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04.19 (토)

  • 구름많음동두천 12.1℃
  • 구름많음강릉 9.9℃
  • 서울 12.4℃
  • 대전 19.7℃
  • 흐림대구 22.2℃
  • 구름많음울산 20.7℃
  • 광주 19.2℃
  • 구름많음부산 18.4℃
  • 구름많음고창 18.4℃
  • 흐림제주 19.6℃
  • 구름많음강화 11.0℃
  • 흐림보은 22.2℃
  • 흐림금산 22.4℃
  • 구름많음강진군 19.8℃
  • 구름많음경주시 22.8℃
  • 구름많음거제 18.1℃
기상청 제공
월간구독신청

생활문화 일반

‘법고창신’정신으로 전통을 이어 나가는 국선옻칠

시대흐름까지 놓치지 않는 전통업자

변화하는 시대에 잊혀지기 쉬운‘옛것’을 지켜나가는 방법도 다양하다. 전통 그대로 보존할 수도 있고, 현대적으로 변모시킬 수도 있다. 2대째 나전칠기를 제작하고 판매하는 전통업체‘국선옻칠’은 후자의 길을 택했다. 국선옻칠은 전통공예품을 제작하지만 요즘 시대에 어색하지 않은 재료선택과 판매방식으로 많은 거래처에 납품하고 있다.

국선옻칠
  국선옻칠은 1976년 설립됐다. 일본관광객이 우리나라를 많이 찾던 80년대, 면세점에 나전칠기를 대량 납품하며 전성기를 맞았다. 오세운 대표는 그때부터도 전통공예품이 오히려 외국인에게 의미 있는 상품이 될 것이라고 생각했다. 우리나라 자개는 빛이 좋지만 작고 얇은 점이 단점이다. 남미와 유럽 연안 바다의 자개는 크기도 크고 두꺼우며 국내 자개와는 또 다른 영롱한 빛을 지녔다. 오 대표는 이를 자사제품에 접목시켰다. 전통 그대로의 재료는 아니지만 더 좋은 재료를 활용할 수 있다면 전통기법이 새로워질 필요도 있다고 생각했다.

세대차이 나는 아들, 그가 가져온 제2의 전성기
  오 대표는 자식에게 가업을 물려주고 싶었지만, 전통산업과 유통업은 젊은이에게 인기 있는 직업이 아니었다. 한 달간 함께 일을 해보며 결정하도록 했다. 컴퓨터 1세대인 아들 오명호 씨는 매장에 출근해도 컴퓨터 앞에만 앉아있을 뿐, 오 대표가 이곳저곳 신경쓰며 일할 때에도 나와 보지 않았다. 그런데 한 달이 지나 가업을 물려받겠다고 나섰다. 대신, 인터넷 쇼핑몰을 개설할 것을 제안했다. 당시 오 대표는‘인터넷으로 물건이 팔릴까’라며 의심했다. 직접 물건을 보고도 잘 안 사는 경우가 있는데, 사진이라는 간접적인 매체로 판매가 이뤄질까 했던 것이다. 하지만 아들의 주장에 따랐다. 지금은 인터넷 쇼핑몰을 통해 이태원·인사동의 매장, 면세점 등 도매뿐만 아니라 소매도 크게 늘었다. 아들이 시대 변화를 읽고 과감히 새로운 판매 방식을 택했기 때문에 국선옻칠은 제2의 전성기를 맞을 수 있었고, 업체의 전통과 경쟁력으로 언론의 주목도 받아왔다.

전통산업 종사의 매력, 자연스럽게 피어난 나라 사랑
  지금은 아들과 상호보완적 사업파트너가 됐다. 오세운 대표는“처음에는 먹고 살기 위해 이 업계에 뛰어 들었던 것이 사실입니다. 그런데 일을 할수록 자랑할 만한 우리 전통인 나전칠기를 널리 알려야 한다는 생각이 들더군요.”라고 말한다. 다양한 직종만큼 그 직업 속에서 느끼는 보람도 다양할 텐데, 대한민국 국민 전체의 정신과 혼을 지켜나가는 데에서 오는 보람은 어떤 것과 견주어도 지지 않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