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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기자 칼럼/ 이 시대에 종교의 기능은 무엇인가


김대성


사람에게는 죽고 싶지 않은 본능이 있다. 모든 인간에게 죽음은 가장 두려운 것이고 죽음 앞에 서게 되면 본능적으로 생명을 더 연장시키고 싶은 것이 인지상정(人之常情)이다. 지혜자 솔로몬은 이러한 현상에 대하여 조물주가 사람을 창조할 때에 영원을 사모하는 마음’(구약성서 전도서 3:11)을 주었다고 설명한다. 어린 아이들이 갑작스럽게 몸의 위험을 느끼게 되면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엄마를 부른다. 어릴 때부터 자신을 보호하고 지켜준 엄마의 손길을 본능적으로 찾게 되는 것이다. 그러나 어느 정도 성장한 후에, 생명의 위험에 봉착하게 되면 엄마를 찾지 않고 인간을 초월하여 존재하는 ’()을 무의식적으로 찾게 된다. 인간 속에 무엇인가 신에 대한 관념이 존재하고 있다는 증거일 수도 있다.


망망한 바다에서 배가 풍랑을 만나 사람들이 모두 죽음의 위험에 처하게 되면, 아마도 대부분은 자신들을 구해 줄 신()을 찾을 것이다. 이와 같이 연약한 인간이 어떤 절대자를 의지하여 위급할 때에 도움을 구하고 싶은 본능 때문에 세계 어느 종족이나 민족이나 가릴 것 없이 저들 나름대로의 신을 만들어 섬기는 것이 지극히 보편적인 현상이기도 하다. 그러니까 종교란 인간 사회에서 불가피한 도구일 수밖에 없다. 물론 무신론자들도 존재하기는 하나, 어쩌면 그들의 마음속에도 나름대로 설정해 놓은 신이 있을 것이다. 17세기 프랑스의 수학자이자 철학자였던 파스칼은 그의 인생 경험을 통해서 다음과 같은 말을 하였다. “신을 알고 있는 사람에는 두 종류가 있다. 영리하거나 어리석은 것과는 상관없이, 마음이 가난한 사람과 진정으로 현명한 사람들이다. 오만한 사람과 어설프게 현명한 사람들만이 신을 모른다.”

 

종교란 무엇인가

이렇게 해서 발생하는 종교는 그 수를 헤아릴 수 없을 만큼 다양하고 복잡하다. 그런데 종교를 가지고 있는 사람들은 과연 무엇을 믿고 무엇을 추구하며 살아가는 것인가? ‘종교의 사전적 의미는 초자연적인 절대자에 대한 믿음을 통해 인간 생활의 고뇌를 해결하고 삶의 궁극적 의미를 추구하는 일. 또는, 그러한 믿음의 체계나 가르침이라고 되어 있다. 종교(宗敎)라는 말 자체의 한자적인 의미는 으뜸이 되는 가르침이라는 뜻이다. 또 종교를 인간과 관련된 존재의 우주적 질서(a cosmic order of existence)”라고 정의하기도 한다.


종교의 이러한 기본적인 정신을 기초로 하여 만들어진 종교들 가운데 세계 인구의 80% 이상을 차지하고 있는 세계 5대 종교는 대체로 기독교, 불교, 이슬람교, 힌두교, 유대교로 분류된다. 이 주요 종교들의 교리를 살펴보면, 그들의 믿는 신()들은 차이가 있으나 이들 종교가 대부분 가지고 있는 핵심적인 가르침 중의 하나는 다른 사람에게 선()을 행하라는 것이다. 윤회설을 믿는 불교나 힌두교의 경우도 현세에서 덕을 행하고 선업(善業)을 쌓아야 내세에 더 나은 생명체로 다시 태어날 수 있다고 가르친다. 그러니까 각 종교를 따르는 신도들이 그 가르침대로만 산다면 이 세상은 얼마든지 평화스럽고 살기 좋은 세상이 될 수 있다. 그런데 오늘날 전쟁과 폭력과 범죄가 난무하는 세상의 모습을 보면, 종교의 가르침은 이상적이고 그야말로 으뜸의 교훈이지만 그것을 실천하며 사는 사람들은 흔하지 않다는 사실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선업(善業)을 쌓는다는 것

세계적인 종교들이 공통적으로 가르치고 있는 선업(善業)을 쌓는다는 것은 무엇인가? 일단 선업의 중심 개념은 다른 사람과의 관계에서 사랑의 마음으로 호의를 베풀고 선을 행하는 것이다. 이 문제를 좀 더 심도 있게 구체적으로 분석해 보면 다음과 같이 세 가지로 분류할 수 있을 것이다.


