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남권 신공항 입지가 경남 밀양, 부산 가덕도가 아 닌 김해공항 확장이라는 제3의 결정으로 매듭지어졌 다. 경제성 분석과 정치적 고려를 통해 김해공항을 업 그레이드하는 것이 골자다. 이로써 밀양과 가덕도 중 한 곳을 선정함으로써 가져올 후폭풍은 종식됐다. 하 지만 이번 정부의 동남권 신공항 대책으로 부산 ·울 산·경남과 대구 ·경북 지역을 중심으로 극심한 국론 분열양상이 계속되고 있고, 정치인들의 포퓰리즘과 정 부의 갈등 조정기능 상실에서 비롯됐다는 지적이 나오 고 있다. 여기에 갈라진 여론과 감정을 해결하기까지 는 시간이 오래 걸릴 것으로 보인다.
지난달 21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최종보고회에 서 정부와 프랑스 파리공항공단엔지니어링(ADPi)는 “ 김해공항에 신규 활주로 1개를 추가로 건설해 확장하 는 것이 최적의 대안으로 결론 났다.”고 발표했다. 국 토교통부 역시 운영 효율성, 경제성, 확장성, 앞으로 의 성장잠재력 등 모든 면에서 김해공장 확장안이 가 장 높은 점수를 얻었다고 강조했다. 장마리 슈발리에 ADPi 수석엔지니어는 “완전히 ‘제로’ 상태에서 시작 하는 단계를 밟았다.”며, “부산 가덕도, 경남 밀양, 김 해공항 확장 등 3개 후보지로 최종 압축해 평가한 결 과 김해공항 확장이 최적의 대안이라는 결과를 도출했 다.”고 밝혔다. 또한, “정치적 리스크 항목을 비용 및 리스크 분야 가운데 7% 정도 반영했다.”고 말해 앞으 로 제기될 수 있는 소송으로 사업이 무산될 가능성도 부담으로 작용한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는 2026년까지 연간 4000만명 국제 및 국내선 여행객을 소화할 수 있는 제2허브급 공항으로 육성하 기로 했다. 특히 정부가 김해공항 확장이 단순 보완을 넘어선 ‘김해 신공항’ 건설에 가깝다고 강조하면서 김해공항이 어떤 모습이 될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하 지만 신공항 이슈가 가라앉으려면 적지 않은 노력과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예상된다. 지방자치단체들 역 시 갈등을 봉합하기 위한 미봉책이라며 비난을 쏟아 냈다. 권영진 대구시장은 “정부의 이번 결정은 역사 의 수레바퀴를 10년 전으로 돌리는 어처구니없는 결 정”이라며 유감을 표시했다. 황교안 국무총리가 22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영남권 신공항 후속조치 관계장관 회의’를 열고 “대승적 차원에서 결과를 수용해 달라” 고 말했다. 정부는 김해공항 확장이 아닌 김해 신공 항을 강조하고 있다. 정부가 영남권 신공항 건설을 포 기한 게 아니라는 점을 강조하면서 김해공항이 사실 상 재탄생하는 것을 주장함으로써 성난 민심을 달랜 다는 계산이다.
그러나 김해공항 확장에 대한 우려도 여전히 크다. 김해 신공항을 성공적으로 조성하기 위한 기술적 보 완 역시 긴요하다. 활주로 신설에 따른 소음피해나 항 공기의 접근문제 등을 동시에 해결해야 한다. 기존 활 주로는 남쪽에서 착륙하는 비행기가 전용으로 사용하 고, 새 활주로에는 이륙하거나 북쪽에서 착륙하는 비 행기가 활용하도록 할 계획이다. 하지만 남풍이 불 때 북쪽에서 착륙하려면 산악지형을 피해 선회비행을 한 뒤 착륙해야 하는 어려움이 예상된다. 현재 김해공항 을 함께 이용하는 공군기지(K1)를 어떻게 할지도 난 제로 꼽혀왔다. 정부는 군사기지를 별도로 이전하지 않은 채 현재 상태에서 활주로를 늘리는 방식을 선택 했다. 이번 결정으로 정책의 신뢰도에 흠집을 남겼다. 선정 후보지와 선정의 원칙을 사전에 투명하게 공개해 의혹을 키우지 않았어야 한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한편, 정부는 내년 중 공항개발기본계획 수립에 본격 착수해서 2021년 착공, 2026년 개항을 목표로 사업을 추진할 것이라고 밝혔다.
정치권의 반응은 엇갈렸다. 여권에선 국토부가 2009 년 김해공항 확장이 불가능하다는 결론을 낸 점을 문제 삼은 유승민 의원을 제외하면 대체로 정부 결정을 존 중해야 한다는 입장이지만, 야권에선 정부를 비판하고 나섰다. 새누리당은 22일 국회에서 최정호 국토교통부 2차관이 참석한 가운데 정진석 원내대표와 김광림 정 책위의장, 김도읍 원내수석부대표, 강길부, 유승민, 이 주영, 조경태, 최경환 의원 등 5개 시·도 중진의원들 과 간담회를 열었다. 이 자리에서 유 의원은 김해공항 확장에 대해 정부가 계속 불가능하다는 입장을 취하다 가 갑자기 말을 바꾼 점과 김해공항 확장 인프라 관련 예산이 6000억원이 충분한지 검토가 필요하다고 지 적했다. 한편, 김무성 전 대표는 이번 결정으로 대구 경북(TK)과 부산이 갈라지는 최악의 사태를 막아 안 도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더민주 김부겸 의원은 신공항 백지화 결정은 국민을 기만한 것이라며, 정부 를 강하게 비판했다. 안철수 국민의당 공동대표도 대 통령의 입장 표명이 필요하다며, 공세수위를 높였다. 반면 가덕도를 지지했던 더민주 문재인 전 대표에 대 해서 전재수 의원은 정치적 타격에 대해 문재인 전 대 표는 가덕 신공항이 돼야 한다고 말한 적이 없다고 일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