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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신촌 세브란스병원 장기이식(신장)외과 이주한 교수

첨단 의학 이식수술은 생명을 살리는 고귀한 일


(대한뉴스 박혜숙 기자)= 자동차가 고장 나면 망가진 부품만 바꾸듯 사람의 신체도 망가진 장기를 건강한 것으로 이식할 수 있다. 장기 이식수술은 생명을 살리는 인류의 소망을 이루게 된 획기적인 치료 방법이다. 세계 최초로 장기 이식수술의 성공적 사례는 1954년 미국 보스턴의 하버드의과대학병원에서 일란성 쌍둥이 형제 간에 진행된 신장이식이다. 오늘날 의학적으로 이식수술이 자리를 잡는 데 가장 중요한 역할을 했다. 의사 가운데 특히 외과의사는 생명이 경각에 달해 있는 사람들을 보게 될 때가 허다하다. 신촌 세브란스병원 신장이식외과 이주한 교수를 만나 생명을 살리는 이야기를 들어봤다.

 

세브란스병원이 1979년 신장이식 첫 수술 이후 43년 간 수술 5000례를 달성했다고 밝혔습니다. 수술에 대한 사람들의 인식이 초창기와 많이 다른가요?


초창기 이식은 면역학적으로 위험도가 낮은 부모·자식·형제간 이식을 위주로 진행하였고, 면역억제제도 발달되지 않은 상태라, 이식 성적이 지금보다 훨씬 좋지 못했습니다. 물론 그 시기에 이식을 받고도 30~40년간 이식 신장을 유지하며, 제 외래에 오시는 분들도 있지만, 초기에 거부반응 등으로 신장이 금방 망가지는 경우도 많았습니다. 또한, 수술적으로도 고위험 수술이라는 인식이 많아, 이식수술을 하면 수술 후 한달 넘게 병원에 입원 치료를 받기도 했습니다.

최근에는 수술 후 10일이내 퇴원을 하게 되고, 이식 예후도 몰라보게 좋아졌습니다. 그만큼 환자들이 이식에 대한 인식은 많이 좋아지고 있습니다. 그러나 의학 분야의 변화가 빠르고, 특히 장기이식 분야는 의학에서도 매우 최첨단 분야이다 보니, 그 변화에 대한 정보를 환자나 보호자가 얻기 어려운 것이 사실입니다. 예전에 주위에서 들은 잘못된 정보들만 (예로 들어, 혈액형이 다르면 이식이 안된다 거나, B형 간염이 있으면 이식이 안된다, 당뇨가 있으면 이식이 어렵다. )으로 이식수술이 가능함에도 이를 모르고 투석 치료를 유지하다가 뒤늦게 이식 등록을 하거나, 가족간 이식을 하는 분들도 계십니다. 앞으로도 여러 환자·보호자·의료진들에게 이식 수술의 발전에 대해 꾸준히 홍보하고 안내하도록 할 예정입니다.

 

신장이식은 생체공여 이식과 뇌사자 기증을 통한 방법이 있다고 하는데 어떻게 다릅니까?


뇌사자이식은 국립장기조직혈액관리원에 등록하여, 뇌사자가 발생하는 경우 우선순위에 따라 장기를 배분 받아 진행이 되고, 같은 혈액형 또는 수혈을 받을 수 있는 혈액형 사이에서 진행이 가능합니다. 생체 이식은 주로 가족이나 친지 간 진행이 되며, 대기 기간에 따른 제약이 없이 원하는 시기에 수술을 시행할 수 있고, 혈액형이 다르더라도 이식 진행이 가능한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우리나라는 뇌사자 장기가 매우 부족한 국가로, 한해 투석 치료를 시작하는 인원이 20000명 가까이 되는데, 장기기증자는 500명이 채 되지 않는 실정입니다. 이 부족한 뇌사자 마저도 2016573명에서 꾸준히 줄어들어, 2021년에는 442명까지 감소한 상태입니다. 따라서, 뇌사자 이식을 등록하더라도 실제 신장이식을 수혜 받기까지 짧게는 4~5년에서 길게는 10년이상 기다리게 되는 경우도 종종 있습니다. 안타깝게도 많은 뇌사자이식 대기자들이 이식 대기 도중에 심혈관질환, 뇌혈관질환 등 합병증으로 사망을 하는 실정입니다.

