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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일반

조희완 칼럼 - 해브즈 오블리주(Haves-Oblige)가 대한민국의 살길이다

2016-08-07 10;26;26.PNG▲ 조희완 전 감사원 제5국 심의관
 
쿼바디스 코리아(Quo Vadis Korea), 대한민국 어디로 가고 있나?
얼마 전 필자는 언론인 출신인 지인으로부터 충격적인 말을 들었다. “지금 대한민국은 두 가지에 미쳐 있다. 하나는 돈에 미쳐 있고, 다른 하나는 섹스에 미쳐 있다.”고 했다. 필자도 평상시에 ‘대한민국은 맘몬신(돈신)이 지배하고 있다. 사람들은 돈이면 안 되는 것이 없다고 한다. 그렇다면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 아니라 맘몬공화국이 아닌가? 개혁하지 않으면 망하게 된다.’라는 등의 말을 신념처럼 자주하고 있는 터이라, 그 말이 더욱더 절실하게 들려왔다. 우리 민족의 큰 스승인 다산 정약용도 이미 180년 전에 공직자가 공직을 성공적으로 수행하려면 재(財)와 색(色)과 직(職), 이 세 가지에 대해서 특별히 청렴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말 위대한 혜안이 아닐 수 없다. 필자는 비록 공직을 떠났지만 우리나라의 부정부패에 대해서 항상 노심초사 하고 있다. 날마다 홍수처럼 쏟아지는 고위공직자들의 부정부패 뉴스를 접하면 괴로운 마음을 금할 수가 없다. 때로는 먼저 된 공직선배로서 자괴감도 느끼고 참회도 하고 있다.

대한민국 고위공직자들 정말 정신 차려야 한다
나라가 제대로 되려면 공직자들이, 특히 고위공직자들이 바로 서야 한다. 공직자들이 부패하면 그 나라는 망하게 되어 있다. 이것은 세계 역사에서 어느 한 나라도 예외가 없는 만고불변의 진리이다. 우리나라의 국가청렴도는 50점 중반으로 국제적으로 보면 낙제점을 면치 못하고 있다. 그래서 외국에서는 우리나라를 ROTC(Republic of Total Corruption) 즉 총체적 부패공화국이라고 비아냥거리기도 한다. 수치스러운 일이지만 날마다 쏟아지는 부정부패 사건 중에서 최근에 일어난 몇 가지 사례를 살펴보면,

사례1. 지난 7월 9일 언론매체를 통하여 보도된 교육부 나향욱 정책기획관의 비뚤어진 언행은 도대체 이해가 되지 않는다. 어떻게 이런 사건이 공직사회에서 일어날 수 있느냐? 너무 기가차서 한동안 어안이 벙벙했을 정도였다. 나 기획관은 “나는 신분제를 공고화시켜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99%의 민중은 개·돼지로 보고 먹고 살게만 해주면 된다.” 또 “나는 1%가 되기 위해 노력하는 사람”이라며, “어차피 다 평등할 수는 없기 때문에 현실을 인정해야 한다.” 그리고 구의역 사고로 숨진 19살 청년에 대해서도 “그게 어떻게 내 자식처럼 생각되나. 그렇게 말하는 건 위선”이라며, “출발선상이 다른데 어떻게 같아지나, 현실이란 게 있다.” 등의 말을 했다고 한다. 명문대와 행정고시 출신은 그렇게 말해도 되는지 모르지만, 정말 교만과 독선이 스스로 패망을 초래했다. 국민들의 분노와 절망도 이만저만이 아니다. 소설가 조정래씨는 “민중이 개·돼지라면 그렇게 말한 사람은 개·돼지에 기생하는 기생충이나 진딧물이다.”고 분개했다. 그는 고위공직자가 막말 발언으로 파면된 첫 번째 사례를 남겼다.

사례2. 국회 서영교 의원은 이화여대 총학생회장 출신 정치인으로 ‘청문회 스타’, ‘서민의 대변인’ 등으로 불리며, 국회 내에서 촌철살인의 발언을 하기로 유명했다. 그렇지만 자신에게는 한없이 관대한 행동을 마다 하지 않았다. 19대 국회 때 자신의 딸을 자기 사무실의 인턴으로 채용하고서, 봉급은 딸에게 주지 않고 자신의 정치후원금 계좌로 입금하였고, 딸은 그 인턴 경력으로 로스쿨에 입학했다는 의혹을 샀는가 하면, 자신의 동생을 5급 비서관으로 채용하여 2760만 원의 급여를 지급했고, 또 다른 보좌관에게는 봉급에서 매달 100만 원씩 총 500만 원을 정치후원금으로 받았다고 한다. 그뿐만이 아니다. 2012년 10월 국회 법사위원이었던 시절에는 대검찰청 등에 대한 국정감사가 끝나고 피감기관과 회식자리에 변호사인 자신의 남편을 합석시켰다는 의혹을 사기도 했다. 결국 서의원은 지난 7월 11일 소속 정당을 자진탈당하면서 “사려 깊지 못한 행동으로 많은 분들께 박탈감을 드리고 실망을 드렸다.”고 사과했다.

