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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랜드칼럼] 세계의 중심국가로 우뚝…'국가의 품격을 높여야'

세계의 중심국가로 우뚝 서려면

국가의 품격을 높여야 한다.

   
▲ 김주남국가브랜드진흥원장(현) 서울과학종합대학원 교수(현)KOTRA 상임이사

대한민국은 동양의 아주 작은 나라다. 세계가 우리를 알아주기를 기대하기보다는 스스로 적극적으로 나서서 우리를 알려야 한다. 우리나라가 세계에 알려지기 시작한 것은 수출을 통해서이다. 내세울 만한 기술과 부존자원이 없던 과거, 수출을 통하여 경제를 발전시킨 대표적인 수출주도형 국가다. 국가 경제의 대외무역의존도는 110%에 달하고 있는 실정으로 해외시장이 우리나라 부의 원천인 셈이다. 지난 2011년 무역액 1조 달러를 넘어서면서 세계 8위의 무역 국가의 위치를 차지하게 되었다. 반도체와 핸드폰, TV와 선박 등 한국을 대표하는 상품을 세계 도처에서 볼 수 있게 되었다.

그러나 이런 상업적 제품만 가지고는 그 나라를 대표하는 품격이라고 말하기는 어렵다. 흔히 사람의 품격은 얼굴에 다 나타나 있다고 얘기하듯이 국가도 그 나라의 품격을 대표할 수 있는, 보다 장기적이고 정체성 있는 무엇인가를 가지고 있어야 한다. 예를 들어, 프랑스 하면 다양한 이미지가 떠오른다. 자유로운 사상과 앞서가는 예술, 문학, 패션, 와인, 요리 등 문화 속에 녹아 있는 역사의 총체적 집합체이다. 요즘 문화와의 융합이 재조명되고 있는 이유도 바로 한 국가와 민족의 얼굴을 그대로 나타내고 있기 때문이다.

요즘 싸이 열풍을 비롯하여 한류의 효과를 많이 보고 있다지만 아직은 단편적이고, 앞서 언급된 우리나라의 역사적 문화유산과의 융합 측면에서 볼 때 한국의 이미지를 세계에 확산시키기 위해서는 갈 길이 멀다. 한 나라의 이미지를 높이는 노력은 많은 나라에서 국가 주도의 ‘국가브랜드 제고 전략’으로 나타나고 있다. 프랑스의‘알리앙스프랑세즈’나 독일의‘괴테 하우스’ 등이 대표적인 사례다. 국가의 이미지, 즉 국가 브랜드의 가치가 높아지게 되면 국가 위상의 상승으로 대외적인 활동이 보다 원활하게 이루어지게 되고, 선진적 문화환경의 조성, 시민의식의 제고와 같은 사회 통합적 효과를 기대할 수 있는 데다가 원산지 효과가 나타나서 해외시장에서의 경쟁력 증대로 상품 제값 받기와 외국인 관광객 증대라는 경제적 효과를 함께 거둘 수 있다.

원산지 효과와 국가브랜드 가치와의 연관성은 국가브랜드진흥원이 최근 실시한 다음 연구 결과에서도 잘 나타나고 있다. 세계 39개국에서 동일한 기술과 방법으로 생산한 MANO라는 비누를 세계 52개국의 백화점 점원 1,600여 명에게 원산지별로 판매가 가능하도록 가격표를 붙이도록 하였다. 기준 가격 10불을 제시한 결과 made in Swiss는 14.69 달러(1위), made in USA 13.39불(6위), made in Korea 12.25불(17위), made in Turkey 9.63불(29위), made in China 8.00불(38위) 등으로 나타났다. 이 조사로 국가브랜드 가치가 높은 나라에서 생산된 상품이 더 높은 가격을 받을 수 있다는 사실이 확인되었다.

브랜드 가치를 높이기 위해서 기업과 국가가 가장 많이 쓰는 방법은 이야깃거리, 즉 스토리텔링을 만들어내는 것이다. 초콜릿 회사 고디바나 빼빼로에 스토리가 있듯이 국가의 품격을 높이기 위해서도 스토리텔링을 개발해야 한다. 중동에서 인기를 끌었던 대장금과 같은 드라마도 한국의 역사성과 음식문화를 연결하는 스토리로 만들지 못한다면 일회성 오락으로 끝나버리게 된다.

