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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물&탐방

평택시 복창초등학교 최순련 교장

인성교육으로 지식과 지혜의 숲을 가꾼다

   
▲ 최순련 평택시 복창초등학교 교장.(사진=장해순 기자)

경기도는 전국에서 가장 많은 학생이 공부하는 지역이다. 그러나 요즘 들어 경기도 학생들의 학력은 전국 하위권에 머물고 있다. 전교조가 처음 생겼을 때만 해도 기대도 컸지만, 요즘은 그 본질을 잃은 것은 아닌지 걱정하는 목소리가 높다.

주변 분들에게서 미담을 들어 경기도의 창조적인 참교육자를 찾았다. 37년 간 학생들의 인성교육을 위해 헌신하고, 교사들의 사기를 북돋우며 많은 제자에게 본이 되고 있는 경기도 평택시 서정북로에 위치한 복창초등학교 최순련 교장을 지난 8월 5일 만났다.

전통사회에서의 교육은 인륜(人倫)에 최고의 가치를 두었다. 인륜은 사람이 사회에서 맺는 부자(父子), 부부(夫婦), 군신(君臣), 붕우(朋友), 장유(長幼) 등 다섯 가지의 관계로서, 그 중심 사상은 효(孝)와 충(忠)이며 세상의 질서로 작용했다. 최순련 교장은 인륜과 더불어 중요한 교육의 가치를 양심(良心)에 두었다.

오늘날 고도로 발달한 산업사회에서 핵가족화를 비롯한 사회요소로 인하여 인륜과 양심의 가치가 약해지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각종 언론에서 연일 쏟아내는 공해와 같은 반인륜적인 사건들을 바라보며 각계에서는 인성교육에 대한 자성(自省)의 목소리가 높아만 간다. 그만큼 교육현장에서 인성교육의 부담은 날로 증가하고 있다.

너는 귀한 사람이야

TV 프로그램에도 소개된 자해를 일삼는 학생이 있었다. 방송에서는 치료된 것으로 표현했지만, 실상은 아니었다. 이전 학교에서 문제가 생겨 최순련 선생님의 학교로 전학을 왔다. 학생을 맡은 담임도 불안에 떨었으니 학급의 충격은 말로 형용할 수 없었다. 최 선생님은 시도 때도 없이 벌어지는 학생의 자해를 담임을 도와서 막았으나 그때뿐이었다.

자해하는 이유를 묻자 “부모님과 동급생들에게 그리고 자신에게 쓸모없는 놈이라서 죽어야 한다”는 것이었다. 학생은 건물에서 뛰어내려서 죽겠다고 했다. 최순련 선생님은 학생에게 충격요법을 가해야겠다고 판단했다. “그러면 여기서 죽어라.” 하며 유리 창문을 활짝 열었다. 순간, 새파랗게 질린 학생은 손을 비비며 잘못했다고 용서를 구했다.

최순련 선생님은 학생에게 제안했다. “용서를 구할 자해를 하지 말 것과 죽어야 한다고 하지 마라. 너는 귀한 사람이야!” 학생은 자신을 돌아보며 눈물을 흘렸다. 그 눈물의 의미로 자해학생은 완전히 다른 사람이 되었다. 문제학생의 담임은 “방학 동안에 일을 이야기하는데 자기가 참 잘 생겼다는 거예요.”라며 환하게 웃었다. 최순련 교장은 “교사의 의지가 학생을 변화시키는 데 얼마나 큰 힘을 발휘하는지 보람을 느꼈다.” 고했다.

사랑의 꽃을 피운 아이

가정불화로 불만이 가득하여 급우를 괴롭히는 학생이 있었다. 문제가 생길 때마다 학교생활에 흥미를 잃을까 타이르기를 반복했다. 시간이 흘러도 아이는 변하지 않았다. 어느 날 문제의 학생은 상담을 위해 교실에 남기고 다른 학생들은 교문까지 데려다 주고 돌아왔다.

