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월 우리나라 수출이 6년 5개월만에 최대 감소폭을 기록하면서 경제성장률 3.1% 달성을 자신하던 유일호 부총리가 긴급 1분기 경기보강대책을 발표했지만, 그 실효성에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이날 발표된 주요 내용은 2~4분기 재정 중 투입 가능한 예산을 1분기에 투입해 조기에 경제활성화를 이끌겠다는 것이 주요 골자다. 하지만 글로벌 경제의 불확실성이 높아지고 있는 상황에서 세계증시의 시가총액이 9개월새 14조 달러가 증발한 데 이어 중국을 시작으로 유럽, 일본 등의 증시가 연초 대비 20% 내외로 폭락하면서 국내 증시에도 서킷브레이크가 발동된 코스닥 지수가 9년여만에 최대의 낙폭을 기록했기 때문이다. 여기에다 저유가와 저금리·마이너스 금리로 세계경제가 혼란 속에 빠져 있는 가운데 핵실험과 개성공단 폐쇄 때문에 한반도 내부적인 악재까지 겹쳐 있는 상황이다.
지난달 1일 산업통상자원부가 올해 1월 수출액이 작년 1월 수출액보다 18.5% 줄어든 367억을 달성했다고 밝혔다. 이는 2009년 8월 20.9%가 감소한 이후 최대 감소폭이다. 수입액도 전년동기대비 20.1% 축소돼 13개월 연속 수출·수입액 동반 감소를 기록했다. 교역 1조 달러 탈환을 목표로 했던 정부로서는 부담을 안게 된 것이다. 수출이 급락한 이유는 일시적 요인 외에도 국제적 경기부진 등 대외 악재들이 크게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저유가 때문에 석유관련 산업의 수출이 큰 폭으로 내렸으며, 중국 경제성장 둔화 때문에 중국에 대한 수출이 감소했다. 또한, 주요 수출대상국들의 경기 악화와 주력품목 단가하락 등이 주요하게 작용했다. 일본의 마이너스 금리 정책실행에 따른 엔저효과도 앞으로 우리나라 수출에 부정적인 영향을 줄 것으로 예측된다.
이에 유일호 경제부총리는 지난 2월 3일에 경제관계장관회의를 통해 재정 조기집행 규모 21조원 이상 확대 및 승용차의 개별소비세 인하기간 연장을 골자로 하는 1분기 경기보강대책을 내놓았다. 먼저, 올해 1분기 재정과 정책금융 집행규모를 21조원+α로 확대하고, 중앙·지방정부의 경우 기존의 8조원에 4조원을 추가로 집행하고 지방교육재정 집행 또한 2조원 확대할 예정이다. 또한, 수출지원 무역금융을 중심으로 15.5조원 확대공급하겠다고 밝혔다. 다음으로, 민간소비와 투자촉진을 위해 자동차 개별소비세 인하를 올해 6월말까지 연장하기로 하고, 문화여가서비스 소비촉진 등을 시행하겠다고 밝혔다. 아울러 투자촉진펀드를 조성, 설비투자 가속상각 대상을 중견기업까지 확대, 기업 R&D 세액공제 대상 확대, 1분기에 에너지 신산업에 대한 투자 5조원 집행 등의 계획을 전했다.
각종 대형악재 속에서 다행스러운 것은 세계 3대 국제신용평가기관이 한국경제와 국가신용도에 대한 안정적인 전망을 유지했다는 것이다. 이들은 최근 북한의 로켓발사 등 긴장사태가 과거와 차이가 없으며, 다만 금융시장과 경제활동에 제한적인 영향을 줄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대외 위험요인이 확대되고 있는 시점에서 외교적 마찰이 심해지면 중국과의 교역에도 악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여기에 이번 정부발표 역시 임시방편에 불과한 조치로밖에 해석되지 않는다. 1분기에 모든 역량을 쏟아 붓겠다는 계획은 상대적으로 2~4분기에 동원 가능한 재정이 줄어든다는 말과 일맥상통하기에, 이런 양적 변화에 비중을 두는 것은 최경환 전 경제부총리의 실책을 답습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적지 않다. 정부는 1분기 성장률을 어느 정도 수준으로 유지해야 탄력을 받아 2~4분기에도 성장세가 떨어지지 않는다고 판단하고 있으나 앞으로도 저유가와 세계경제 성장률 하락이 지속된다면 우리나라도 마이너스 성장률을 벗어나기 어려울 전망이다. 즉, 단기부양책만으로는 1분기 경제가 활성화되더라도 2~4분기까지 유지될지는 미지수이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이전의 실책을 타산지석 삼아 장기적인 안목에서 대책을 마련해 대외악재가 국내경제에 미치는 충격을 줄여야 한다고 말한다. 긍정적인 것은 IMF가 발표한 세계 교역 증가율 전망에 따르면 올해 증가율이 4.1%로 예상된다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중국 소비재 시장 등 우리나라가 주력할 수 있는 시장을 개발하고 활성화한다면 돌파구는 있을 것이라고 전하며 지금 상황에서는 장기적인 구조개혁을 통해 경제 체질을 개선하고 성장 잠재력을 높이며 신산업 육성, 규제 개혁, 산업구조의 재편을 이뤄내는 것이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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