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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산·국방

68년 만에 다시 만난 23살 남편과 89살 아내

故 김정권 이등중사(병장) 통영에서 호국의 영웅 귀환행사 가져

“이제라도 돌아와 줘서 고마워요” 남편을 전쟁터에 떠나 보낸지 68년 만에 다시 만날 이명희(89세) 할머니는 남편의 귀환 소식에 그동안 참아왔던 눈물을 하염없이 흘렸다. 국방부 유해발굴감식단(이하 ‘국유단’)은 9월 6일 13시, 통영에서 6․25전쟁에서 전사한 고(故) 김정권 이등중사(1928년생)의 「호국의 영웅 귀환행사」를 실시한다.


「호국의 영웅 귀환행사」는 6․25전쟁 당시 나라를 위해 목숨을 바쳤으나 미처 수습되지 못한 채 이름 모를 산야에 잠들어 계신 전사자를 찾아 가족의 품으로 모시는 행사이다.  국방부는 이날 유가족들에게 고(故) 김정권 이등중사의 참전경로와 유해발굴 과정 등에 대해서 설명하고, 전사자의 신원확인 통지서와 국방부장관 위로패, 유품(단추, 칫솔, 버클) 등이 담긴 「호국의 얼」함을 전달한다. 



행사에는 고(故) 김정권 이등중사의 유가족(아내, 아들, 여동생 등)과 군 부대·지방자치단체(통영시청, 경찰서, 보건소) 관계자 등 40여 명이 참석해 나라를 위해 희생하신 고인의 명복을 빌고 유가족들을 위로할 계획이다. 고(故) 김정권 이등중사가 가족의 곁으로 돌아올 수 있었던 것은 유가족들의 적극적인 DNA 시료채취 참여와 6․25전사자 유해발굴을 위한 국유단의 노력이 함께 있었기에 가능했다.


오랜 시간 아버지를 그리워하던 아들 김형진(69세)씨는 6․25 전사자 유해발굴 사업을 통해 DNA 시료채취에 참여하면 아버지를 찾을 수도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어, 2010년 통영시 보건소에서 고모와 함께 DNA 시료채취에 참여했다.   하지만 당시에는 발굴된 유해 가운데 일치하는 유전자가 없어 또다시 기약 없는 기다림을 할 수 밖에 없었다. 그 후 8년이 지난 2017년 10월 24일 국유단은 경기도 파주 박달산 무명 170고지에서 국군으로 추정되는 유해를 발굴하였다.


이후 정밀감식과 유가족의 DNA 데이터 비교 분석을 통해 2018년 7월 무명용사 유해에 ‘김정권’이라는 이름을 찾아 줄 수 있었으며, 68년 만에 가족의 품으로 돌아올 수 있있던 것이다.  고(故) 김정권 이등중사는 1928년 경북 의성군에서 4남 1녀 중 장남으로 태어나 광복 이듬해인 1946년 아내 이명희씨와 결혼했다.  당시 아내는 일본에서 유학을 마치고 고국으로 돌아온 지 얼마 안 돼 한국어가 서툴렀으며, 이런 아내를 위해 밤마다 한글공부를 가르칠 정도로 자상한 남편이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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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50년 7월에는 아들 김형진씨를 낳아 행복한 결혼생활을 이어가고 있었지만 이들 부부도 전쟁의 화마는 피해갈 수 없었다. 23살의 건장했던 청년은 1950년 8월 31일 피난길에 국군에 입대하게 되었으며, 그 모습이 피붙이 아들을 업고 두려움에 떨며 어쩔 줄 몰라 하는 아내와의 마지막이 되었다. 고(故) 김정권 이등중사는 경산․영천 일대에서 기초 군사훈련을 받고 1사단에 배치되었으며, 낙동강 방어선 전투와 평양 탈환 작전에 참여하며 북한의 평안북도 운산지역까지 이동했다. 



하지만 중공군의 거센 공세로 국군은 다시 임진강까지 후퇴하였으며, 김 이등중사는 임진강 - 서울 서북방 지역을 방어하기 위한 델타방어선전투(1951.4.25~4.27)에서 전사한 것으로 추정된다. 아들 김형진씨는 아버지의 귀환을 ‘기적이다’라고 말한다. “13만 3천여 명의 미수습 전사자 가운데 유해를 수습한 분이 1만분이고, 그 중 유전자가 일치하여 가족 품으로 돌아온 분이 단 128명뿐이라고 들었다”며, “129번째로 아버지가 우리 가족의 품으로 돌아오셨다. 확률로 설명할 수 없는 기적 같은 귀환이다”고 말했다. 특히, 김 씨는 “DNA 검사결과 ‘부자관계로 확인된다’라는 통보를 받은 날짜가 7월 5일이었는데, 이날은 내 생일이자 아들의 생일이었다. 아버지는 신기하게도 아들과 손자의 생일날에 돌아오셨다”며 눈시울을 붉혔다. 

 

신원이 확인된 고(故) 김정권 이등중사의 유해는 유가족들과 협의를 거쳐 추후 국립현충원에 안장될 예정이다. 지금까지 유가족 DNA 시료채취에 참여한 유가족은 3만 2천여 명으로, 6․25전쟁 이후 미 수습된 유해 13만 3천 여위 대비 24% 수준으로 매우 부족하다. 

 
국방부는 2019년에 유가족 DNA 확보 인력을 지금의 4배로 늘려 유가족의 한을 풀어드리기 위한 노력을 강화할 계획이다. 국방부 유해발굴감식단장(대령 이학기)은 “보건소, 군병원, 예비군 동대 등을 방문하면 시료채취 키트를 이용하여 간단하게 DNA 시료를 채취할 수 있다”며, “유가족 중 1분만 참여해도 10년, 20년 후에 발굴되는 유해와도 DNA 비교 분석이 가능한 만큼 전사자들의 신원확인을 위해 유가족들의 적극적인 DNA 시료 채취 참여를 당부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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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원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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