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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작심 5일만에 불발로 끝난 협치 - 두 야당, 20대 국회에서 제창 법제화 예고

전두환 “발포명령 안 했다” 거짓으로 드러나 추징금 24억 추가 확보


이미지 9.jpg▲ 지난달 18일 광주시 북구 국립 5·18 민주묘지에서 열린 5·18 민주화운동 36주년 기념식에서 참석자들이 ‘임을 위한 행진곡’을 불렀다. 황교안 국무총리(왼쪽 첫 번째)는 ‘임을 위한 행진곡’을 따라 부르지 않았다.
 


‘임을 위한 행진곡’ 제창 불발

박근혜 대통령과 여야 3당 원내지도부 회동으로 협치를 기대했던 정치권이 작심 5일만에 다시 불통의 길로 들어섰다. 야당의 ‘임을 위한 행진곡’ 제창 요청에 국론분열의 문제가 있어 보훈처에 해결방법을 찾아보라고 지시하겠다는 대통령의 답변이 있은 지 3일 후인 16일 국민의당 박지원 대표가 청와대 현기환 정무수석으로부터 제청이 불가하다는 연락을 받았다고 자신의 페이스북에 밝혔다. 이 과정에서 청와대가 국민의당만 먼저 연락한 채 더민주에게는 연락하지 않아 현기환 수석이 해명하는 해프닝까지 일어났다. ‘임을 위한 행진곡’이 현행대로 합창으로 불리게 되면서 당분간 정국 경색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우상호 원내대표가 “5·18 당일 이 정권이 어떻게 태도를 보이느냐에 따라 국정운영의 큰 흐름이 바뀔 수 있다.”고 경고에 나섰고, 박지원 원내대표도 “소통 협치의 합의를 잉크도 마르기 전에 찢어버리는 일”이라며 강하게 반발하고 나섰기 때문이다.

이러한 가운데 지난달 18일 광주 국립5·18민주묘지에서 개최된 5·18민주화운동 36주년 기념식이 정부인사, 시민단체, 유가족 등 3천여명이 참석해 개최됐다. 취임 첫해에만 참석했던 박 대통령은 이란 부통령 접견 등으로 올해 행사에도 참석하지 않았고, 황교안 국무총리가 정부 대표로 참석했다. 정치권에서는 정의화 국회의장과 더민주 김종인 대표, 새누리당 정진석 원내대표, 국민의당 안철수·천정배 공동대표, 정의당 심상정 상임대표 등이 기념식장에 참석했다. 이날 논란이 된 ‘임을 위한 행진곡’은 합창으로 공식 식순에 포함됐고, 제창 불가 견해을 표명한 박승춘 보훈처장은 기념식에 참석했다가 유가족의 항의로 발길을 돌려야 했다. 박 처장은 이날 “많은 국민의 찬반이 있기에 공감대가 이뤄져야 한다.”며 기존 입장을 되풀이했다. 이날 행사에서는 국가보훈처의 합창 결정대로 ‘임을 위한 행진곡’ 합창이 시작됐지만, 각계 주요 인사들, 각 당 대표와 3당 소속의원들 대부분이 곧바로 자리에서 일어나 ‘셀프 제창’으로 응수하면서 노래를 따라 불렀다. 반면, 황 총리와 현 수석 등 일부 인사들은 보훈처의 결정을 의식한 듯 따라 부르지 않았다.  이에 한 참석자가 다가와 항의하기도 했다.

이날 더민주와 국민의당은 야권의 심장부인 광주에 총집결해 ‘임을 위한 행진곡’의 제창 무산과 관련해 정부를 강도 높게 비판하고, 내년 행사부터는 반드시 제창이 이뤄지도록 법제화하겠다고 강조했다. 더민주와 국민의당은 일단 20대 국회 개원 직후 ‘임을 위한 행진곡’ 제창 불허 방침을 고수한 박승훈 보훈처장에 대한 해임촉구결의안 채택에 대해 의견을 모았다. 아울러 연일 박 처장의 자진 사퇴 또는 경질을 압박하고 있다. 야권은 20대 국회에서 새누리당이 반대하더라도 수적인 우위를 내세워 입법화한다는 방침이다. 일반 안건인 결의안은 과반 찬성으로 의결되기 때문에 야 3당의 의석수를 고려하면 무난히 통과될 것으로 보인다. 한편, 두 야당은 이와는 별개로 경제부총리가 참여하는 ‘민생경제현안점검회의’는 참여해 협치는 계속하되, 일방적인 협조는 기대하지 말라는 깐깐한 협치를 예고했다.