학생은 창가에 예쁘게 핀 봄꽃들을 무참히 꺾어 교실 바닥에 흩뿌려놓고 있었다. 이유를 묻자 대답 대신 최순련 선생님께 대들기까지 하는 것이다. 어머니에게 전화하였더니 “유치원 때부터 그래 왔으니 그냥 내버려두라”는 것이었다. 선생님은 아이를 그냥 내버려 둘 수 없었다. “망가진 화분을 하나 들려 보낼 테니 때리거나 화내지 말고, 그저 이 꽃이 뜯어질 때 정말 아팠겠구나! 해주시고 뜯어진 꽃에 정성 들여서 다시 꽃을 피우도록 도와주세요.” 라고 했다.

어느 날 수업시간에 학생의 짝이 큰 소리로 울었다. 짝의 팔을 이빨로 물어 잇자국이 크게 났다. 문제 학생의 어머니에게 물린 아이의 집을 찾아가라고 권유를 했다. “아들이 보는 앞에서 다친 학생에게 용서를 구하라”고 했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엄마가 잘못 가르쳤기 때문에 사과한 것이라는 설명 외에는 어떠한 야단도 치지 말라”고 했다.

그날 밤 아들은 엄마에게 “잘못했다”는 말을 처음으로 한다. 이후 학생은 매일매일 달라졌다. 친구들과도 사이좋게 지냈다. 간혹 다툼이 있더라도 먼저 사과를 하였다. 급기야 친구들의 생일에도 초대를 받았다. 그러나 방학을 마치고 돌아온 학생은 예전 모습 그대로였다.

학생의 장래 희망은 경찰관이다. ‘부모님이 매일 싸워서 경찰관이 되면 혼내 준다’는 것이었다. 가정에서 뒷받침되지 않는 교육이 무슨 의미가 있을까 회의가 일었다. 최순련 선생님은 학생에게 사랑을 심어주기 위해 처음부터 다시 시작이라는 각오로 온 힘을 쏟기 시작했다.

가족캠프를 만들어 가족이 하나가 되는 프로그램을 진행했다. 부모들이 눈물을 흘리며 이해와 용서로 하나 된 행사였다. 학생들과 헤어질 때 꼭 안아주는 작별인사를 했다. 긴 겨울방학을 마치고 돌아온 학생은 더는 문제 학생이 아니었다. 오히려 다른 친구들을 보살펴 주는 의젓한 모범생으로 바뀌어 있었다. 학생과 최순련 선생님의 가슴에도, 교정에도 하얀 목련이 피어나고 있었다.

긍정과 열정으로 행복한 교육실천

“아무리 힘들고 어려운 상황에서도 동료 선생님들과 힘을 모아 헤쳐나가죠.” 최순련 교장이 힘주어 강조하는 것은 “교사가 즐거운 학교”다. 교사가 즐겁게 교육활동을 할 수 있다면 그 자양분은 고스란히 학생들의 몫이 된다는 것이다. 교사가 기죽고 소신껏 일을 처리할 수 없다면 학생들에게도 그 영향이 미친다는 것이다.

“학교생활에 적응이 어려운 친구는 전 학급과 선생님이 함께 도와서 해맑은 모습으로 변화시키는 것이 인성교육의 본모습입니다. 참나무, 소나무 등 다양한 나무가 산을 지키고 있어요. 소나무가 다른 나무가 되고 싶다고 바뀔 수는 없지요. 어린이들은 각자의 성격으로 살아가고 있습니다.

아이들이 조금만 유별나도 어른들은 못마땅하게 여기죠. 우리의 어린 시절을 생각하지 않고 지금의 나이에 따른 기준으로 야단치거나 간섭할 때가 많습니다. 사춘기를 겪는 아이들은 자기의 나이에 맞게 생활하는 것입니다. 어른들이 자신의 어린 시절을 생각한다면 미소로 넘길 수 있는 일들이 많죠. 그 학생들이 자라면 더욱 지혜로운 성인으로 성장할 것이라고 믿어요.”

효심이 깊은 사람은 ‘된 사람’

최순련 교장이 37년의 교육현장에서 강조해온 철학은 ‘효(孝)’다. “효심이 깊은 사람은 ‘된 사람’입니다.”라고 힘주어 말한다. 그녀는 천직이라고 여겼던 교직조차 시어머니의 건강을 보살피기 위하여 떠났던 적이 있었다. 극진한 간호로 1년 6개월 만에 시어머니의 병이 완쾌되었다. 그녀는 다시 복직시험에 응시하여 천직으로 돌아올 수 있었다.