생체 신장이식은 가족 또는 친지 중 누군가 건강한 사람이 공여를 함으로써 진행이 가능합니다. 누군가의 희생이 따르는 단점이 있지만, 이식신장의 성적이 매우 뛰어나고, 대기시간이 짧은 장점이 있습니다.

 

혈액형이 달라도 이식수술이 가능할 정도로 기술이 발전했습니다. 혈액형 외에 어느 정도까지 발전했으며 수술 성공률은 얼마나 되나요?


혈액형 외에도 주조직적합항원 (HLA: human leukocyte antigen)에 대한 항체가 있더라도, 여러 탈감작치료들을 통해 이러한 면역학적 장애물을 극복하고 이식을 할 수 있습니다. 외국에서는 이러한 탈감작 치료 대신, 교환이식을 통해 이식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는 교환이식을 전세계 처음으로 널리 활용한 나라이지만, 탈감작 치료의 발달과 우수한 의료보험제도, 사회문화적 영향으로 교환이식은 거의 사장되었고, 탈감작을 통한 혈액형·주조직적합항원 불일치 이식이 많이 진행되고 있습니다.

또한, 최근에는 환자의 회복과 미용적 효과등을 고려한 로봇수술기법을 이용한 신장이식도 도입되었습니다. 수술 자체의 성공률은 99%이상이지만, 이후 거부반응이나 감염 등 합병증에 대한 관리가 특히 중요합니다. 이외에도 면역억제제 사용과 기존 환자의 의학적 위험도에 따른 심혈관계 합병증, 암 발생 등이 이식 성적에 영향을 미칩니다.

 

이식수술 후 관리와 장기 수명과 재이식은 몇 번까지 가능할까요?


이식 수술 후 가장 중요한 것은 거부반응, 항체 발생 등 면역학적 위험도를 줄이면서, 동시에 감염의 위험도를 최소화할 수 있는 최적의 면역억제제 농도를 찾는 것이 중요합니다. 이를 위해서는 정해진 시간에 올바른 용법으로 면역억제제를 복용하는 것이 가장 중요합니다. 특히, 면역억제제는 기타 약제들과 상호작용이 있을 수 있어 새로운 약제 복용에는 각별한 주의가 필요합니다. 일례로 잠복 결핵 치료, 헬리코박터 제균치료, 최근 코로나 경구치료제 (팍스로비드) 등은 대표적으로 면역억제제 혈중 농도를 크게 변화시킬 수 있어 담당 주치의와 반드시 상의가 필요합니다.

정해진 장기 기대수명은 없지만, 2020년도 미국 통계연보를 바탕으로 10년 이식신 생존율은 75~80% 정도이며, 이는 공여자의 조건과 환자 면역학적 상태 등 여러 조건에 따라 달라집니다. 국내의 경우, 미국보다 조금 더 우수한 성적을 보고하고 있습니다.

재이식을 위해서는 장기를 문합할 적당한 혈관을 확보하는 것이 중요하다. 보통 우측 과 좌측 장골동맥 (iliac artery)과 장골정맥 (iliac vein) 을 활용하므로, 2차례 이식까지는 진행이 가능한 경우가 대부분이며 3차 이후 이식에서는 혈관 상태에 따라 다를 수 있습니다.

 

신장을 기증하려는 사람 가운데 젊은 남성의 경우 결혼 생활에 지장을 줄 수 있다는 말도 있습니다. 기증을 염려하는 마음에 대해 조언과 기증 후 안 좋은 예후도 있습니까?


