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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일반

국내 소상공인업계 산증인, 말죽거리 소상공인연합회 김경배 회장

협동조합운동으로 영세상인 활로 개척

김경배 회장은 25년 전 슈퍼마켓을 시작하며 지금까지 동료의식으로 소상공인 일을 해오고 있다. 현장의 갑·을 관계를 상생의 관계로 발전시키고자 협동조합운동을 시작했다. 유통산업 발전법 개정을 이끌어 내, 대형마트 및 SSM(대기업 계열 슈퍼마켓)을 전통시장 1㎢ 이내에 입점 금지하고 24시간 영업시간을 단축시켰으며 휴일영업 제한 및 백화점 셔틀버스 운행을 저지했다. 부당한 카드수수료 인하로 급격히 붕괴되어 가는 지역경제를 막았으며 무분별한 대기업 프렌차이즈 진출과 중소기업 적합 업종의 범위를 넓히는 등 소상공인의 권익을 찾기 위해 힘을 모으고 문제 해결에 앞장섰다. 모르는 것이 죄라며 현장에서 부딪힐 때마다 필요한 공부를 했다. 전국소상공인단체연합회장을 맡아 2013년 제6경제 단체가 된 소상공인연합회를 탄생시켰다. 탄생의 주역으로 환영받기보다는 고발을 당해 시끄러워지자 단체를 위해 자리에서 물러났다. 고발 건은 2014년 2월 상당부문 무혐의 처리되었다. 그간 마음고생이 많았을 테지만 묵묵히 생업에 종사하며 지역을 위해 봉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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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간에 회자되는 재미있는 이야기다. 마을 펜션에 한 손님이 예약을 하고 방값 10만원을 보냈다. 펜션 주인은 그 돈으로 그간 밀린 세탁비를 갚았다. 세탁소 주인은 그 돈으로 슈퍼의 외상값을 갚았다, 슈퍼주인은 그 돈으로 얼마 전 조카가 머물다 간 펜션의 방값을 갚았다. 손님은 갑작스러운 일로 예약한 방을 취소하고 10만원을 돌려받았다. 돌고 돌아 돈은 손님에게 갔지만 마을 주민들은 빚을 다 갚았다. 손님의 돈이 정부 돈이라면, 그래서 소상공인들의 빚을 다 갚아 준다면 얼마나 좋을까? 김경배 회장(이하 김 회장)은 마을에 하나의 상권이 형성되려면 눈에 보이지 않는 무질서 속의 질서로 10여년의 시간이 걸린다고 한다. 천천히 자연스레 형성되던 마을 단위, 지역단위의 상권이 어느날 하루아침에 갑자기 바뀌었다. 빠른 경제성장과 글로벌 시대 각국과의 교류 여파가 거대한 쓰나미가 되어 무방비의 소시민을 덮쳤다. 정부에서는 피하라는 안내방송도 없었다. 누군가는 나서야 했다. 김 회장은 아침이면 가락시장에서 싱싱하고 좋은 물건을 떼와 믿을만한 물건을 소비자에게 공급하는 일로 하루를 시작한다. 25년의 슈퍼마켓 경험을 바탕으로 30여개 중소유통물류센타 건립을 통한 중소유통의 경쟁력을 강화했으며 얼마 전에는 소상공인들이 협력하여‘소복소복’상호의 프렌차이즈 사업을 하는 회사 (주)케이투엘스를 설립해 대표이사로 있다. 

‘혐의 없음’이란 4글자
  2013년부터 그를 따라 다니던 공금을 횡령한 부도덕한 인간이란 딱지가 떼어졌다. 한번 고발해서 무혐의로 처리되자 또 다시 고발을 당한 것도 역시 대부분 무혐의 처리되었다. 2년 간 그의 발목을 잡고 있던 공금횡령자라는 멍에가 벗겨질 예정이다.“혐의 없음 이라는 연락을 받고 참 기쁘면서도 허탈했습니다. 2013년 소상공인연합회 출범을 앞두고 횡령 혐의를 받을 때는 온갖 언론에서 크게 제 기사를 다뤘습니다. 자살하는 사람들의 심정이 이해가 갔습니다. 그로부터 1년 후인 2014년 2월 검찰로부터 김경배 전 회장에 대한‘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위반’과,‘보조금관리에 관한 법률위반 혐의’에 대해 최종‘혐의 없음’이라는 통보를 받았습니다. 무혐의 처분이 되었을 때는 언론이 참 조용했습니다. 일부 교육비를 전용한 것에 대해 개인적인 횡령은 없었으며 연합회 운영비로 쓴 것에 대해서는 아직 조사 중입이다. 여러 단체장을 하며 제가 개인욕심을 부리고 개인적으로 공금을 유용했다면 이렇게 다닐 수 있겠습니까 벌써 교도소에 갔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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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9월 18일~19일에 열리는 말죽거리 축제를 논의하고 있는 말죽거리 소상공인연합회 임원들

소상공인의 숙원인 소상공인연합회를 탄생시키고  
  2011년 12월 29일, 회기 막바지 국회 본회의에서는‘소기업 소상공인 지원에 관한 특별법’ 개정안이 통과되었다. 개정안은 소상공인 단체를 법제화하고 소상공인 지원을 위한 별도의 기금을 조성하도록 하는 내용을 골자로 했다. 기금은 매년 관세 수입의 3% 규모로 편성되도록 했는데, 2011년 당시 기준으로는 3,200억 원이 될 것으로 추산됐다. 그간 소상공인들의 열망과 사회경제적 필요성이 인정을 받은 것이다. 법이 제정된 후 2013년 4월 법정단체인 소상공인연합회가 만들어졌으나 2년이 지난 아직까지 회장 단일화가 안 돼 정부지원을 못 받고 있다.

