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뉴스 정미숙 기자)= 서울교통공사는 서울지하철 1~8호선, 9호선 2·3단계 구간(293역, 319.3km)을 운영하는 세계적 규모의 도시철도 운영기관이다. 공사의 전신인 서울메트로와 서울도시철도공사는 매년 적자를 해소하기 위해 2016년 지하철 역 이름 판매를 시작해 그동안 26개 지하철역에 적용됐다. 그러나 합병 후 역명병기 유상판매 사업은 잠시 중단됐다. 최근 코로나로 인해 운송 수입이 더욱 급감하면서 올 하반기 서울지하철 1~8호선에서 5곳 이상의 역에 기업이나 기관명을 추가한다고 발표했다.
유상 역명병기는 기관과 기업 등 브랜드 홍보 효과 기대
지하철 역명병기는 본래 명칭 외 지하철 역명 옆이나 아래 부(副)역명을 더해 기업과 학교 등으로부터 비용을 받고 추가로 표기하는 것을 말한다. 역명병기 입찰에 참여하려면 희망 기업 및 대학, 기관이 대상 역에서 500m 이내에 있어야 한다. 500m 내 적절한 곳이 없으면 1㎞ 이내까지 허용된다. 낙찰자는 3년 동안 원하는 기관명을 대상 역에 부역명으로 표시할 수 있다. 부역명은 역사 외부 안내판부터 승강장 역명판, 전동차 안내방송 등 총 10곳에 표기·표출된다.
이번에 나온 판매 대상은 △역삼(2호선) △을지로4가(2·5호선) △노원(4·7호선) △뚝섬(2호선) △발산(5호선) △내방(7호선) 등 8개 역이다. 입찰 기초가격은 직장인이 몰리는 역삼역이 2억3000만원으로 가장 비싸고, 환승 인구가 많은 을지로4가역이 2억2000만원으로 그 다음이다. 발산역(8000만원), 내방역(6000만원)처럼 1억원이 넘지 않는 곳도 있다. 앞으로 을지로4가역은 'BC카드역', 역삼역은 '센터필드역'이라는 부가적인 역 이름이 병기된다.
그동안 종각역(SC제일은행역), 구로디지털단지역(원광디지털대역), 서대문역(강북삼성병원역) 등 26개 지하철역에서 부역명을 사용 중이다. 과거 역명병기 권한을 둘러싼 경쟁은 치열했다. 기업은행은 2016년 3억8000만원을 주고 ‘을지로입구역(IBK기업은행)’이란 이름을 따냈다. 2019년엔 3년간 역명병기를 연장하기도 했다. SC제일은행도 2017년부터 써온 ‘종각역(SC제일은행)’이란 역명병기 기간을 2023년 7월까지로 늘렸다. 유동인구가 많은 지하철역에 회사 이름을 붙이는 게 홍보 효과가 크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SC제일은행 관계자는 “종각역 역명병기를 시작하고 2년6개월간 브랜드 인지도가 3%포인트 올랐다”고 설명했다.
KB금융그룹도 서울지하철 9호선과 샛강역 역명 사용 계약을 체결하면서 ‘샛강(KB금융타운)’역으로 바뀌었다. 샛강역 주변에 KB금융 본점을 비롯해 KB생명보험, KB증권 등 계열사가 몰려있는 만큼 브랜드 효과가 극대화될 것으로 기대하는 것이다. 서울지하철 9호선 ‘국회의사당’역 역시 지난달부터 ‘KDB산업은행’이라는 이름이 추가됐다. 주민 반대가 극심할 경우 역명 변경이 불가능하기도 하다. 동작구청과 한국철도공사에 따르면 지난해 말 서울지하철 1호선 노량진역 표기를 ‘노량진(에듀윌학원)’으로 변경하는 안에 대해 지역주민들이 거세게 반발했다. 동작구청 관계자는 “특정 사교육 학원이 노량진역 인근을 대표한다고 보기 힘들다는 주민 반대가 심했고, 업계 또한 노량진역 인근 학원가에 몰려 있어 반발도 커 무산됐다”고 말했다.
