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재 정권과 싸운 ‘투사’이자 한국 민주·민족·민중운동의 ‘큰 어른’이었던 백기완 통일문제연구소장이 향년 89세로 영면했다.
1932년 황해도 은율군 장련면 동부리에서 태어난 백 선생은 1950년대부터 농민·빈민·통일·민주화운동에 매진해왔다.
민중운동 진영은 그를 2차례에 걸쳐 대통령 선거 후보로 추대했다. 군사정권 종식이란 국민적 염원 속에 치러졌던 1987년 대선에는 김영삼·김대중 ‘양김’의 단일화를 호소하며 후보직을 내려놨으나, 1992년 대선에선 독자 민중후보로서 일명 ‘백선본’과 함께 완주했다.
정치 일선에서 물러난 뒤에는 자신이 설립한 통일문제연구소 소장으로 활동하면서 통일운동에 헌신했다. 하지만 2011년 부산 한진중공업, 2013년 울산 현대자동차와 경남 밀양 송전탑 반대 현장, 2014년 충북 옥천 유성기업 등으로 가는 ‘희망버스’에 빠지지 않고 올라 백발에 한복 차림 투사는 힘을 보탰다.
백 소장은 또 '장산곶매 이야기' 등 소설과 수필집을 냈으며, 민중가요 '임을 위한 행진곡'의 가사 원작자이기도 하다.
빈소는 서울대병원 장례식장에 차려졌으며, 발인은 오는 19일 오전 7시다.
지난 2000년 북한 조선노동당 창건 55주년 기념행사 참관차 방북했다가 55년전에 헤어졌던 누님 인숙씨를 만난 백기완 통일문제연구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