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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일

北 36년만의 당 대회, 뚜렷한 대안 제시 없이 지도체제만 강화

핵보유국 발언·남북 군사당국간 대화 제의·주한미군 철수 - 당 대회 후 외국 식당 여종업원 또 탈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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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이 지난 5월 6일부터 9일까지 진행된 7차 당 대회에 대해 김정은 체제가 새로운 지도사상을 체계화할 역량이 부족했다는 지적이 우세하다. 실제로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은 유엔 안보리 대북제재 하에서 ‘책임 있는 핵보유국’임을 강조하면서도 핵·경제 병진노선에 대한 뚜렷한 방향을 제시하지 못했다. 4·25문화회관에서 개최된 사업총화 보고에 나선 김정은 제1위원장은 3시간 동안 원고에서 눈을 떼지 못하고 가쁜 호흡으로 연설문을 읽기 바쁠 뿐, 국가지도자로서 청중과의 시선을 주고받을 겨를도 없었다. 이번 당 대회가 맹목적인 김일성, 김정은 시대로의 회귀를 강조하는 한편, 노동당을 중심으로 한 집권체제 강화에 있었기 때문이다. 통일부는 김정은 시대의 새로운 지도이념을 제시하기보다는 ‘김일성, 김정일주의’에 의존하고 있다고 지적하고, 본격적인 김정은 시대 개막을 선언했지만, 선대 유산을 답습하는 수준의 당 대회였다고 평가했다. 36년만에 개최된 당 대회를 통해 앞으로의 한반도 정세 변화에 대해 살펴봤다.


이번에 개최된 7차 당 대회는 1980년 제6차 당 대회 이후 36년만에 열렸다. 김정은 제1위원장은 당 대회에서 개회사를 통해 “이번 당 대회는 영광스러운 김일성, 김정일주의 당의 강화발전과 사회주의 위업의 완성을 위한 투쟁에서 새로운 이정표를 마련하는 역사적인 계기로 될 것”이며, “우리 군대와 인민은 첫 수소탄시험과 광명성 4호 발사의 대성공을 이룩해 주체 조선의 존엄과 국력을 빛냈으며 충정의 70일 전투를 힘 있게 벌여 전례 없는 노력적 성과를 이룩하였다.”고 밝혔다. 8일 김정은 제1위원장은 “책임 있는 핵보유국으로서 적대세력이 핵으로 우리의 자주권을 침해하지 않는 한 먼저 핵무기를 사용하지 않을 것이며 국제사회 앞에 지닌 핵전파방지의무를 성실히 이행하고 세계의 비핵화를 실현하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얼핏 들으면 국제적인 제재가 없으면 추가 핵실험 등을 하지 않겠다는 말로 들리지만, 북한만 비핵화하지 않겠다는 의지로 국제사회가 북한을 핵보유국으로 인정하고 대북제재를 풀어주면 비핵화 실현에 노력하겠다는 뜻이다. 상황에 따라서는 추가 핵실험의 명분이 될 수도 있다.

또한, 중대하고 절박한 과업인 조국통일을 위해서는 남북간 대화와 협상이 중요하다며 남북 군사당국 간의 회담을 제안하기도 했다. 이어 “북남 군사당국 사이의 대화와 협상이 필요하다고 인정한다.”며, “북남 군사당국 사이에 회담이 열리면 군사분계선 일대에서의 충돌위험을 제거하고 긴장상태를 완화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도 주한미군 철수를 주장하는 등 강한 비난을 쏟아냈다. 북한은 “미국은 우리 공화국의 전략적 지위와 대세의 흐름을 똑바로 보고 시대착오적인 대조선 적대시정책을 철회해야 한다.”며, “정전협정을 평화협정으로 바꾸고 남조선 침략군대와 전쟁장비들을 철수시켜야 한다.”고 전했다. 김정은 제1위원장은 9일 노동당 7차 대회 마지막 날 회의에서 노동당 위원장으로 추대됐다. 노동당 규약에는 ‘노동당의 영원한 수반’으로 명문화했다. 북한 노동당이 1949년 김일성 주석에게 추대했던 당중앙위원장을 다시 이어받음으로써 노동당 중심의 명실상부한 최고 직위를 갖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이외에도 노동당 내 핵심조직인 정치국 상무위원, 정치국 위원, 당중앙군사위원장, 당중앙위원에도 각각 선출·추대됐다. 당에서만 5개 직책을 보유하게 됐다. 한편, 선군정치가 확고한 지도이념으로 자리 잡은 북한에서 지도자의 권위를 강조하기 위해 인민군 최고사령관과 인민군 원수,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 등의 군 직책 3개로 계속 유지하면서 군권을 장악할 것으로 보이며, 최고인민회의 대의원도 유지해 당과 군은 물론, 의회까지 장악하겠다는 계산이 깔린 것으로 보인다.

이미지 18.jpg▲ 김여정 노동당 선전선동부 부부장이 김정은의 핵심 권력으로 부상했다. 사진은 주석단에서 김정은의 꽃다발을 직접 챙겨주는 김여정(붉은 원)의 모습.
 

