정보화에 많은 예산이 소요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재난관리정보시스템(NDMS)을 운영하는 데 연간 약 40억원, 통합지휘무선통신망(TRS)에는 연간 약 30억원의 유지보수비용이 소요된다. 사실 지금까지 재난안전관리에 대한 정보화 투자는 매우 적었다. 사건·사고 발생 시 직접 발로 뛰는 경향이 잦아 정보화나 시설 분야에 투자할 여유를 미처 갖지 못했기 때문이다. 이제 국민들이 사회전반의 안전인프라 구축은 필수적이라는 공감대를 갖고 해당 분야의 투자에 대해 호응해 주셨으면 한다.
- 향후 부처 운용방향을 밝힌다면?
장관께서 취임사를 통해 예상되는 난관에 미리 철저하게 대비하자는 의미로‘교토삼굴(狡兎三窟)’이라는 사자성어를 언급했다. 즉 국민 생명과 재산을 보호한다는 사명감과 희생정신을 바탕으로 각종 재난에 대한 철두철미한 예방과 사전 점검을 펼치는 것을 기본 방향으로 하고 있다.

   
▲ 국민안전처 재난관리실 재난정보통신과 심진홍 과장이 본지 박현 기자(왼쪽)에게 재난관리정보화의 중요성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사진=장해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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