경험적으로 볼 때 기업이나 국가가 브랜드를 개발해서 구축하고 해외시장에서 인식시킨다는 것은 매우 어려운 과제이다. 대외지향적 경제구조를 갖고 있는 우리나라로서는 해외시장에서 국가의 브랜드 정체성을 확보하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이와 관련 우리나라가 과거 성공적으로 개발하였지만, 한동안 잊어버리고 있었던 브랜드에 스토리텔링을 만드는 과제를 제시해 볼까 한다.

최근 우리나라의 이미지는 원조를 받았던 나라에서 해외 가난한 나라들을 위해서 베푸는 선진 이미지로 바뀌고 있는 중이다. 아프리카의 낙후된 농촌지역을 개발하는 UN의 새천년개발목표는 경제학자 제프리삭스와 자선사업가 레이몬드 챔버가 공동 설립한 콜롬비아대 지구연구소의 주도로 ‘새 천년 마을 프로젝트(Millennium Village Project, MVP)’로 실행되고 있는데, 우리나라의 새마을 운동이 중요한 롤모델로 활용되고 있다. 아프리카 농촌지역의 극심한 빈곤과 기아 퇴치와 발전을 위하여 새마을 운동의 기본 정신이 접목되었으니 세계적인 국가브랜드로 인식되기에 부족함이 없고, 보다 전략적인 개발을 통하여 세계에 기여할 수 있을 것이다.

또 한 가지는 최근 중국과 러시아는 동서양을 연결하는 교통망 확충에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광활한 이 지역의 개발을 위해서는 철도가 미래 교통수단으로 재탄생하고 있는 것이다. 얼마 전 러시아의 푸틴대통령의 방한에서도 유라시아 철도에 대한 관심이 한층 강조되었다. 중국은 과거의 실크로드를 TCR(Trans China Railway)을 재현하고, 러시아는 TSR(Trans Siberian Railway)를 통하여 풍부한 에너지를 수송할 계획을 구체화시키고 있는 것이다. 유럽의 독일과 프랑스도 적극적이다. 프랑스의 TGV나 독일의 ICE가 국가적 차원의 지원을 등에 업고 참여하는 목적은 자명하다.

반면 우리나라는 새마을호라는 최고의 브랜드를 버린 지 오래다. 과거 새마을호는 우리나라 교통망의 최고 브랜드였다. 순수한 우리말인데다가 세계의 개도국들이 부러워하는 경제 성공의 브랜드 이미지를 갖고 있다. 그런데 어떤 영문인지 국적 불명의 KTX로 바뀌었다. 우리의 문화와 상품이 실크로드를 넘어서, 시베리아를 넘어서 유럽으로 뻗어나갈 날이 멀지 않았는데, 우리의 스토리를 실어 나를 철도 KTX에는 스토리가 전혀 없다. KTX는 Korea Train Express로 빠르다는 의미만 담고 있다. 새마을호는 40년이나 우리와 함께 한 역사이고 상징이면서 미래의 희망을 담고 있는 값비싼 브랜드이다. 여기에 담겼던 아름다운 추억과 남북을 연결하고 대륙을 연결한다는 우리의 꿈도 함께 사라진 셈이다.

국가의 품격을 높이기 위해서 새로운 것을 찾는 것은 쉽지 않다. 우리가 가지고 있는 것 중에는 세계의 주목을 받을 만한 대표적인 브랜드가 여전히 많다. 브랜드 스토리를 개발하는 데에도 원칙이 있다. 사실 속에서 왜곡됨이 없이 진실을 찾아내야 하며, 브랜드가 나타내는 메시지가 모두에게 공감이 가는 재미로 연결되어야 한다는 점이다. 우리의 생각이 스토리로 전환되어 세계에 확산될 때 국가의 품격, 국가의 브랜드 가치도 높아지고 세계화를 리드하는 중심국가로 우뚝 솟을 수 있다는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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