이미지 19.jpg▲ 지난달 집단 탈출한 중국 저장성 닝보시 류경식당의 북한 종업원들이 단체로 찍은 사진이 지난달 12일(현지시각) CNN에 공개됐다. 11일 탈북 종업원 3명의 가족은 CNN 인터뷰에서 이 사진을 공개했다. CNN 홈페이지 캡처
 


마지막 날 김 제1위원장은 “우리 당과 인민 앞에 나선 혁명과업은 매우 방대하며 제국주의자들과 적대세력들의 책동은 앞으로도 계속될 것”이며, “최후승리를 반드시 우리가 쟁취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한, “김정일 동지는 조선 노동당의 영원한 수반이라는 것을 당규약에 명문화 하였다.”고 밝혔다. 애초 60% 이상 대폭 물갈이될 것이라는 예상을 깨고 군 지도부의 지위만 강등시키는 소폭의 인사교체에 그친 것은 김정은 본인을 최고 지도자로 추대하는 것을 목적으로 했기 때문이라는 관측이 우세하다. 이번 정치국 위원명단에는 군부 인사가 포함되지 않았다. 상무위원에 김영남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 황병서 군 총정치국장, 박봉주 내각 총리, 최룡해 당 근로단체비서가 이름을 올렸다. 이번 당 대회를 마지막으로 퇴진이 유력시됐던 인물까지 포함된 것은 유엔 안보리의 대북제재 이후 북한의 달라진 상황을 반영한 것이라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핵·경제 병진노선의 중추적인 역할을 담당하게 될 개혁적인 성향의 박봉주 내각총리의 상무위원 승진과 최룡해의 대외적인 역할이 주목받고 있는 이유 중 하나다. 여동생인 김여정 당 선전선동부 부부장은 29세의 젊은 나이에 이번 당 대회에서 처음으로 당 중앙위원회 위원에 이름을 올렸다. 반면, 고모인 김경희는 당 중앙위원회 명단에서 빠져 있었다.

이번 제7차 당 대회에서 김 제1위원장은 ‘국가경제발전 5개년 전략’을 제시하며 민생 향상을 주문했지만, 대부분이 김일성, 김정일 시대에 이미 나왔던 입장과 노선을 모방한 것이어서 오히려 주민 불만만 가중돼 부메랑으로 돌아올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지난 6차 당 대회 당시에는 경제건설 10대 전망을 제시하면서 전력 1000억 kWh, 석탄 1억 2000만톤, 곡물 1500만톤 등 구체적인 생산목표가 제시된 바 있었다. 7차 당 대회도 기존의 핵·경제 병진노선을 중심으로 원자력 발전 비중을 확대해 전력난과 경제난을 해결할 구상을 내놓았다. 그러나 실패로 돌아갈 가능성이 크다. 유엔 안보리 대북제재 하에서 대외적인 환경이 변화하지 않으면 결국 70일 전투와 같은 내부 동원령 이외의 별다른 수단이 없기 때문이다. 실제로 70일 전투가 끝나자마자 곧 또 다른 속도전을 노동신문이 지난 10일 예고한 상태다.


이미지 20.jpg▲ 지난달 11일 평양에서 열린 북한 노동당 대회 축하 행사에서 모란봉악단이 공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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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오며

청와대는 김정은 제1위원장이 7차 당 대회에서 남북 군사당국회담을 제안하고 ‘세계의 비핵화’ 등을 강조한 데 대해 공식 견해를 밝히지 않았다. 다만, 내부적으로는 국제사회 비핵화 요구에 대해 의지가 전혀 없어 진정성이 의심되며, ‘전형적인 치고 빠지기 전략’으로 평가하고 있다. 청와대 관계자는 “당 대회 기간 북한의 5차 핵실험 등 추가 도발 가능성에 대해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정부는 통일부 대변인 논평을 통해 “북한을 핵보유국으로 인정하지 않으며, 핵개발과 도발위협을 지속하면서 대화와 협상을 거론한 것은 전혀 진정성이 없는 선전 공세에 지나지 않는다.”는 공식 반응을 내놨다. 다만, 김 제1위원장의 군사 당국회담 제안은 좀 더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윤병세 외교부 장관과 존 케리 미국 국무장관이 지난 7일 전화 통화를 통해 북한의 핵실험과 장거리 미사일 발사를 최대 치적으로 내세운 것과 관련, 강력한 우려를 표명하며, 북한의 추가 도발을 막기 위한 공조를 강화하기로 했다. 한미 외교장관은 이날 국제사회와 공조해 강력한 경고 메시지 및 대북제재 압박을 지속, 강화하기로 했다. 아울러 북한이 비핵화 이외에는 다른 방법이 없다는 것을 깨닫고, 비핵화 의지를 행동으로 보이도록 국제사회와 긴밀히 협력하겠다는데 인식을 같이했다. 중국 관영언론은 “북한의 이번 당 대회가 세계 언론과 국제문제 연구자들의 주목을 받았지만 결국 모든 사람의 실망 속에서 마무리됐고 북한의 정책에는 어떤 근본적인 변화가 발생하지 않았다”고 평가했다.

한편, 북한은 이번 당 대회 선전을 위해 외신들을 평양에 대거 초청해 130여명의 취재진이 방문했으나, 정작 대회장소인 4·25 문화회관에는 출입을 금지하고, 행사장에서 도로를 사이에 두고 200m 떨어져 취재하도록 제한했다. 북한은 외신기자들에 취재용 완장을 30유로(약 4만원)를 받고 배포하고 분실하거나 훼손하면 벌금으로 50유로를 부과한다고 일방적으로 통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이 당 대회 진행상황을 공개하지 않는 것은 당 대회 선전을 극대화하려는 것으로 보이지만, 국제적 고립만 부각됐다는 비판이 일 정도였다. 외신들은 공장견학 등에 끌려다니며 내부선전에 동원되고 있어 농락당했다는 원성이 자자했다. 또한, 영국 BBC 방송의 취재기자를 체포해 8시간 동안 조사한 후 사과문에 서명까지 한 다음 추방해 논란이 됐다. 한편, 7차 노동당 대회 후 중국 서부지역 북한식당의 20대 여종업원들이 지난달 16일 시안을 떠나 19일 태국에 도착해 한국행을 기다리고 있고, 중국은 이 사건에 대해 “모르는 일”이라며 확인을 거부한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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