  “제가 한국수퍼마켓협동조합연합회장을 6번 역임했습니다. 그저 열심히 일만 하면 되는 줄 알고 몸을 안 아끼며 현장에서 1인 다역을 하는 소상공인들은 빠른 사회변화를 읽을 틈도, 대처할 능력도 없이 도태되고 있습니다. 혼자서는 아무리 두드려도 안 되겠기에 한국수퍼마켓협동조합연합회와 전국상인연합회가 힘을 합쳐 2010년 말 골목상권을 살리기 위한 유통법과 상생법 개정을 이끌어냈습니다. 그러기까지 머리띠 두르고 소상공인들의 희망 없는 실상을 알리기 위해 많이 분투했습니다. 그 여력을 모아 (사)전국소상공인단체연합회를 결성하여 회장을 맡아 법정단체인 소상공인연합회를 만든 것입니다. 지금은 모두 무혐의 처리된 제 사건으로 인해 단체가 너무 시끄럽기에 백의종군한다는 심정으로 물러났습니다. 하루속히 소상공인연합회가 정상적으로 운영되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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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슈퍼마켓에서 같이 일을 하고 있는 임태희 이사장과 김경배 회장

한국정책재단 임태희 이사장과의 만남
“법적으로 밝혀지지 않았지만 고발된 것만으로 공금횡령자란 낙인이 찍혀 모든 단체장 자리를 내려놓고 생업에 몰두하며 울분을 참고 지낼 때입니다. 아무도 찾아오지 않을 때 임태희 이사장님이 저희 슈퍼마켓에서 소상공인들의 실상을 파악하기 위해 몇 달 간 같이 생활했습니다. 예전 임태희 이사장님은 대통령 비서실장으로, 저는 (사)전국소상공인단체연합회 회장으로 중소기업중앙회 부회장직을 겸임할 때 알게 되었습니다. 소상공인연합회가 탄생되는 데 실질적으로 도움을 많이 주신 분입니다. 아침이면 가락시장도 같이 가고 생전 무거운 것을 안 들어보셨을텐데 물건도 진열하고 판매도 하고 실상을 직접 부지런히 체험하시는 모습에 많은 감명을 받았습니다. 점심 때면 슈퍼 지하 허름한 주방에서 소반하나 놓고 같이 점심 드셨죠. 이후 임태희 이사장님께서 소상공인들을 위한 아카데미에서 재능기부를 하신다기에 1기생으로 입학해 스승과 제자로 다시 만났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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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업하려는 사람들에게
  하루에도 수백 개의 업소가 창업하고 문을 닫는 것이 소상공업계의 현실이다. 어떻게 해야 성공할 수 있는지 물었다.“장사꾼은 1원만 남아도 천리길을 뛰어 간다는 옛말이 있습니다. 그만큼 이익에 민감합니다. 그러나 이제는 시대에 맞게 장사꾼이 아니라 사람을 중히 여기고 환경을 생각하는 경영자가 되어야 성공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창업하려는 업종에서 꼭 6개월~1년간 아르바이트를 해보며 현장 파악을 한 후 창업하기를 권합니다. 보는 것하고 실제 해보는 것하고는 많이 다릅니다. 이제는 우리나라에서도 2대 3대가 이어지며 자신의 업을 자랑스럽게 생각해 대물림 되는 소상공인들이 많이 나왔으면 합니다.”

취재후기
  독일의 심리학자 쾰러의 연구다. 바나나를 침팬지의 손이 닿지 않는 높은 줄에 매달아 놓고 방안의 침팬지를 살폈다. 거의 대부분의 침팬지들이 쳐다만 보고 있을 때 한 침팬지가 방안 주변의 바구니를 쌓아 그 위를 밟고 올라가 바나나를 땄다. 통찰력이 있는 침팬지만이 그런 행동을 할 수 있으며, 국립생태원장 최재천 원장에 의하면 그런 침팬지는 아주 귀하다고 한다. 사람을 침팬지와 비교한다면 김경배 회장이 바로 그 귀한 침팬지가 아닐까? 김경배 회장은 소상공인들의 실태를 꿰뚫고 있었다. 김 회장의 해박한 지식에“언제 공부를 그렇게 하셨어요?”하고 물으니 모르고 당하는 것은 내 잘못이기에 어려움에 부딪힐 때마다 법전도 들여다보고 이것저것 필요한 공부를 했단다. 

  기자가 인터뷰를 하러 간 날 말죽거리소상공인연합회 회장으로 말죽거리를 알리기 위한 제1회 축제를 준비하고 있었다. 소상공인이 성장할 수 있는‘중장기 마스터플랜’을 짜는 소상공인연구소를 만드는 것이 김 회장의 꿈이다. 그의 꿈이 꼭 이루어져 소상공인이 중소·중견기업인으로, 대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는 희망찬 사회가 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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