신장 기증은 여러 수술 들 중 유일하게 환자 본인을 위한 수술이 아닌, 타인을 위한 수술입니다. 따라서, 수술전에 다른 환자들에 비해 훨씬 더 정밀한 검사와 설문을 통해 기증 가능여부를 평가하게 됩니다. 기증을 하고 나면, 반대편 남아있는 신장이 hypertrophy(인체 장기·조직 등의 비대) 가 일어나며, 기능을 회복하게 됩니다. 이러한 신기능의 회복은 이식 후 길게는 6~7년 뒤까지도 이어지며, 공여 전 본인 콩팥기능의 65~70%까지 회복을 하게 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신기증 후 투석을 요하는 말기 신부전의 위험이 어느정도 증가하며, 수축기 혈압의 일부 증가 등이 있으나 이러한 변화가 생식기능 등에 미치는 영향은 없고, 다른 생활에 기능적 지장도 주지 않습니다. 아직까지 국내에서 공여자는 그 수가 많지 않아, 인터넷 등을 통해서만 막연히 고민하는 부분에 대해 속 시원히 알기 어려운 점이 많습니다. 공여에 대해 고민하고 있는 분들은 가급적 조기에 이식센터 등을 통해 여러 부분에 대해 체크해보는 것이 좋겠습니다.

 

이 교수님은 절망에 빠진 환자 뿐만 아니라 기증의 어려움, 예를 들면 고혈압, 비만 등의 경우에 처한 사람들에게 따뜻한 눈빛과 음성으로 관리를 잘하면 기증할 수 있다며 희망의 메시지를 전한다고 들었습니다. 수술 결과에 따라 보람된 순간과 절망의 순간은?


공여자는 환자가 아니라, 가족을 위한 따뜻한 마음으로 병원을 찾는 고맙고, 용기 있는 분들입니다. 다만 공여 후 신기능 저하에 위험인자로 알려진 부분들 (예로 들어, 혈압·당뇨를 일으킬 수 있는 위험인자, 비만, 흡연 등)에 대해 사전에 안내하고 미리 위험인자를 조절한 뒤 공여가 가능한 경우들이 더러 있습니다.

가족이나 친지에게 공여하고자 하는 마음으로 병원 문턱을 넘는 것은 큰 용기가 필요합니다. 비록 이식에 도달하지 못하게 되더라도, 저는 그분들의 용기와 선의에 박수를 보내고 싶습니다.

수술 결과에 환자나 보호자 만큼은 아니지만, 의료진들도 늘 노심초사 걱정하고 함께 기뻐하고, 함께 슬퍼하게 됩니다. 제가 수술을 해드리고, 가족분들이 함께 즐겁게 여행을 다녀와서 제게 이야기를 해주시거나, 투석 때 상상하지 못하던 외국에 있는 자녀분들을 보게 되어 감사하다고 인사를 받을 때 보람을 많이 느낍니다.

어려운 순간은 이식하고 거부반응이나 감염 등 합병증으로 고생을 하시는 분들을 볼 때, 마음이 아주 힘듭니다. 과연 투석보다 제가 환자분들에게 도움이 되는 치료를 해드린 것인지 다시 한번 고민할 때가 있습니다. 이러한 절망의 순간보다는 고맙고, 기쁜 시간이 더 많기 때문에 용기를 내서 오늘도 열심히 수술하고, 환자분들을 진료하고, 연구에 매진하고 있습니다. 다만, 나쁜 결과가 나왔을 때는 다음에 그러한 합병증을 다시 겪지 않도록, 열심히 위험요소 등을 복기해보는 편입니다.



 

이 교수님은 편한 의사의 길보다는 사람의 생명을 다루는 어려운 외과를 선택했는데 의학의 꽃 외과를 선택한 계기는?


소의치병 중의치인 대의치국이라는 말처럼, 의과대학생 때에는 임상 의사로 고칠 수 있는 환자보다 새롭게 병을 얻게 되는 환자가 훨씬 많을 것 같아 고민했습니다. 임상 의사의 길을 간다면, 내가 과연 얼마나 많은 환자에게 희망을 줄 수 있을지 고민을 했습니다. 제가 누군가를 치료하는 만큼, 아니 그보다 훨씬 더 많은 환자가 그 시간에 병으로 고생을 하게 될 테니까요.

실제로 같이 고민을 하던 동기 중에 의료기기 개발이나 보건의료, 정책 등의 길을 걷게 된 분들도 있습니다. 고민 끝에 제게 만약 능력이 닿는다면, 환자 한 분 한 분에게 있어서만큼은 최선의 치료를 할 수 있는 분야라 외과를 선택하게 되었습니다.

