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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물&탐방

송하진 전북도지사, 탄소산업 기자간담회 인터뷰


 송하진 전북 도지사

탄소소재법이 개정됐다. 소감은?

 

통과하는 데 28개월이 걸렸다. 긴 시간을 함께 견디며 뛰어준 고마운 분들이 너무나 많다. 무엇보다 발의부터 본회의 통과까지 모든 과정에서 발 벗고 나서 준 정운천 의원에게 특별히 감사드리고 싶다. 정세균 총리, 김성주 국회의원 당선자, 이춘석 의원과 도내 국회의원들도 큰 힘이 되어주었다.

 

효성 이상운 부회장에게도 고마운 마음을 전하고 싶다. 효성의 대규모 증설 투자로 탄소산업과 탄소법에 대한 정책적 관심이 한층 커졌다고 생각한다. , 전라북도 탄소산업의 개척자인 강신재 교수, 방윤혁 원장님과 모든 연구자 여러분, 그리고 늘 큰 응원과 격려를 보내 주시는 도민들께 감사드린다.

 

 - 탄소소재법 개정안의 의미는?

 

이번 개정안 통과로 한국탄소산업진흥원이라는 국가 차원의 탄소산업 컨트롤타워가 생기게 됐다. 한국탄소산업진흥원은 탄소소재 융복합기술과 관련된 정책, 제도 연구부터 시장 창출, 국제협력, 제품 표준화, 창업·연구개발 지원, 인력양성 등 탄소산업과 관련한 모든 사업을 지휘하는 역할을 하게 된다. , 탄소산업이 국가가 책임지고 육성하는 국가적 전략산업으로 확실히 인정을 받았다는 의미다.

 

전북에는 국내산 탄소섬유 개발, 상용화에 성공한 연구기관과 1조 원대의 추가 증설 투자가 진행 중인 생산공장이 있고, 국내 유일의 탄소특화 국가산단이 조성 중이다. 여기에 진흥원 지정까지 전북에 이뤄진다면 기업 집적화와 연구역량 강화, 정책적 지원이 선순환하는 탄소산업의 생태계가 완성될 것이다.


이제 다음 목표는 진흥원 지정인데?

 

자신 있다. 그러나 자만하지 않겠다. 전북에는 국내 최초, 유일의 탄소소재 전문기관인 한국탄소융합기술원이 있다. 기술원이 한국탄소산업진흥원에 지정되도록 모든 역량을 쏟겠다.

 

진흥원 지정은 연내에 이뤄질 것으로 전망한다. 개정안 통과 전부터 진흥원 지정에 대비해 관련 전문기관에 의뢰, 전문가들과 함께 대응 방안을 마련하고 있다. 진흥원 미래를 결정할 산업부의 진흥원 운영준비위원회 구성에도 철저히 대비할 생각이다. 전북 탄소산업에 우호적인 전문가들이 위원회에 다수 포함되도록 노력하겠다.

 

경북과 경쟁이 예상되는데?

 

경북은 국내 탄소산업 후발주자로 우리 도의 시책을 많이 참고하고 있고 협력 관계도 맺고 있다. 하이브리드부품연구원이라는 연구기관도 있는 것으로 안다. 그러나 국내 탄소산업의 역사와 정통성 측면이나 또, 전문기관의 규모나 예산, 연구역량, 주요 기능 등을 비교해 봐도 전북의 탄소산업과 한국탄소융합기술원이 우위를 점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당초 개정안은 신규 설립이었는데?

 

신규 설립을 견지했다면 통과가 힘들었을 것이다. 공공기관 선진화 방안에 따라 기재부가 신규 설립을 강하게 반대했다. 지정으로 방향을 바꾸면서 기재부의 협조와 동의를 받을 수 있었다. 그 과정에서 더불어민주당 이해찬 당대표와 지도부의 지원이 매우 큰 힘이 됐다. 이 자리를 통해 감사드린다.

 

탄소산업과 같은 첨단산업은 하루가 다르게 기술 발전이 이뤄진다. 신규로 설립한다면 부지 선정에서부터 건축, 장비 설치에만 4~5년이 걸린다. 여기에 쓰이는 시간과 재정을 기존 연구기관을 보완, 강화하는 데에 쓰는 게 낫다는 판단도 섰다.


