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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일

태영호 駐英 북한 공사 가족, 한국 귀순...朴 대통령, ‘北 체제동요 가능성’ 거론

본국 소환 앞두고 망명 택해...北, SLBM 3기 탑재한 잠수함 개발 지시

2016-08-30 16;11;55.PNG▲ 통일부는 지난달 17일 태영호 영국주재 북한공사의 망명 및 국내 입국사실을 발표했다. 사진은 지난해 김정철(왼쪽)이 에릭 클랩튼의 런던 공연장을 찾았을 때 에스코트하던 태영호 공사 모습. 일본 TBS 방송 캡처. 오른쪽 사진은 태영호가 2014년 영국에서 강연하는 모습. 유튜브 캡처
 
상반기 국내 망명자만 10명 육박...北, “태영호는 범죄자, 남조선 선전에 이용”

영국 주재 북한대사관 태영호 공사가 가족과 함께 최근 한국에 들어왔다고 통일부가 지난달 17일 밝힌 가운데 탈북해 국내로 입국한 북한 외교관이 올해 상반기에만 10명에 육박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최근 태영호 공사는 부인, 자녀와 함께 한국에 입국해 현재 정부의 보호 하에 있으며, 영국 주재 북한대사관에서 서열 2위로, 지금까지 탈북한 북한 외교관 중에서 최고위급에 해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대사관 내 서열 2위에 해당하는 고위급 외교관의 탈북은 매우 이례적인 일로, 북한 엘리트층의 탈북이 본격화한 것이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이번 한국 망명은 북한의 핵심계층 사이에서 김정은 체제에 대한 한계에 이르고 있다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다. 정부 당국은 북한의 외교관들의 탈북 행렬을 주시하고 있다. 러시아 주재 북한 대사관 김철성 3등 서기관이 지난 7월 잠적했다가 최근 가족과 함께 귀순한 것으로 알려졌다. 불가리아 북한 외교관이 올해 초에, 동남아 국가 북한 외교관 2명이 탈북해 지난 6월과 7월 각각 국내로 들어온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 4월에는 아시아에서 외교관 신분으로 태권도 사범활동을 하던 인물도 탈북해 입국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앞서 재작년 태국주재 북한 외교관과 작년 5월 아프리카 주재 북한 외교관도 한국으로 망명했다.

현재 태 공사는 탈북민 보호센터에서 탈북 경위 등에 대한 유관기관 합동조사를 받고 있다. 태 공사는 부인과 아들 2명과 함께 영국 공군기를 타고 독일 내 미군기지로 갔다가 비행기를 갈아탄 뒤 한국으로 입국한 것으로 알려졌다. 태 공사는 가족과 함께 10년 동안
영국에 거주해왔고, 가족과 함께 대사관이 있는 런던 서부에서 7월 중순경에 망명한 것으로 보이는데, 올 여름에 임기를 마치고 평양에 복귀할 예정이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태 공사는 고등중학교 재학 중 고위 간부 자녀들과 함께 중국에서 유학하면서 영어와 중국어를 배웠으며, 귀국해 평양국제관계대학을 졸업하고 외무성 8국에 배치된 것으로 알려졌다. 덴마크어 1호양성통역으로 뽑혀 덴마크에서 유학했으며, 1993년부터 덴마크 대사관 서기관으로 일했다. 1990년대 말 덴마크주재 대사관이 철수하면서 스웨덴으로 옮겼다가 EU 담당 과장으로 승진했다. 2001년 북한과 유럽연합(EU)의 인권대화 때 대표단 단장으로 나서기도 했다.

주요 해외언론들은 태 공사의 귀순 배경과 의미를 주시했다. 태 공사의 귀순에는 대북제재 강화로 북한 외교관들의 활동에 제약이 커지면서 생활도 궁핍해진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 외교관들이 북한의 지원이 없는 상태에서 외국생활이 쉽지 않은데 국제사회의 제재 강화로 더욱 어려움에 빠졌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태 공사의 귀순도 이러한 현실이 망명 결정에 영향을 미쳤다고 지적하고 있다.

태 공사는 2013∼2014년 영국의 한 강연에서 북한의 해외 공관들이 불법적인 방식을 포함해 현금을 마련하라는 압박을 받는다고 인정했다. 이 영상에서 태 공사는 본국의 친구들이 자신이 한 달에 1200파운드(한화 173만원)로 수영장과 사우나를 갖춘 궁전에 사는 줄 알지만, 현실은 침실 2개에 비좁은 부엌이 전부인 대단할 것 없는 아파트라고 밝혔다.

세계 각지의 북한대사관은 북한의 외화벌이에 구심점 역할을 하고 있다. 북한 외교관들이 밀수하다가 덜미를 잡히기도 했다. 여기에 최근 북한활동을 감시하는 눈이 많아지면서 외화벌이 할당량을 채우기 어렵게 됐다. 갈수록 북한 외교관들이 임무를 수행하기 어려워지자 이들이 북한의 압박을 받기보다는 망명을 선택하고 있다고 내다봤다.

한편, 태 공사의 귀순이 북한 지도부와 권력 엘리트들에게 상당한 심리적 충격을 줄 것으로 예상되는 반면, 태 공사가 처한 상황 등을 감안할 때 권력 엘리트들의 대규모 ‘도미노 탈북’이 일어나지 않는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황장엽씨가 망명했을 때도 북한체제가 외관상 크게 동요하지는 않았다는 것이다.

