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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물&탐방

치유원예전문가·식물보호기사 진접농원 장기원 대표, “사람은 자연에서 와, 초록색 식물을 보는 것만으로도 위로받아”

올여름은 처서가 지났는데도 무더위가 이어졌다. 이상 기후로 인한 서울의 열대야는 1907년 기상관측일 이래로 올해가 가장 빠르고 길었다. 그리고 브라질 폭우, 동남아시아 폭염 등 전 세계적으로 지구온난화로 인한 피해사례 등이 뉴스로 전해지고 있다. 지구가 고열을 앓고 있는 것이다. 아픈 지구를 위한 작은 움직임, 친환경을 실천하는 진접농원 장기원 대표를 만났다.

고려대학교 원예학과와 경영학과를 복수전공을 한 장 대표는 식물보호기사자격을 갖춘 식물전문가이면서 글로리로지틱스(주) 대표다. 최근 유행하고 있는 반려식물 키우기, 치유원예, 환경을 위해 수입하고 있는 친환경 플로랄폼에 대해 들어보았다. 진접역 근처를 지나다 보면 밖에는 여러 종류의 식물이 화단에 심겨 있고 안에는 희귀 식물들이 있다. 한쪽에는 아내인 박선경 플로리스트가 작품을 만드는 꽃들이 있다. 바로 이곳이 진접 농원이다.

언제부터 농원을 했나요? 또 농원을 하게 된 계기는?

제가 어릴 때는 논에 가면 메뚜기, 고동, 개구리, 미꾸라지가 많이 있었어요. 어느 때부터 인가 그런 게 하나도 보이지 않은 거예요. 알아보니 농약, 비료 때문이었어요. 그래서 제가 생각 끝에 원예학과를 선택하게 되었어요. 저는 농원을 운영하기도 하지만 원래 직업은 국제 물류 운송 회사인 글로리로지틱스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코로나 때 거래처 방문도 못하고 해서 어려움이 많았습니다. 그런데 그 당시에 희귀 식물을 집에서 키우는 것이 유행해 다시 집에서 희귀 식물을 키우면서 식물 재배가 많아져 집 근처에 온실을 만들어 농원을 운영하게 되었습니다.

업계에서 친환경을 실천하는 사람이라고 소문난 특별한 이유가 있나요?

그건 제가 네덜란드에서 수입하는 친환경 플로랄폼 시도우(Sideau)때문에 그런 것 같습니다.

기존에 꽃꽂이에 사용하는 1950년대에 발명된 초록색 일명 오아시스라고 불리는 플로랄폼은 꽃꽂이 디자인을 안정적으로 만드는 동시에 효율적인 수분 공급을 제공함으로써 꽃 산업에 혁명을 일으킨 제품입니다. 하지만 우레탄 폼으로 페놀수지와 포름알데히드등 독성, 발암물질을 포함하고 있습니다. 또 사용 후 거의 산업 폐기물에 준하는 정도의 환경 쓰레기가 되죠.

원예는 파라다이스, 정원이라는 개념에서 그 원 안에서 예술을 하는 것이고 그 안에서는 사람들이 먹고 즐기고 하는 겁니다. 제가 원예학과를 선택하면서 조금이나마 자연을 사랑하고 또 자연을 돕는다는 생각을 했는데 자연을 오염시키는 것을 알고는 사용할 수가 없었습니다. 대체할 수 있는 것을 찾다가 친환경 플로랄폼 시도우를 알게 되었습니다. 전 세계에서 원예와 농업이 가장 발전한 나라가 네덜란드거든요. 네덜란드에서도 오래전부터 우레탄 폼의 해로운 물질을 대체하기 위해서 개발을 많이 했는데 수경 재배할 때 사용하는 양액 배지를 활용하여 꽃꽂이할 수 있게 만든 친환경 플로랄폼 시도우를 생산하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제가 앞장서야겠다 싶어 시도우를 수입하게 되었고 100% 천연소재로 현무암 97%와 자당 3%로 이루어져 100% 생분해되며 생산과정에서 석유 화학물질이나 미세플라스틱을 사용하지 않습니다.

