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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일반

평생직장의 개념이 사라지는 사회적 현실 잡호핑(Job-Hopping)족

   
▲ 잡호핑족은 장기간의 경기불황 속에 주기적인 이직을 통해 새로운 활로를 개척하려는 직장인들을 가리킨다. 사진은 지난달 6일 서울 건국대학교에서 열린 기업채용설명회 모습.

최근 자신의 경력을 쌓고 전문성을 높이기 위한 목적으로 2~3년씩 단기간에 직장을 옮기는‘잡호핑족’이 늘고 있다. 이는 장기간의 경기불황 아래 고용불안이 심화되고 평생직장의 개념이 사라져가는 사회적 현실을 배경으로 하고 있다.

  국내 한 중견제조업체 구매팀에 근무하는 A과장(36). 그가 현재 다니고 있는 직장은 벌써 4번째에 해당한다. 28세에 규모가 작은 중소기업에서 첫 직장생활을 시작한 이후 한 직장마다 평균 2년씩 근무한 셈이다. 보통 직장을 자주 옮길 경우 으레‘조직생활에 적응을 못한다’거나‘업무능력이 떨어진다’는 등의 부정적인 말들이 나오게 마련이지만, A과장에 대한 상사나 팀원들의 평가는 높은 편이다. 유창한 영어실력, 거래처와의 원만한 협력 등 뛰어난 업무능력과 무난한 대인관계 등 직장인으로서 별다른 결함이 보이지 않기 때문. A과장은 자주 이직을 한 데 대해“새롭게 도전하며 다양한 경험을 쌓는 것이야말로 미래에 가장 큰 자산이 될 것”이라며 긍정적인 마인드를 내비쳤다.

  이처럼 최근 국내 직장인들 사이에서 업무역량 개발, 급여 등 처우 향상, 경력 확충 등을 목적으로 2~3년마다 이직하는‘잡호핑족’이 크게 늘고 있다. 잡호핑(Job-Hopping)족은‘폴짝폴짝 여기저기 뛰어다닌다’를 뜻하는 영어단어‘hop’에서 유래된 용어로서, 장기간의 경기불황과 저성장 속에 주기적인 이직을 통해 새로운 활로를 개척하려는 젊은 직장인들을 가리킨다.

‘철새직장인’과는 달라
  잡호핑족은 장래에 대한 명확한 방향과 계획을 세우고 체계적으로 이직을 실행한다. 또한 도전정신과 성취욕구, 자기개발의욕이 강하고 다방면에서 뛰어난 역량을 갖춘 인재들이 많다는 것도 이들의 특징이다. 따라서 조직이나 인간관계에 대한 불만, 부적응 등의 이유로 직장을 자주 옮기는 이른바‘철새직장인’과는 확연히 구분된다.

  그렇다면 잡호핑족이 늘어난 원인은 무엇인가? 우선 지금의 20, 30대 젊은층은 무엇보다 선택의 자유를 중시하는 세대다. 가급적 한 곳에 얽매이지 않고 자신의 적성과 능력에 맞는 일을 다양하게 찾으려는 특성을 지닌다. 이들 세대가 기업마다 대거 유입되면서 새로운 직장풍속도가 자리매김하게 된 것이다. 이는 과거 1970~80년대 경제개발시기 직장인들의 모습과는 사뭇 다르다. 당시만 해도 퇴직할 때까지 계속 한 곳에서 근무하는 직장이 바람직하다는 인식이 강했기 때문이다. 그러다보니 간혹 이직하는 경우가 있어도 큰 주목을 받지 못하거나 심지어는‘직장생활에 적응이 안돼 옮긴다’는 식으로 낮춰 보는 일이 비일비재했다. 그러나 지금은 달라졌다. 세태의 변화 아래 이직에 대한 인식이 크게 전환되고 있기 때문이다.

  또 하나의 주된 이유는 기업마다 인재영입 경쟁이 가열되고 있는 데서도 찾을 수 있다. 이윤을 창출하고 실적을 쌓는 개개인의 역량을 높이 평가하게 되면서 종래 경력자에 대한 비판적인 인식이 크게 변화된 점도 크게 작용하고 있는 것이다. 갓 입사한 신입사원의 경우 업무교육과 조직적응을 위해 상당한 시간과 노력, 경비가 소요됨을 감안할 때, 이들 잡호핑족은 채용 즉시 실무에 바로 투입할 수 있다는 이점이 기업에 큰 매력으로 다가오기 때문이다.

증가 추세
  국내에서 잡호핑족이 늘어난 사회적 배경은 지난 1997년 IMF경제위기와 2008년 미국발 금융위기를 겪고난 후 장기불황 속 고용불안이 심화된 데 있다. 고용안정이 보장되지 않는 환경이 조성되면서 스스로 앞길을 개척해야 한다는 사고방식이 젊은층을 중심으로 각인되기 시작한 것이다. 더욱이‘평생직장’대신‘평생직업’ 개념이 등장하며 능력과 역량을 키워 자신의 값어치를 최대한 높이려는 마인드가 자리 잡게 된 것도 잡호핑족 증가에 한몫했다고 볼 수 있다.

  잡호핑족의 출현을 비정규직 증가의 직접적인 산물로 보는 일부 시각도 존재한다. 지난해 8월 기준 600만명을 넘어 국내 전체 임금근로자의 30% 이상을 점유할 정도로 비정규직 근로자가 확산되는 현실과 밀접한 관계가 있다는 것이다. 다수 기업이 인건비를 포함한 경비를 줄이기 위해 비교적 해고가 자유로운 비정규직을 늘리면서 신분이 불안정한 직장인이 한 회사에 길게 근무하는 경우가 대폭 줄어든 사실과 맞물린다는 지적이다.

  기업 입장에서 잡호핑족 증가에 대해 적절한 대처는 필요하다. 잡호핑족의 특성상 새로운 분야를 적극적으로 즐기며 다양한 경력을 쌓으려 하기 때문에 ‘직무순환제도’를 활성화해 이들의 욕구도 충족시키고 기업활동의 내실화도 가져오는 전략을 구사할 필요가 있다. 또 확고한 마스터플랜을 제시해 회사의 장래에 대한 긍정적인 인식을 새기도록 하는 것도 좋다. 잡호핑족이 회사를 떠난 후에도 네트워크를 구축해 지속적인 관계를 맺는 일도 중요하다. 필요할 경우 재고용될 가능성도 있기 때문이다.

  이제 각 개개인이 특정 조직에 몸담기보다는 새로운 인재로 거듭나기 위해 다양한 경험을 쌓고 능력을 향상시키려는 흐름이 확대될 것으로 보여 향후 잡호핑족의 증가 추세는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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