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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국시대부터 술 익는 한반도
우리나라 술에 대한 최초의 기록은『고삼국사기(古三國史記)』에 있다. 고구려를 세운 주몽의 건국담 중에 해모수가 능신 연못가에서 하백의 세 자매를 취하려 할 때 미리 술을 마련해 놓고 먹여서 취하게 한 다음, 수궁으로 들어가지 못하게 하고 세 처녀 중에서 큰딸 유화와 인연을 맺어 주몽을 낳았다는 내용이다. 또 일본의 최고 기록인『고사기(古事記)』에 보면,‘백제 사람 인번이 누룩을 이용한 술 빚는 기술을 전해와, 천황이 이 술을 마시고 덩실덩실 춤을 추었으며, 인번을 주신(酒神)으로 모셨다’는 내용이 나오는데, 여기서 한국 전통주의 유구한 역사성과 이웃나라에 전해줄 만큼 뛰어난 주조기술을 확인할 수 있다.
전통주는 다양한 술
전통주는 곡물에 누룩과 물을 섞어 발효시키는 양조곡주와 이를 증류시킨 증류주류로 크게 나눈다. 곡주와 증류주에 꽃잎 등의 향을 첨가하면 가향주, 약을 첨가하면 약용약주, 향기와 색을 함께 넣으면 혼성주가 된다. 잘 아는 막걸리는 양조곡주 중에서도 술 빚는 방법에 따라 발효주, 거르는 방법에 따라 탁주로 분류된다. 이렇게 각각에 해당하는 술이 몇 가지씩 있기 때문에, 전통주의 종류는 매우 다양하다. 김홍우 (사)한국전통주진흥협회장은 전통주가 세계인의 입맛에 맞출 수 있는 가장 큰 장점으로 그 다양성을 꼽았다.
조상과 현대인 모두의 웰빙酒
『동의보감』에는 막걸리가 어혈을 푸는 처방재료로 이용됐고, 막걸리의 원료인 누룩은 비장을 튼튼하게 하고 설사와 이질을 멎게 하며 소화를 돕는 효과가 있다고 기록돼 있다. 또 최근 막걸리에는 항암물질인 파네졸과 스쿠알렌이 맥주나 와인에 함유된 것보다 훨씬 많이 들어 있다는 연구결과가 발표됐다. 이쯤 되면 막걸리는 그것의 웰빙효과를 한정하기 어려워지며,‘와인 한 잔은 건강에 좋다’는 말에 대적하기에 손색없는 웰빙주다. 또 약주는‘약효가 있다고 인정되거나 약재를 넣고 빚은 술’을 의미하는 것에서 비롯된 말임을 생각하면, 약주 또한 건강에 이로움은 더 말할 것이 없다.
오늘날 전통주 산업
현재 전통주 산업의 규모는 전체 주류산업에서‘산업’이라 말하기 어려울 정도로 적은 비중을 차지한다. 김홍우 회장은“전체 주류산업에서 전통주가 차지하는 비중은 출고량 기준 0.3%, 주세기준으로 고작 0.2%에 불과하다”라고 말했다. 2010년 즈음에는 일본을 시작으로 전통주인 막걸리 붐이 일었었다. 농림수산식품부에 따르면, 막걸리 출하량과 수출량은 2009년 대비 2011년에는 두 배 이상 늘었는데, 2011년을 정점으로 그 수치는 계속 하락, 내수의 경우 올해 다시 2009년 수준으로 뚝 떨어졌다고 한다. 이에 정부와 업계에서는 규제완화와 전통주 진흥을 위한 개발에 힘쓰고 있다.
전통주 시장의 규모가 커지지 않는 요인은 여러 가지다. 먼저 국민의 전통주에 대한 소박한 관심은 다양한 전통주의 존재를 알지 못하게 했고, 막걸리나 동동주 정도를 생각하며‘전통주는 서민주’라는 인식을 심어줬다. 그리고 현대적이거나 세련되지 않은 디자인은 요즘 사람들의 접근성을 떨어뜨렸다. 또‘즐기는 술문화’보다는‘취하는 술문화’를 갖고 있는 것으로 유명한 한국에서 고유의 전통주들은 소주에 한참이나 밀려나 있는 상태가 됐다. 그래서 한 전통주 업체는 그 시장 선점보다도 일단 전통주 시장 전체 규모를 키우는 것이 우선이라며 힘을 합칠 것을 더 바란다고 했다.
