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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영월 서부시장 내 메밀전골목 ‘서강맛집’ 덤으로 맛있는 인생 이야기 듣다

 

영월은 국제 슬로시티로 인증될 정도로 수려한 자연경관과 조선 제6대 비운의 왕 단종이 잠들어 있는 역사의 땅이며, 강원도의 특징이 녹아있는 먹거리가 가득한 지역이다. 그중 메밀은 강원도 대표 특산물이다. 영월 서부시장 내 메밀전골목으로 미식 체험을 떠나보자.

 

서강맛집

KBS2 TV 생생정보 이PD가 눈물 흘렸다는 바로 그 집 

코로나 여파인지 평일이라 그런지 서부시장 역시 과일가게, 채소가게 등을 비롯해 문 닫은 곳이 많았다. 그나마 20여 곳의 메밀전 가게들이 모여 있는 메밀전골목은 드문드문 손님이 있었고, 손님이 없는 곳은 단골에게 보낼 택배를 준비하느라 바쁜 모습이었다. 기자는 죽기 전에 꼭 한번 먹고 싶은 음식으로 꼽을 만큼 메밀전을 좋아한다. 지인에게 맛집으로 소개받은 서강맛집으로 향했다. 영월은 동강과 서강이 흐르는데 지역명을 따서 상호가 서강맛집이다.

 

이곳은 KBS2 TV 생생정보 이PD가 눈물을 흘린 이야기가 전파를 타고 전해져 유명세를 타기도 했다. 정금석 사장에게 사연을 물었다. “추운 날씨에 촬영하느라 고생하기에 가는 길에 먹으라며 부침개를 조금 싸줬다며 별거 아니라고 말했다. PD와 작가들은 부침개 가격은 비록 몇 만원이지만, 그래도 코로나로 장사도 어려운데 엄마처럼 자꾸 챙겨 주는 모습에서 귀한 정을 느꼈다는 후일담이 전해졌다.

 

훈훈한 정을 양념으로 버무린 메밀전을 즉석에서 먹는 맛이 궁금하다. 철판 위에 천일염으로 절인 배추 두 장을 깔고 가운데는 쪽파로 색감을 조절하고 그 위에 묽게 갠 반죽을 한 국자 떠서 넓게 두르니 메밀전이 완성됐다. 자극적이지 않은 부드러운 맛에 자꾸 손이 간다. 비결은 재료를 국산과 수입산을 어떻게 섞는지 절묘한 조절에 있다고 한다. 속에 들어가는 재료에 따라 맛이 달라지는 메밀전병은 매콤함에 정신이 번쩍 들었다. 팥이 들어간 수수부꾸미는 건강식 느낌이다. 바삭하고 고소한 녹두전도 별미다. 쌀이 귀해 옥수숫가루로 만들어 먹었다는 올챙이 국수는 추억의 음식이다.

 

지금 행복하면 지나간 세월은 추억이 된다 

어떻게 가게를 시작하게 됐는지요?”라고 질문했다. 정 사장은 부지런히 철판 위에 반죽을 올리며 답변했다. “고향이 강원도입니다. 어려서부터 어머니가 해주시던 음식, 어깨너머로 배웠던 음식이 메밀전이라 잘 알아요. 수입산은 식으면 딱딱하고 뻣뻣한데 국산은 식어도 맛있지요. 가격은 1,000원에서 1,500원으로 인상했지만, 배춧값이 비싸서 별로 남는 것도 없습니다라며 자꾸 더 먹으라고 서비스를 내주었다. 그런 가운데 택배 주문도 들어오고 포장해 가는 손님도 있었다. 그는 음식은 아무리 잘 만들어도 배달하는 것은 현장에서 먹는 것보다 맛은 덜합니다고 말했다.

 

음식을 먹으며 인생 이야기로 담소가 이어졌다. 금반지, 금팔찌 등 금 장신구를 몸에 두른 모습이 눈에 띄어 시장에서 보기 드문 멋쟁이라고 말을 건넸다. 그러자 자식들한테 선물 받은 것이라며 자신도 딸들에게 답례로 금반지를 선물했다고 한다. 부모와 자식 간에 화목함이 엿보이는 대목이다. 다소 침체된 시장 분위기를 활기차게 해주는 맛있는 이야기가 계속됐다. “다 그렇지는 않지만 남자든 여자든 나이가 어느 정도 지긋하면 발걸음이 팔자가 되기 마련이죠. 그런데 일자로 걷는 사람이 있습니다. 틀림없이 댄스를 배웠을 겁니다라는 그의 말에 기자는 어떻게 아시는지요?”라고 되물었다. 한때 건강이 좋지 않았는데 주변에서 댄스를 배워보면 어떠냐는 권유에 댄스를 배운 적이 있습니다. 다리 건강을 지키는 데 최고라고 했다.

 

이런 말이 있다. 지금 행복하면 지난 세월은 추억이 되고, 지금 불행하면 지난 세월은 과거다. 정 사장은 종갓집 며느리였으나 내리 딸만 넷을 낳자 소박을 맞아 쫓겨나마음 고생도 겪었다. 그러나 훗날 아들도 낳았다. 그 자식들이 장성해 효도하니 남부러운 것이 없고 결혼해서 가정을 이루고 손자와 손녀가 태어나 자손이 번성하는 기쁨도 크다고 말했다. 곁에 있는 남편은 마지막 노을을 함께 걷는 동반자라며 항상 따듯한 밥 한 끼를 차리는 데 정성을 쏟는다고 한다.

 

지난날 인생은 계획대로 되지 않았다. 이일 저일 가리지 않는 억척 인생, 어려움 속에서도 희망을 찾는 오뚝이 인생을 살았다. 고향인 강원도에서 서강맛집 여사장으로 보내는 지금은 행복한 인생이다. 살면서 아무리 돈이 많아도 마음이 아픈 사람이 있는 반면, 넉넉하지 않아도 마음이 행복한 사람도 많다. 힘들었던 지난날을 과거가 아닌 추억으로 느끼고 자신을 대견하게 생각하는 것은 인생의 큰 보너스가 아닐까. 손맛, 정맛, 인생 맛을 느낄 수 있는 서강맛집을 이달의 미식 체험 여행지로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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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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