사례3. 법무부 진경준 검사장은 필자가 국가청렴위원회 신고심사국장 재임 시에 국가청렴위원회에 파견 나와 있었던 검사들(채동욱 전 검찰총장, 조웅천 현 국회의원 등) 중의 한 사람이다. 필자는 그 당시에 그들과 별로 친분이 없었기 때문에 잘 몰랐는데, 세월이 참으로 무섭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진 검사장은 2015년 검사장으로 승진한 후 재산공개 시에 156억원을 신고하여 법조인 재산 1위로 등극한 인물이다. 이 재산은 모두가 국가의 공권력을 사유화 하여 불법으로 착취한 재산이다. 진 검사장은 2005년 서울대학 동창이자 넥슨 창업주인 김정주 회장으로부터 4억여원을 받아, 그 돈으로 넥슨의 비상장 주식을 사서 120억원대의 시세 차익을 올렸고, 2008년 3월에는 넥슨으로부터 제네시스 승용차를 처남 명의로 받았으며, 2010년 서울중앙지검 부장 재직 시에는 대한항공의 탈세사건을 내사종결 해주고 그 대가로 처남의 청소용역업체에 134억원대의 대한항공 일감을 몰아주어 제3자 뇌물수수 혐의까지 받고 있는 등의 범죄행위로 인해서, 68년 검찰 역사상 현직 검사장이 구속되는 첫 번째 사례를 남겼다.

대한민국의 지도층에 H/O의 부드러운 혁명이 일어나야 한다
지난 7월 11일 동아일보 오피니언 면에 ‘官의 눈에는 국민이 개돼지로 뵈더냐’의 [김순덕 칼럼]에 이런 내용이 있다. 정치철학자 윤평중은 ‘철학과 현실’ 여름호에서 “한국은 거대한 르상티망 사회”라고 했다. 르상티망은 승자와 강자에 대한 패자와 약자의 원한, 질투, 시기심 등 대단히 부정적인 감정의 결합체다. 격차로 인한 불만이 극에 달해 ‘원한 사회’로 가고 있다는 진단도 나왔다. 양극화가 심해져도 공정한 기회와 과정을 통한 결과라면 패자가 원한까지 품지 않는다. 공정한 기회와 과정의 틀을 짜고 집행하는 것이 정부의 역할이고 공직자들이 봉급 받는 이유다. 정확한 진단이고 필자도 전적으로 공감한다.

2015년 12월 프란치스코 교황은 “무자비하고 잔혹한 뉴스가 가득 찬 현재 세계는 `부드러운 혁명'이 필요하다.”고 강조한 바 있다. 우리 사회가 꿈과 희망이 있는 사회가 되기 위해서는 무언가 더 가진 자들이 먼저 변해야 한다. 필자는 그것을 해브즈 오블리주(HavesOblige)라고 한다. 가진 자들의 사회적 책임과 의무를 말한다. 미국 TV토크쇼의 유명한 진행자였던 오프라 윈프리도 “남보다 더 가진 것이 있다면 그것은 축복이 아니라 사명이다.”고 했다. 따라서 우리 사회에서 권력이든, 재물이든, 지식이든, 기술이든, 인기이든, 명예이든 무엇이든지 간에 남보다 더 가진 것이 있다면, 그것은 누리고 군림하는 것이 아니라 헌신하고 봉사하는 것으로 패러다임을 바꾸어야 한다. 이를 위해 우리 사회 지도층에 H/O의 부드러운 혁명이 일어나야 한다. 고위공직자 비리 수사처같은 특별 기구를 만들어 대대적인 수술을 해야 한다.


감사원 제5국 심의관,
감찰관, 제7국장, 제4국장
국가청렴위원회 신고심사국장, 관리관(1급)
미국 스탠퍼드대학교 객원연구원(반부패)
한양대학교 자치행정대학원 겸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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