그러나 조금씩 변화하고 있는 주류문화에 희망을 가질 수 있는데, 일본의 경우 현재 무알콜주류가 유행하고, 전통적으로 높은 도수의 술을 즐겨 마신 중국은 요즘 부호들 사이에서 낮은 도수의 주류를 선호하는 경향으로 바뀌고 있다. 그래서 최근 중국에서 한국 전통주의 반응이 조금씩 높아지고 있으며, 역시나 여기에는 한류의 영향도 한몫하고 있다.
한편, 빼놓을 수 없는 것은 유통문제다. 전통주 중 탁주는 특히 이에 대한 어려움을 크게 겪고 있다. 효모균이 살아 있다는 점이 장점인 생탁주의 경우, 유통기한이 짧아 국내 음식점에서도 아무리 맛이 좋고 건강에 이롭다고 해도 그것을 매입해 판매하는 것에 대한 부담을 갖는다. 국외 수출에 대해서 이 점은 말할 것도 없이 장애가 돼, 전통주 글로벌화의 초점은 증류주가 되어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다.
현대화·세계화에 발맞추는 전통주
(사)한국전통주진흥협회에서는 외국 바이어를 초대해 품평회를 열었는데, 그곳에서 한 미국 바이어는 한국 전통주의 맛을 보고 미국시장 진출에 문제없다는 반응을 보였다. 또 송도향전통주조는 대표주‘삼양춘’을 홍보하기 위해 시음회를 열기도 한다. 서울시 인사동과 고양시에서는 막걸리 축제를 매년 열어 수많은 업체가 참가해 부담없이 시음하고, 그 자리에서 구매도 할 수 있다. 이렇듯 현재 전통주를 널리 알리려는 업계의 노력은‘맛 보여주기’에서 시작된다. 먹어봐야 좋은지 알 수 있다는 당연한 이치에서 비롯된다.
한편 올해 8월 25일 신세계 백화점 내 열린‘우리술방 1호점’에서는 다양한 우리 전통주를 다루어 판매하고 있다. 이곳에서는 현대적 감각을 갖춘 디자인의 우리 술을 1만원, 2만원 대의 비교적 부담 없는 가격으로 살 수 있다. 심플한 유리병에 담긴 전통주는‘이게 전통주인가? 와인인가?’싶을 정도로 디자인이 현대적이다. 전통주 판매량이 명절에는 양주보다 2배가 많음에도 불구하고, 평소에는 많이 소비되지 않는 까닭은 현대적이지 않고 예스럽다는 인식 때문인데, 이는 전통주가 입은 옷, 주병의 디자인에서 시작된다. 그래서 (사)한국전통주진흥협회는 유리로 된‘전통주 공동주병(共同酒甁)사업’을 진행 중이다. 공동주병사업은 이미 사케나 와인 등은 모두 적용하고 있는 사업으로, 획일적인 병에 라벨로서 양조장과 주류의 정체성을 밝히게 된다. 우선 도자기 병보다 친숙하고, 경제적인 측면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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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현대적 디자인의 공동주병에 담긴 우리 전통주(사진=(사)한국전통주진흥협회) |
나오며
전통주의 가치를 알고 노력하는 이들이 많이 있다. 그러나 국내 시장을 넘어 세계 시장까지 진출해 자리 잡기 위해 힘써야 할 것은 여전히 많다. 정부는 이들의 노력이 끊이지 않도록 지속적인 관심과 제도 개선에 힘써야 하고, 업계는 다양한 맛과 디자인 개발, 그리고 컨텐츠와의 결합까지 놓지지 않도록 해야한다. 무엇보다 소비자는 전통주의 가치를 아는 것을 시작으로 전통주를 즐겨 찾아야, 유구한 역사의 우리 전통주의 맥이 이어질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