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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

정부, 후분양제 도입·국감후 로드맵 마련…공공주택 도입 후 민간주택 유도


후분양제가 주택시장의 태풍이 될 조짐이다.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이 한국토지주택공사(LH)의 공공 주택사업을 중심으로 후분양제를 단계적으로 도입하겠다고 밝혔다. 김 장관은 12일 국토부 국정감사에서 주택 후분양제 도입의 필요성에 대해 “LH가 진행하는 공공부문 건설에서 후분양제 도입을 단계적으로 추진할 것”이라며, “민간부문에서도 후분양제를 유도하는 인센티브를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선분양제는 1977년에 돼 국가재정이 부족하던 당시 정부부담 없이 주택공급을 확대할 수 있었다. 이후 선분양 특혜시비와 자재 바꿔치기와 부실공사, 분양권 투기 등이 문제가 돼 왔다. 이런 이유로 그간 후분 양제 논의는 꾸준히 있었지만, 정부차원에서 구체적으로 도입의지와 방식을 밝힌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후분양제는 건설사가 주택을 어느 정도 지은 뒤 입주자를 모집하는 방식이다. 후분양제가 도입되면 기존의 방식에서 벗어나야 한다.
 
이날 국감에선 정부가 발표한 부동산 대책들과 다주택자 규제 등 집값 안정화 방안에 대한 야당 의원들의 공격이 쏟아졌다. 8·2대책이 졸속으로 이뤄졌고, 청와대 등이 개입한 것 아니냐는 지적도 있었다. 8·2 대책 이후 주택시장 전망이 불투명해진 데다 규제 부활이 임박한 가운데 민간주택에 후분양제까지 본격적으로 도입되면 앞으로 주택사업이 더욱 어려워질 수밖에 없다. 정부는 공공부문의 후분양제는 로드맵을 만들어 단계적으로 도입하고, 민간주택에 대해서는 건설사들이 자발적으로 후분양을 할 수 있도록 인센티브를 강화하기로 했다. 당장 민간주택에 대한 후분양을 의무화하지는 않는 대신 인센티브를 확대해 참여를 늘릴 방침이다.
 
주택도시보증공사의 주거복지 향상을 위한 주택금융시스템 발전방안 최종연구보고서에 따르면, 민간아파트에도 후분양제가 의무화되면 건설사가 추가로 조달해야 하는 주택건설자금이 연평균 40조원을 넘어서게 된다. 이 경우 민간주택의 분양가는 최대 7%선까지 오르고, 연간 10만 가구 이상의 주택공급이 줄어들게 된다. 2022년까지 연평균 38만 6600가구를 건설할 경우 건축공정 80%에서 후분양을 하면 주택건설사가 추가로 조달해야 하는 자금이 연평균 35조 4천억∼47조 3천억원에 달할 것으로 추정됐다.


이는 공정 80%에서 후분양하면 필요한 자금인 연평균 74조원에서 현행 선분양에서 필요한 비용 26조 7천억 ∼38조 6천억원을 제외해 산출한 것이다. 이때 주택의 분양가는 2014∼2016년까지 주택도시보증공사에 분양보증을 받은 가구당 평균 분양가 2억 9천만원이 적용됐다. 후분양으로 건설사의 자금조달비용이 증가하면서 후분양이 의무화될 경우 건설사의 주택공급이 줄어들 것으로 예상 했다.
 
특히 중소 건설사는 후분양 이후 시공사의 연대보증 등에 따른 자금조달이 곤란해질 것으로 봤다. 앞으로 건설자금을 대출하려면 신용도가 낮은 중소 주택업체는 자금조 달이 어려워질 수밖에 없다. 이 경우 중소 건설사의 사업 추진에 부정적 영향을 미치며, 연평균 8만 6천∼13만 5천 가구의 주택공급이 감소할 수 있다. 또한, 소비자의 분양 대금을 대신해 공사비를 조달하면 분양가가 3.0∼7.8%가량 인상될 것으로 추정했다. 소비자의 대출 이자도 증가해 LTV 60%시 이자부담이 900만∼1100만원까지 늘어난다. 후분양을 할 경우 투기적 거래가 발생하지 않는 긍정적인 효과가 있다. 기존 주택처럼 상품을 직접 보면서 선택할 수 있는 장점도 있다.
 
그러나 2년여에 걸쳐 나눠 분담하던 분양대금을 단기간에 조달해야 한다. 소비자의 신용이 낮으면 주택마련에 필요한 비용 부담이 증가하는 단점이 있다. 완전 준공 후 분양이 아닌 이상 주택의 하자나 품질을 확인하기 어려운 문제가 있고, 발코니 확장 등 선택품목의 공사비가 늘어날 수도 있다. 보고서에는 후분양을 도입할 경우 자금조달원을 다변화하고, 이와 관련된 다양한 건설 보증상품과 대출상품 등을 개발, 활성화할 필요가 있다.


또, 건설사가 공사대금 차입에 의한 부채비율 상승과 이에 따른 재무구조 악화 등의 악순환에 빠지지 않도록 회계상의 보완책을 마련하고, 신용등급상 유예기간을 도입하는 등 사업자 위험을 완화하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미분양 리츠와 같은 자금지원 방안을 만들고, 새로운 방식의 후분양 자금조달방식과 지원보증상품의 개발도 필요하다.
 
후분양제는 호불호가 명확하다. 먼저, 주택 수요자 입장에서는 눈으로 직접 확인하고 집을 살 수 있다. 부실시공을 예방하고, 소비자의 선택권도 보장하는 효과도 있다. 실제 아파트 단지의 층, 향, 구조 등을 확인하고 분양받으므로 깜깜이 분양도 줄어들게 된다. 청약과열이나 분양권 전매를 통한 투기를 차단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하지만 후분양제가 시행되면 건설사들은 건설자금을 스스로 마련해야 한다.


또한, 건설과정에서 발생하는 중간비용이 고스란히 소비자에게 전가돼 분양가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시행사는 공사비를 모두 자체 조달해야 하므로 사업성 악화를 이유로 사업을 미룰 수 있다. 이렇게 될 경우 주택 신규 공급물량이 크게 줄어들 수도 있다. 소비자는 집값을 2~3년간 나눠 내던 방식에서 1년 이내에 한꺼번에 목돈을 마련해야 하는 부담이 생긴다.
 
건설업계에서는 희비가 엇갈릴 것으로 예상된다. 후분양제가 시행되면 공사비를 나중에 받아야 하므로 시행사가 스스로 자금을 조달해야 한다. 이렇게 되면 대형 건설사는 아파트 사업이 가능하지만, 자금조달 능력이 부족한 중견 건설사들은 사업 추진이 어려워진다. 대규모 사업 수주경쟁에서 대기업 독식현상은 더욱 잦아질 수밖에 없다. 대형 건설사들 역시 후분양제가 도입되면 신규 사업을 하기 어려워질 수 있다.


건설업계는 후분양제 논의가 나올 때마다 “자금조달에 따른 금융비용이 상승해 오히려 분양가가 오를 것”이라고 반발해왔다. 업계에서는 후분양제를 꺼리는 분위기지만, 한편에선 일부 건설사들이 후분양제 수용을 사업조건으로 내걸고 있다. 민간부문까지 적용하기에는 아직 갈 길이 멀지만, 후분양제가 자리를 잡으면 주택시장에 일대 지각변동이 예고되는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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