대학들의 끈질긴 요청으로 역명이 대학명으로 바뀐 경우도 있다. 홍대에서 멀지만 홍대입구라는 역명이 생긴 것처럼, 율전-성대앞, 휘경-외대앞, 동교-홍대입구, 화양-건대입구, 장충-동대입구, 갈월-숙대입구(갈월), 돈암-성신여대입구(돈암), 삼선교-한성대입구(삼선교), 이수-총신대입구(이수)가 있다.
지하철역명 유래
지하철은 1974년 1호선 개통 이래 47년 동안 시민들의 발이 되어줬다. 지하철 역명은 그 곳과 관련된 지명, 인명, 사건 등과 관련된 것으로 지어졌다. 따라서 서울 지하철의 역명은 단순한 교통시설의 명칭이 아닌 해당 지역의 역사와 문화가 생활 속에 깊이 자리를 잡았다.
한편, 서울지하철에서는 ‘새로울 신’(新)자가 붙은 역명을 많이 볼 수 있다. 기존 역에서 멀지 않으면서, 기존 역명의 좋은 이미지를 계승할 때 많이 사용하는 방식이다. 2호선 신대방, 4호선 신용산, 5호선 신금호, 9호선 구반포·신반포, 신방화, 신목동, 신논현 등이다. 그 외 2호선 신도림역은 도림역이 없었는데도 新자가 붙은 사례다. 대신 나중에 2호선 도림천역이 만들어졌다. 또한 1호선 신이문역은 이문역 때문에 新자가 붙었는데, 당시 이문역은 전철역이 아닌 철도역이었다. 재미있는 역명의 유래와 의미를 살펴보자.
서울역
서울은 신라의 수도를 가리키건 ‘서라벌’이 우리말 색채를 그대로 유지하면서 지금에 정착한 말이다. 또한 서울은 삼국시대부터 위례성 (慰禮城) 등 백제의 흔적과 함께 한성 (漢城)으로도 적었고, 고려를 거쳐 조선에 들어서면서 공식 행정구역 명칭으로 자리 잡았다. 한양 (漢陽)이라는 이름은 조선에 접어들어 한성(漢城)과 함께 대표적인 명칭으로 올라섰다. 그러나 서울은 일본이 한반도를 강점한 식민통치 시기에는 쓰이지 않다가 광복을 맞이하면서 다시 등장했다.
서울역은 광무4년(1900년)에 남대문역으로 출발한 우리나라 철도의 대표적인 역으로 주요 철도의 시발점이자 종착역이다. 192사적 284호로 지정된 서울역사는 1925년에 지어진 건물로 서울의 관문이다. 경성역에서 광복후 1947년에 서울역으로 불려지게 되었다.
시청역
시청은 전 세계적으로 유명한 곳이다. 월드컵 때 붉은 옷을 입고 수많은 사람이 모여 한목소리로 응원을 한 곳, 거친 정쟁의 불씨가 옮겨붙어 군중의 정치적 구호 소리가 늘 높아지는 곳이다. 시청역에 위치한 태평로는1914년에 서소문동에 있던 중국사신을 맞던 태평관의 이름을 따서 붙인 것이다. 명(明)의 사신이 오면 이 길을 거쳐 태평관에서 경복궁으로 들어갔다.
종각역 그리고 종로
고종 때 만든 보신각을 우리는 지금 종각(鐘閣)이라고 부른다. 그런데 종로(鐘路)는 종로(鍾路)가 아니다. 쇠붙이로 만들어진 물건을 뜻하는 ‘종 鐘’ 과 한 단위 또는 곡식 따위와 같은 단위와 술잔을 가리키는 글자 ‘종 鍾’ 은 한자의 모양새가 비슷해도 의미는 다르기 때문이다.