 

교수님의 뒤를 이어 이식외과 전공을 선택한 후배들에게 도움 되는 한마디가 있다면?


청출어람. 제게 아낌없이 가르침을 주신 여러 스승님들처럼, 저도 후배들이 늘 저보다 더 좋은 환경에서 저보다 더 훌륭한 의사가 되도록 선배로서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마지막으로 하시고 싶은 말씀이 있다면?

바쁜 이식외과 의사를 가족으로 둔 아내와 두 딸, 그리고 양가 부모님께 항상 감사드리고, 미안한 마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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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기 기증과 이식은 생명을 선물하는 것

 

장기 이식수술은 고대 이집트에서도 있었을 정도로 매우 오랜 역사가 있지만, 실제로 수술을 받은 환자가 건강하게 회복되어 오래 살게 된 것은 최근 20~30년 동안의 이야기다. 그동안 외과 의사들은 장기와 조직이 왜 거부되는지, 거부반응이 염려돼도 환자를 살리기 위해서 끊임없는 수술 기법을 연구하였다. 세계 최초로 장기 이식수술에 성공한 사례는 1954년 미국 보스턴의 하버드 의과대학 병원에서 일란성 쌍둥이 형제간에 진행된 신장이식이다. 우리나라에서는 1969년 어머니의 신장을 이식받은 젊은 남자가 첫 성공을 거둔 후 전국으로 퍼지었다. 장기 이식수술은 비약적인 발전을 이뤄 환자들에게 생명과 희망을 주고 있다. 세브란스병원은 1979년 첫 수술 이후 43년간 꾸준한 이식수술 5000례를 달성했다. 201911월에는 국내 최초로 로봇수술 신장이식에 성공했다. 장점은 절개창을 줄일 수 있으므로 상처 감염률이 낮고 회복이 빠르다고 한다. 2022년에는 혈액형 부적합 신장이식을 성공적으로 시행하여 380례를 달성했다고 밝혔다.

 

취재 후일담, 외과 의사의 기도

이주한 교수는 세브란스병원 내에서 유일하게 신장 기증자와 수혜자 둘 모두를 담당하고 있다. 의대생 시절에는 기증자와 수혜자 간의 생각이 다를 수 있으므로 독립적으로 진행해야 한다고 배웠다. 조금 더 환자 처지에서 이해하기 위해서 양자의 길 모두를 선택했다. 그는 기증자를 대할 때 이런 말을 건넨다. “환자도 아닌데 기증을 결심하고 온갖 걱정 속에 병원에 오기까지 큰 용기를 낸 것에 대해 대단하다고 응원한다. 환자로서는 환자의 여러 상황을 종합하여 가장 나은 방법을 제안한다. 진료시간이 정해져 있어 늘 시간의 압박이 있을 텐데 환자 한 사람 한 사람의 이야기를 최대한 경청한다. 그런 후 환자를 안심시키는 위로의 말을 먼저 건네고 부담되는 상황은 뒤로 미뤄 심리적 충격을 줄여준다. 환자들은 몇 마디 말을 주고받는 것만으로도 건강을 되찾는 기분이라고 입을 모은다. 외과의사는 어떠한 경우에서도 침착함과 냉정함을 유지할 수 있도록 훈련된 사람들이다. 칼에 생명을 불어넣는 외과의사는 냉정해야만 환자에게 가장 최선의 수술과 치료를 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자칫 차갑다는 인상을 받기도 한다. 이주한 교수는 오히려 따듯함이 묻어난다. 수술이 안 되면 말로 눈으로 마음으로 치료하며 기도한다는 그의 말이 진심으로 느껴진다.

 

프로필

학력/경력

 

연세대학교 의과대학 졸업

연세대학교 대학원 의학석사

세브란스병원 인턴/외과 레지던트

연세대학교 의과대학 외과학교실 강사 (이식외과)

연세대학교 의과대학 외과학교실 임상연구조교수

국군대전병원 외과 과장 (군복무)

 

학술활동

 

대한외과학회 정회원

대한이식학회 정회원

American Society of Transplantation 정회원

 

 

프로필 사진
박혜숙 기자

'정직,정론, 정필'의 대한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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