최순련 교장은 학교에서 청소하시는 분들에게 ‘섬기는 리더십’을 발휘한다. 학교와 학생을 위하여 낮은 곳에서 애쓰시는 분들에게 섬기는 자세로 공손하게 대한다. 학교환경이 좋아지는 것은 말할 나위 없으며 학생들은 쾌적한 환경을 제공한 분들에게 감사함과 어른공경을 배운다. 선순환 구조의 살아있는 교육현장인 것이다.

   
 

국학기공(國學氣功) 중심의 감성‧인성 교육

가정환경이 어렵고 맞벌이 부모가 대부분인 어린이들에게 최순련 교장이 직접 인성지도를 하였다. 점심시간에 교장 선생님과 함께하고 싶은 고학년을 대상으로 ‘힐링 숲’에 모아 이야기 하고, 노래하며, 춤도 추며 소통의 자리를 만들어 나갔다. 국학기공도 가르쳤다. 그 결과 지난 8월 23일 속초에서 열린 2014 전국생활체육대축전 국학기공 청소년부에 참여하여 동메달을 획득했다. 최순련 교장은 “국학기공을 통하여 학생들의 선한 눈빛과 순수한 마음을 끌어올린다.”고 말했다. 감성교육을 통한 인성교육을 실천하는 것이다.

스승은 남편 정길영 국학(國學) 박사

국학기공은 우리 민족 고유의 전통 수련법을 말한다. 최순련 교장은 남편으로부터 국학기공을 배웠다. 남편인 정길영 박사는 수원시 권선구에 위치한 중앙공원에서 매일 아침 6시부터 일반인을 상대로 국학기공을 지도한다. 그는 32년간 농촌진흥청에서 근무했으며 2006년 정년퇴임을 하였다. 퇴임 후 현재까지 9년간 사회봉사를 하고 있다.

“국학기공은 고조선 이전부터 내려온 수련법입니다. 중국의 기공체조는 건강하여 장수하는 데 목적이 있다면, 우리 것은 건강과 장수는 물론이고 정신이 들어갑니다. 건강하여 남을 이롭게 한다는 것이지요. 지역사회가 건강하면 나라가 건강해집니다.

우리의 국학은 효(孝)로부터 출발합니다. 나라에는 충(忠), 도(道)는 나라와 민족을 넘어서 인류 평화를 지향하는 것입니다. 효‧충‧도는 홍익사상의 실천 이념입니다. 효도해야 나라에 충성하는 마음이 생기고 그다음이 인류의 평화를 위해 노력하는 도를 실천한다는 것입니다. 국학기공은 민족의 역사의식, 민족정신을 담고 있는 체조입니다.”라고 밝혔다.

그는 또한 “회원들이 국학기공을 통해 건강해지는 모습을 보면 행복하다.”고 말하며 밝게 웃었다. 젊어서는 국가에 헌신하고 퇴임 후에는 사회봉사활동을 게을리하지 않았다. 효‧충‧도. 홍익사상의 실천 이념을 전파하기 위하여 오늘도 여념이 없다. 부부가 서로 스승이 되고 친구가 되어 시민들에게, 학생들에게 사랑을 나누어 가는 모습은 진정 우리 사회가 함께 물들어 가야 할 아름다운 모습이다.

취재를 마치며

한 분야에서 37년의 세월은 만만한 것이 아니다. 세월도 비켜간 듯 최순련 교장은 결코 가부장적인 이미지가 아닌 교육자로서의 세련되고 우아한 품위를 지니고 있었다. 교육을 향한 열정과 추진력도 대단하였다. 제자들과의 인연도 어느덧 거대한 숲을 이뤘다. 아쉽게도 최순련 교장의 퇴직이 얼마 남지 않았다. 그동안 베푼 지식과 지혜가 퇴직이라는 이름으로 묻히기는 아까운 것이다. 존경받는 스승으로 퇴직한 뒤에는 그동안 철저히 준비해 온 다문화 가정의 학생들을 위한 프로그램이 가동되어 최순련 교장의 지혜가 거대한 숲을 이루기를 희망한다.

김길남 기자/ 사진 정해순 기자

 

본 기사의 전문은 대한뉴스 2014년 9월호(www.daehannews.kr)에 자세히 나와 있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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