지정 방식으로 변경된 게 이제는 기회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한국탄소융합기술원과의 기능 중복을 이유로 반대하던 의견이 오히려 기술원이 진흥원으로 지정되어야만 하는 논리가 되고 있다. 진흥원으로 지정될 만한 규모와 역량, 기능을 한국탄소융합기술원이 상당 부분 갖추고 있다는 걸 인정했다는 의미가 아니겠나.

 

그렇다면 한국탄소융합기술원의 현재 역량은?

 

한국탄소융합기술원은 국내 유일의 탄소소재 연구전문기관이다. 전신은 2003년 설립된 전주기계산업리서치센터로 2008년 기계탄소기술원을 거쳐 현재의 모습을 갖추게 됐다.

 

2006년 당시 전주기계산업리서치센터장이었던 강신재 교수와 의기투합해 대한민국에서 최초로 탄소산업을 시작했다. 세계 세 번째로 T-700급 탄소섬유 개발도 그곳에서 이뤄냈다. 그러니 한국탄소융합기술원은 한국탄소산업의 역사 그 자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한국탄소융합기술원에는 대한민국 탄소산업에 관한 노하우가 고스란히 축적돼 있다. 기업과 연구기관, 대학 등과의 인적 네트워크도 탄탄해 공동연구개발이 활발히 진행 중이다.

 

연구인력도 풍부하다. 기술원 재직 인원 중 절반인 40명이 연구자다. 전북대와 원광대, 전주대 등 지역대학에 탄소산업 관련 학과가 있어 양질의 전문인력들이 꾸준히 배출, 활동하고 있는 것도 장점이다.

 

진흥원으로 지정되면 기술원은 안정적인 국가예산과 우수인력이라는 두 날개를 갖게 된다. 반드시 지정을 이뤄내 대한민국 탄소산업 비상을 전북이 이끌도록 하겠다.

 

탄소산업 종합 발전계획을 수립하기로 했는데?

 

연말까지 탄소산업 육성 종합계획을 수립하겠다. 탄소산업 발전에 필요한 중장기 과제와 로드맵을 5개년 단위로 담을 계획이다.

 

지난 8월 발표한 탄소산업 발전전략을 한 단계 진화시킨 계획인 동시에, 진흥원 지정에 대비한 기초 자료의 역할도 수행할 것이다. 탄소산업 종합발전계획이 진흥원의 출범 초기 탄소산업 정책연구와 제도수립에 활용되도록 해 도와 진흥원 양측이 향후에 시너지를 발휘할 수 있도록 미리 준비하자는 취지다.

 

현장의 목소리를 최대한 반영하기 위해 전북테크노파크와 한국탄소융합기술원의 전문가들이 계획 수립 전면에 나선다. 정무부지사가 위원장으로 참여하는 탄소산업발전위원회를 통해 현장과 정책 간의 괴리를 줄이고 완성도를 높여가겠다.

 

무엇보다 본격화된 전주탄소특화국가산단의 활용 방안을 모색하는 일에 신경 쓰겠다. 효성 산() 탄소섬유를 활용해 중간재와 완제품을 생산하는 기업들을 국가산단에 창업, 유치해 집적화하고 생태계를 조성하는 일이 산업발전을 위해 가장 필요하다.

 

   - 규제자유특구 지정도 준비하기로 했다?

 

고강도, 초경량의 특성을 지닌 탄소융복합소재의 몸값을 제대로 올리려면 전기차 등 미래차 산업, 신재생에너지, 조선산업, 수소산업 등 전방산업과의 융합이 필요하다.

 

그런데 탄소융복합소재는 신소재인데다 활용범위가 워낙 무궁무진하다 보니 산업 안전 기준이 없고 혁신적인 기술이나 제품을 실증해볼 수 있는 시설도 부족하다.

 

이같은 문제를 해결하려면 탄소융복합사업 규제자유 특구 지정이 필요하다. 전주와 군산, 완주 일원을 특구로 지정해 규제 없이 신기술을 개발하고 제품을 테스트할 수 있도록 하겠다. 탄소섬유를 활용한 소형선박, 대용량 초고압 수소이송용기, 소화수 탱크 소방특장차 등 전방산업과 융합할 수 있는 다양한 제품들을 개발해 국내 탄소산업 시장을 확대하고 세계시장 진출을 준비하겠다.