서울 거리 한복판에 종을 매달고 이를 울린 시기는 조선을 건국했던 태조 때이다. 그 뒤 없어졌다가 세조 때에 이르러 큰 종을 다시 만들어 걸었고, 임진왜란 때 없어졌던 것을 광해군 때 다시 만들었다. 그런 우여곡절을 거쳐 1895년 고종이 보신각이라는 건물을 지은 뒤 다시 종을 가져다가 그곳에 안치했다. 종을 걸어두고자 했던 이유는 옛 시절에는 시간을 알릴만한 마땅한 물건이 아주 적었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매 시간 종을 쳐서 시간을 알려 준 것은 아니다. 새벽과 밤을 알릴 때 종을 쳤다고 한다. 조선에서는 지금의 밤 10시에 종을 28차례 쳤다. 그 횟수는 별자리를 상징하는 28수와 연관이 있으며 일종의 통행금지를 의미했다. 반대로 새벽 4시에는 모두 33차례 타종했다. 그 횟수는 불교의 제석천이 이끄는 33개의 하늘을 의미하는 숫자라고 한다. 즉 통행을 금지했던 시각이 끝나는 때를 의미했다.
종로의 명칭은 이곳에 시간을 알리는 종루(鍾樓)가 있어서 생긴 것으로 보인다. 옛 조선에서 서울은 경복궁과 광화문에서 세종로로 이어지는 축이 정치적 근간을 형성했다. 세종로 좌우로는 각 정부부처가 자리했다. 그로부터 동쪽으로 앉은 거리가 바로 종로다. 종로의 다른 이름은 운종가(雲從街)이다. 구름이 몰려드는 것처럼 사람이 많다는 뜻이다.
을지로4가역 그리고 BC카드역
을지로4가역은 우리나라 위인중의 한사람인 고구려의 명장 을지문덕 장군의 성을 따서 붙인 것이다. 조선왕조때는 구리개로 불리던 이길은 1914년부터 황금정(黃金町)으로 고친적도 있다. 이곳은 구한말부터 중국인들이 밀집해 상권을 이뤘던 곳이라서 중국인들의 기세를 억누르기 위해 이런 이름을 만들었다고도 한다. 지하철 2호선 을지로4가 10번 출구 앞에는 비씨카드 본사가 자리하고 있다. 이 기업은 앞으로 역명병기‘BC카드역’을 통해 공신력 있는 홍보 전략을 펼 계획이다.
서울 중구 을지로는 조명, 공구, 미싱, 타일, 신발, 가구 등 다양한 산업 분야의 근대 흔적을 엿볼 수 있는 곳이다. 대통령의 맛집으로 유명한 양미옥, 평양식 냉면의 시조인 을지면옥, 50년 이상 세월을 지켜 온 을지다방 등 을지로를 지켜온 터주대감들이다. 그중 을지다방은 가수 BTS의 촬영지로 더욱 유명해졌다.
역삼역 그리고 센터필드역
‘역삼’의 유래는 조선시대 말과 함께 쉴 수 있는 역촌이었던 말죽거리, 상방하교(윗방아다리), 하방하교(아랫방아다리) 등 세마을을 합쳐 역삼리라 한데서 붙여진 이름이다.수도권 전철 역들 중에서 역명을 거꾸로 말해도 되는 역 역삼역:驛三驛, 역곡역:驛谷驛, 역촌역:驛村驛 3형제 중 하나다. 이 세 역의 한문 이름들도 역시 거꾸로 해도 똑같다.
이곳에 강남의 새로운 랜드마크로 등장한 역삼 센터필드가 있다. 테헤란로 중심 입지에 들어선 프라임 오피스, 아마존과 페이스북 등 내로라하는 IT기업들이 입주하고, 조선 팰리스 럭셔리 콜렉션까지 들어섰다. 앞으로는 ‘센터필드역’으로 불리며 랜드마크로서의 존재감을 충분히 보여줄 요량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