전두환, 5·18 광주사태 “발포명령 내린 적 없어”

한편, 5·18민주화운동 기념일을 앞두고 또 하나의 화젯거리가 ‘전두환 광주 방문’이었다. 결국, 해프닝으로 끝난 이번 일은 지난달 11일 전두환 전 대통령의 측근으로 알려진 김충립 한반도프로세스포럼 대표가 5월 단체 대표들에게 “돌아가신 분의 명복을 빌고 남은 가족을 위로하고 총체적인 유감의 뜻을 표한다.”는 말을 전하면서부터다. 하지만 전 대통령의 최측근인 민정기 전 청와대 비서관이 이를 전면 부인하면서 김씨의 주장이 사기라는 반응을 보였다. 여기까지는 한 개인의 과도한 의욕이 불러온 해프닝으로 간주하면 그만이다. 하지만 전 대통령이 5·18민주화운동 당시 계엄군에게 발포명령을 내린 적이 없다고 부인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엉뚱한 방향으로 논란이 번지게 된다. 지난 4월 27일 전 대통령 내외는 천태종 전운덕 대종사, 정호용 전 국방장관, 고명승 전 3군사령관, 김충립 대표, 신동아 기자 2명과 동석했는데, 전 대통령은 대종사 이외의 자택방문 사실을 몰랐다가 대종사와 동행한 만큼 동석을 허락했다는 것이다. 당연히 기자가 배석하고 있는지도 취재가 진행되는지도 몰랐던 것이다.

전 대통령은 이 자리에서 “어느 누가 국민에게 총을 쏘라고 하겠어. 바보 같은 소리 하지 말라고 그래”라고 말한 뒤 “보안사령관은 정보·수사 책임자이다. 보안사령관이 청와대를 꺾고 이렇게는 절대 못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광주사태하고 나하고는 아무 관계가 없어요. 어느 누가 국민에게 총을 쏘라고 하겠어. 대통령이 되려다 안 된 사람이 그런 모략을 주동하는 나쁜 소리를 한다.”고 말했다. 이순자 여사는 “각하께서 광주에 가서 돌을 맞아 5.18 희생자 유가족들의 오해와 분이 풀린다면 뭘 못하겠냐. 모두가 5·18 책임자라고 하는데 이걸 오케이 하는 건 별개 문제”라며 “목에 칼이 들어와도 아닌 건 아닌 건데….”라며 억울함을 호소했다. 이어 백담사행과 관련해서는 “6·29 선언을 자기(노태우 전 대통령)가 했다고 하고 우리를 쥐도 새도 모르게 죽이는 건 아닌가 해서 빨리 백담사로 간 것”이라며, “무방비 상태에서 갔다. 분노했다기보다 무서웠다.”고 말했다.

하지만 발포명령을 부인하던 전 대통령의 주장과 달리, 계엄군의 발포 직전 전 전 대통령이 시민에게 총을 쏠 수 있도록 하는 군의 자위권 발동 결정에 관여했다는 보안사령부 내부자료가 공개됐다. 1979년부터 1981년까지 정치·사회 현안을 다룬 『제5공화국 전사』 내용이 공개되면서 전 대통령이 광주 발포결정회의에 참석했다는 결정적인 증거가 나왔다. 한편, 전 대통령과 이 여사는 조만간 각각 회고록을 출간할 예정으로 전 대통령은 “회고록을 통해 과거사에 대한 견해를 밝히겠다.”고 밝혔다. 또 18일에는 전 대통령의 장남 재국씨가 지분을 보유한 ㈜리브로를 상대로 낸 소송에서 앞으로 7년간 24억 6천만원을 지급하라는 화해 권고결정이 내려져 추징금을 확보하게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