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월 14일 계열사 31개, 자산 432조원, 임직원 8만 8천명, 조합원 229만명을 거느린 농민대통령으로 불리는 농협중앙회 김병원 신임회장이 공식 취임하면서 개혁을 전면에 내세웠지만, 풀어야 할 숙제들이 한둘이 아니다. 농협은 농축산물 생산, 유통에서 은행, 증권, 보험까지 아우르는 거대 조직으로 컸다. 김 회장은 취임사에서 강도 높은 개혁과 체질개선, 잘못된 관행을 바로 잡을 것, 컨설팅 기능 강화를 통해 내실 있는 지원, 협동조합 정체성 회복, 국민에게 사랑받는 ‘국민의 농협’을 제시했다. 김 회장의 임기는 4년 단임으로 산적해 있는 농협 개혁문제가 많다. 먼저, 비대한 조직부터 손질하는 문제다. 농협은 경제지주와 금융지주의 두 축으로 이뤄져 있다. 김 회장은 조직과 인력을 슬림화하고 여유인력은 농업인과 농·축협 지원에 투입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농협금융을 통해 중앙회의 재무구조를 탄탄하게 만들고 스마트팜 육성과 농업의 6차 산업화를 추진하겠다.”고 의지를 밝힌 바 있다.
하지만 내년 2월까지 갚아야 할 차입금은 4조 5천억원에 달한다. 현재 이자비용으로 연간 1700여억원을 정부가 대신 내주고 있지만, 내년 3월부터는 이자보전지원금도 혜택을 받지 못하고 원리금도 갚아야 하는 상황이다. 인건비도 3천억원 이상 증가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 회장은 그동안 농협의 1중앙회-2지주회사 체제전환을 반대해 왔지만, 당선 후 이 공약을 철회했다. 농협경제지주를 폐지하려면 농협법을 다시 개정해야 하기에 사실상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강도 높은 인적 물갈이도 문제다. 지난해 농협 비리 수사에서 전·현직 임직원 25명이 기소됐다. 임직원들이 선고받은 비리행위 변상판정금액만 784억원에 달한다. 김 회장이 “앞으로 1년은 농협중앙회의 잘못된 관행을 고치는 데 쓰겠다.”고 말했다. 최근 김 회장은 영농자재 가격을 인하하며, 농자재 계열사의 일부 임직원들에 대해서도 출근지를 생산공장으로 옮길 것을 지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전문경영인이 필요한 남해화학 대표를 공모로 뽑기로 하고, 외국에 파견중인 중앙회 직원들을 철수시키는 등 정상화 추진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