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에 앞서 지난 10일 아베 총리는 개헌 촉구집회에 보낸 영상 메시지에서 지금의 일본 헌법이 점령군에 의해 강요된 것이라는 발언이 알려지면서 아베 총리가 전후 체제를 정리한 샌프란시스코 강화조약의 내용을 수정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것으로 보고 있다. 이는 전후 질서를 부정하고 과거사를 다시 수정하려는 의도로 이해당사국인 한국과 중국은 물론, 일본의 전략적 협력국인 미국의 반발도 예상된다. 특히 미국은 전후 체제를 주도해온 최고 책임 국가이기 때문에 태평양전쟁의 원인이 침략전쟁이 아니라 서구 침탈에 맞선 아시아 보호 목적이었다는 일본 우익의 주장이 받아들여지게 될 경우, 미국 또한 오늘날의 국제질서를 부정하는 딜레마에 빠지게 된다. 미국이 반대할 수밖에 없는 상황인 것이다.
자민당은 11일 창당 60주년을 맞는 11월 29일에 청일전쟁과 러일전쟁 이후의 역사를 검증하는 가칭 ‘전쟁 및 역사인식 검증위원회’를 설치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이날 검증위원회도 공식 출범된다. 스가 요시히데 관방장관은 당에서 하는 일이라 코멘트하는 것은 삼가겠다고 말해 예정대로 위원회 설치와 재검증절차를 거칠 것으로 보인다. 국제사회의 비판을 우려해 당내 온건파로 꼽히는 다니가키 사다카즈 간사장이 조직을 이끌고, 이나다 토모미 정조회장 등 역사수정주의자들이 대거 참여할 것으로 예상된다.
위원회 설치를 적극 추진한 이나다 토모미 정조회장은 태평양전쟁 전후의 역사 검증에 강한 의욕을 드러낸 인물로, 최근 BS니혼TV에서 위안부의 강제연행 사실을 대놓고 부정한 장본인이다. 이나다 회장은 방송에 출연해 “무엇이 잘못됐는지 제대로 검증해야 한다.”고 말했다. 도쿄재판에 대해서도 “얽매일 필요는 없다”고 말했다. 지난 6월에도 “판결 이유에 담긴 역사 인식이 너무 허술하다. 일본인에 의한 검증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과거사와 관련해 재검증해야 한다고 주장하다가 국제사회에서 우려가 제기되자 일단 관련조직 설치를 보류한 바 있다.
검증위원회는 종전 이후 연합국군총사령부의 점령정책과 태평양전쟁 등을 도쿄재판의 배경을 다룰 것으로 보인다. 일본의 전쟁범죄 등에 대한 역사적 평가에 문제를 제기할 가능성이 높고, 현행 헌법의 성립과정도 구체적으로 따지기로 했다. 위안부 문제와 난징 대학살도 검증 대상이다. 역사적 진실을 부정하거나 의혹을 제기할 경우, 양국 간의 위안부 협의에도 악영향을 끼칠 것으로 보인다. 이 위원회에서는 공부모임 형태로 운영하면서 공식적인 보고서는 내지 않을 방침이라고 한다.
아베 총리는 지난 3월 중의원 예산위원회에서는 현행 헌법을 “연합사의 아마추어가 단 8일 만에 만들어낸 대용품”이라고 평가했으며, 일본 최대 보수단체 일본회의에서 “21세기에 걸맞는 헌법을 추구할 때”라고 언급했다. 헌법 개정을 위한 국민적 논의에 속도를 높이려는 게 자민당과 아베 정권의 구상이다. 아베 총리의 이 같은 행보는 평화헌법을 개정해 패전국․전범국에서 벗어나 보통국가이자 주도국으로 위상을 재정립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이러한 행위가 결국 주변국과의 갈등 증폭으로 이어져 동북아의 긴장을 높일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since 1995 대한뉴스 홈페이지 http://www.daehannews.kr에서 더 많은 기사를 볼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