(1) 마음속으로 다른 사람들을 좋게 생각하라어떤 의미에서 다른 사람을 대할 때에 가장 중요한 기본 요소는 마음으로 그들을 어떻게 생각하느냐 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서 가난하고 불쌍한 이웃들에게 자신의 가진 것을 나눌 때에도 사람마다 마음의 동기는 각각 다를 수 있다. 진심으로 그들을 불쌍히 여기는 동정심으로 도울 수도 있고 자기 이름을 내고 사람들에게 보이기 위해서 그렇게 할 수도 있고, 그저 인간적인 의무감에서 선을 행할 수도 있다. 외관상 보여 지는 행위는 유사하다 할지라도, 마음의 동기에 따라서 그 행위의 가치는 전혀 다를 수 있다. 종교적 가르침의 중심에는 마음속으로 사람을 존중하고 좋게 생각하라는 의미가 포함되어 있다.


(2) 다른 사람에 대하여 좋은 말을 하라사람이 살아가면서 선업(善業)을 쌓는다는 것은 어떤 물질적인 측면만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다. 나누어 줄 물질이 없는 사람도 다른 사람들에게 희망을 주고 용기를 주며 격려하는 말을 통해서 덕을 쌓을 수 있다. 사람의 입에서 나오는 말은 대개 세 가지로 분류된다. 생명적 언어인가 사망적 언어인가 아니면 그저 평범한 일상적 언어인가? 다른 사람에 대하여 좋을 말을 하거나, 혹은 다른 사람에게 희망과 용기를 주는 말을 하고 있다면, 그것은 생명적 언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반면에 다른 사람의 자존심을 상하게 하고, 마음에 상처를 주고 비관적이고 낙담시키는 말을 한다면 그것이 사망적 언어이다. 그런데, 문제는 사망적 언어를 주로 사용하는 사람은 그 언어의 영향을 자신이 가장 많이 받는다는 것이다. 자신의 생각에서 그런 부정적인 사고(思考)가 만들어지고 그것이 언어로 표현될 경우, 그 말을 가장 큰 소리로 듣는 귀는 자신의 귀이기 때문에 그렇다. 이것을 부메랑의 원리라고 할 수도 있을 것이다.


(3) 자신이 가지고 있는 것을 나누어 주라-각 종교의 가르침 중에서 가장 많이 강조되고 있는 것 중의 하나는 가난하고 어려운 이웃들에게 자신의 가진 소유를 나누어 주라는 것이다. 이 소유에는 자신의 생명, 재능, 에너지, 물질을 모두 포함되어 있다. 이러한 사상을 집약해서 적절하게 표현해 놓은 말이 있다면 기독교에서 강조하는 남에게 대접을 받고자 하는 대로 남을 대접하라는 말일 것이다. 인간이 가지고 있는 가장 고질적인 병 중의 병은 이기심교만심이다. 이 병을 치료하는 첨단의 방법이 있다면, 그것이 바로 다른 사람을 섬기는 마음으로 내 것을 나누어 대접하는 것이다. 나누어 줄 것이 또 하나 있다면, 그것은 자신이 믿고 신봉하는 종교의 으뜸이 되는 가르침들을 이웃들에게 나누어 주는 것이다. 종교에서는 그것을 포교라고 한다. 포교라는 것은 말로만 해서 되는 것이 아니다. 위의 세 가지 덕목을 실천함으로 어질고 선한 종교인의 모습을 가지고 포교를 할 때에 그 효과가 나타나는 것이다. 사실상 가장 효과적인 포교는 가르치는 것이 아니라 보여주는 것이다.

 

오늘날 종교 지도자들이 세인(世人)의 지탄의 대상이 되고 있는 것은 종교의 그 본래 가르침을 말로만 전하고 자신이 실천하지 않기 때문이다. 종교인들이 세상으로부터 비난을 받고 있는 것은 종교의 가르침과는 동떨어진 삶을 살고 있기 때문이다. 종교가 없는 사람과 아무런 차이가 없기 때문이다. 전 세계 인구의 80% 이상을 차지하고 있는 종교인들이 그 가르침을 따라서 제대로 실천하고 산다면 이 세상이 어떻게 변할까? 문자 그대로 천국 같은 세상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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