 

탄소산업하면 송하진이 떠오를 정도로 탄소산업 육성에 노력해왔는데, 그간의 소회가 궁금하다?

 

지역에서 시작한 산업이 국가전략산업으로 성장한 일은 전무후무하지 않을까 싶다. 지역에서, 그것도 제조업 기반이 없는 전북에서 시작했으니 우여곡절은 얼마나 많았겠나. 지난 시절을 생각해보면 말 그대로 한 편의 드라마였다. 사기꾼이라는 소리도 들어봤고, 중앙부처에서는 무시도 많이 당했다. 지역에서도 반대하고 방해하는 사람들도 많았다. 효성 공장 부지를 매입할 때에는 개밥을 주면서 땅주인을 기다려보기도 했다.

 

버틸 수 있었던 힘은 같은 꿈을 꾸는 사람들이었다. 강신재 교수, 방윤혁 원장, 효성 이상운 부회장과 많은 연구자, 공무원들 등등 탄소산업의 가능성을 믿고 함께 걸어가는 사람들이 있어서 외롭지 않았다.

 

전담부서 설치, 탄소섬유 생산시스템 기반 구축 등 선도적으로 탄소산업을 육성하면서 전북하면 탄소산업이 떠오를 정도가 됐다. 대통령이 대선공약으로 전북 탄소산업 육성을 약속하고 같은 해 정운천 의원이 진흥원 설립을 골자로 하는 개정법을 발의하면서 국가산업으로 도약할 수 있는 계기도 마련됐다.

 

더 큰 호재는 아이러니하게도 일본 수출규제였다. 효성에서 탄소섬유를 생산하고 있었지만 국내 기업들이 생산하는 중간재와 완제품은 대부분 일본산 소재를 활용하고 있어서 시장 진입이 너무 힘들었다. 그런데 일본의 수출규제 조치로 탄소섬유의 국산화가 국가적 과제로 떠오른 것이다. 이전부터 효성 경영진에 탄소섬유 생산설비 증설을 요청하고 있었는데 즉시 대규모 투자 결정이 이뤄졌다. 대통령도 참석해 탄소산업의 가능성과 전북의 산업 역량을 인정해주었고, 곧이어 국내 유일의 탄소특화 국가산단 지정이 전격적으로 이뤄졌다.

 

이번에 탄소법 개정안까지 통과되면서 탄소산업의 발전 토대는 어느 정도 완성됐다고 본다. 국가 차원의 전문기관인 진흥원이 운영되면 체계적인 산업 발전이 가능해질 것이다. 국가산단 조성과 종합발전계획 수립, 규제자유특구 지정으로 든든히 뒷받침하겠다.


마지막으로 도민께 하고 싶은 말.


10년 넘는 세월을 오롯이 쏟았다. 전북의 백년을 책임질 먹거리를 마련했다고 생각하면 전혀 아깝지 않다. 제대로 된 제조업 기반 하나 없던 전북이 지역의 힘으로 국가전략산업을 만들어 냈다.

 

안된다고, 할 수 없다고 포기하거나 외부와 정부정책에 의존하다가 좌절하는 일이 얼마나 많았나. 그런 의미에서 작은 것이라도 우리의 힘으로 해내는 성공의 경험이 많아지는 게 전북의 자존의식을 살리는 길이고 전북 몫을 제대로 찾게 하는 방법이라 믿는다.

 

탄소산업은 우리가 함께 이뤄낸 아주 소중한 성공의 경험이고, 이미 그런 경험들이 많이 축적되고 있다. 반세기 만에 새만금 국제공항 건립을 확정했고, GM이 떠난 자리를 전기차 집적화 단지라는 새로운 미래로 대체했다. 농식품생명산업, 홀로그램 등 새로운 미래의 씨앗을 우리 힘으로 마련하고 있다. 전북의 오늘을 우리가 혁신하고 전북의 내일을 우리가 디자인하고 있는 것이다.

 

꿈을 꾸면, 간절히 꿈을 꾸면 이뤄진다. 몇 사람의 꿈에 불과했던 탄소산업도 이제 같은 꿈을 꾸는 사람들이 점점 많아지고 있다. 함께 가는 이가 많으니 길은 더 넓어지고 다양해질 것이라 믿는다. 전북의 탄소산업 역사가 곧 대한민국 탄소산업의 역사라는 자부심으로 함께 미래를 개척해나갔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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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청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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