태 공사의 망명과 관련해 북한 당국이 해외주재 외교관이나 무역일꾼들에 대한 소환령을 내린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은 태 공사의 탈북에 따른 후속조치 및 재발 방지 차원에서 지시를 내린 것으로 전해졌다. 가족들을 인질로 삼아 핵심 엘리트층의 탈북을 막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북한으로서는 고위급 외교관이 탈북하는 악재가 발생함에 따라 관련자들에 대한 숙청도 잇따를 것으로 예상된다. 한편, 북한은 20일 태 공사의 귀순에 대해 남한 당국이 ‘범죄자’를 끌어들여 “반공화국 모략 선전과 동족 대결에 써먹고 있다.”고 주장했다.

북한은 태영호의 이름을 직접 거론하진 않은 채 “도주자는 많은 국가 자금을 횡령하고 국가 비밀을 팔아먹었으며, 미성년 강간 범죄까지 감행한 것으로 하여 그에 대한 범죄수사를 위해 지난 6월 이미 소환지시를 받은 상태에 있었다.”고 주장했다. 북한의 이런 주장은 태 공사를 범죄자로 몰아 귀순의 의미를 축소하고 한국 당국에 책임을 돌림으로써 김정은 체제의 균열을 막으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또한, “우리는 사건 발생 초기부터 영국 측에 도주자가 감행한 범죄행위들에 대해 알려주고 조사를 위해 범죄자를 넘겨줄 것을 요구했다.”며, 영국을 향해서도 비난의 화살을 돌렸다.

한편, 망명한 태 공사가 최고위급 외교관이라는 점에서 김정은 위원장과 북한 권력층 내부와 관련한 민감한 정보를 가지고 있을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그가 가지고 있는 정보에 대해 관심이 쏠리고 있다. 특히 태 공사는 지난해 에릭 클랩턴의 런던 공연 김정은의 친형인 김정철을 에스코트한 바 있다. 그가 김정은 일가와 관련한 소식을 직간접적으로 들었을 가능성이 지목된다. 태 공사의 부인인 오혜선도 김일성의 빨치산 동료이자 노동당 군사부장을 지낸 오백룡의 일가다.

빨치산 가문 부부가 탈북해 한국행을 택한 것은 이번이 처음으로 알려진 만큼 북한 내 이너서클 관련 정보가 나올지 주목된다. 황장엽씨도 지난 1997년 망명 이후 북한의 실상을 낱낱이 고발한 바 있다. 태 공사 역시 고위인사이자 핵심정보를 지니고 있을 수 있다는 점 때문에 국가정보원 산하 북한이탈주민보호센터에서 조사 후 하나원을 거치지 않고 곧바로 사회에 나갈 것으로 예상된다. 탈북민들은 보통 탈북 경위조사를 받은 이후 하나원에서 정착교육을 받지만, 국정원장의 신변보호 결정이 내려지면 별도의 장소에서 교육절차를 거친다.

2016-08-30 16;11;35.PNG▲ 박근혜 대통령이 지난달 22일 청와대에서 열린 을지 국가안전보장회의를 주재했다. 청와대 사진 제공. 오른쪽은 북한 조선중앙TV이 공개한 전날 SLBM 시험발사 장면.
 
박근혜 대통령이 지난달 22일 북한 김정은 체제를 겨냥해 “북한의 주요 인사들까지 탈북과 외국으로의 망명이 이어지는 등 심각한 균열 조짐을 보이면서 체제 동요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고 언급하면서 갈수록 대북 발언의 수위를 높였다. 박 대통령은 이날 을지 국가안전보장회의(NSC)와 을지 국무회의를 잇달아 주재하면서 태영호 주영국 북한대사관 공사의 망명, 을지프리덤가디언 훈련 계기 북한의 군사적 도발 위협 등을 대비해 강력한 경고 메시지를 내놨다.

박 대통령은 광복절에 이어 이날도 청와대에서 대북정책의 큰 변화를 시사했다. 북한의 4차 핵실험과 장거리 미사일 발사 이후 제재와 압박에 나서고 있는 데다 북한 체제 붕괴 가능성을 거론한 것이다. 한·미 군 당국도 태영호 영국 주재 북한대사관 공사를 비롯한 엘리트층의 잇따른 탈북이 북한 내부에 미칠 파장을 주시하면서 ‘작전계획 5029’ 점검에 들어갔다. 박 대통령은 광복절 경축사에서 북한 주민에게 직접 메시지를 전달했는데, 이는 극히 이례적이었다. 북한의 핵심 권력층과 간부 및 주민을 분리하는 대북 전략을 본격화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은 북한 정권 수립 70주년인 2018년 9월 9일까지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발사관을 2∼3개 갖춘 신형 잠수함을 만들라는 지시한 것으로 밝혀졌다. 김 위원장이 올해 6월 22일 중거리탄도미사일 무수단 발사 직후 열린 과학자들과의 연회에서 신형 잠수함 제작을 지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북한이 배수량 3천t 수준의 골프급 잠수함을 분석해 얻은 기술을 토대로 여러 개의 발사관을 탑재한 신형 잠수함을 개발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북한이 보유한 잠수함은 SLBM을 1발만 쏠 수 있다. 북한이 SLBM을 3기 탑재할 수 있는 3천t급 잠수함의 개발을 추진할 가능성도 있다.

SLBM을 발사하려면 육상발사, 수중 발사, 탄두 비행 기술, 탄두를 노린 대로 쏘는 유도기술의 4단계를 모두 충족해야 한다. 북한이 3단계에 해당하는 탄도 비행기술을 확보한 것은 확인됐으나, 유도기술에 달했는지는 아직 명확하지 않다. 미국과 일본은 물론, 중국과 러시아도 이번 북한의 SLBM 시험발사를 강력하게 비판하고 나섰다. 한반도 전시상황을 가정해 열리는 을지프리덤가디언은 이날부터 약 2주간 진행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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