요즘은 업계에서 친환경 제품 시도우 반응이 어떤가요

지금 3년 정도 되었는데 전국에 약 200군데 거래처가 있습니다. 다른 곳과 차별화하고 럭셔리, 프리미엄 꽃을 추구하는 플로리스트들도 있지만, 일반 꽃집도 의식 있는 분들이 있습니다. 가격 면에서는 2,000원 정도 차이가 있어서 고객들에게 플라스틱 플로랄폼의 유해성을 설명하고 친환경 제품을 선택할 수 있게 하거나 친환경 꽃집이라는 것을 홍보할 수 있도록 계속 도울 겁니다. 또 고객들이 작은 것이지만 친환경 운동에 동참했다는 기분을 느끼게 해준다면 그보다 더 값진 것이 있을까요.

질문을 바꿔서 반려식물 사업에 관해 설명해주세요.

사람들이 코로나 이후에 반려동물처럼 반려식물을 많이 키우고 있습니다. 식물은 움직이지도 않고 느리게 성장해 재미를 못 느낄 것 같지만 자꾸 들여다보며 흙이 마르지 않았는지 습기는 적당한지, 어제와 어떻게 다른지 등을 살피면 마음이 편해집니다. 실내에서의 공기정화 능력이 뛰어나고 습도를 올려주어 쾌적한 환경을 만들어줍니다. 사람은 자연에서 왔어요. 그래서 초록색을 보면 마음이 치유됩니다. 이것을 치유원예라고 합니다.

반려식물을 키우면 좋은 점은? 반려식물의 종류를 추천한다면?

아이들이 원예 활동을 하게 되면 집중력이 뛰어나게 되고 책임감이 생기고 식물이 자라는 것을 보며 성취감을 느끼게 됩니다. 또 독거노인의 우울증을 예방하고 치매 예방에 도움이 되는데 어렸을 때 추억을 떠올려 외로움을 털어내는 데 도움이 됩니다. 사람과 식물은 똑같아요. 예뻐해 주고 정성을 들이면 그만큼 잘 자라납니다.

반려식물에는 여러 종류가 있지만, 그중에 고사리는 키우기가 어렵지 않고 잎마다 다른 모양을 가지고 있어 보기도 좋고 공기정화 식물로 뛰어납니다. 또 ‘몬스테라 알보’라는 식물은 취미로 키웠지만, 수익이 높아 식테크용으로 입소문이 난 식물입니다.

진접농원이 식물병원으로 화제가 되고 있습니다.

농림축산식품부에서 저희 농원을 ‘반려식물치료센터’로 지정했습니다. 남양주에서 유일하게 운영하고 있죠. 일반인들이 식물을 키우는데 취미와 재미를 가질 수 있도록 도와주고 있고 키우다가 잎이 마르거나 병든 식물을 맡아 살려주기도 합니다. 사람이 아프면 병원에 가서 치료받고 심하면 입원을 하는 것처럼 식물도 저희 농원에서 치료도 받고 입원도 합니다. 식물병원이나 마찬가지죠. 식물이 보호자와 함께 퇴원할 때면 보람을 느낍니다.

앞으로 계획

현재 ‘월간 플로라’에 글을 연재하고 있는데 전문적인 번식 기법들을 알려주어 식테크에 도움이 되는 글입니다. 또 앞으로 어디든지 제가 필요한 곳, 강의할 수 있는 곳이 있다면 자연과 식물에 대해서 같이 배워가는 입장에서 대화 나누고 싶습니다.

그리고 채소, 과일 등 수경재배 시, 스펀지를 사용하는 데 뿌리를 통해 화학물질이 흡수된 것을 먹게 됩니다. 그래서 지금은 친환경 플로랄폼 뿐만 아니라 수경재배와 스마트팜에서 사용 가능한 친환경 배지도 수입해 보급하려고 합니다.

하고 싶은 말

다시 환경문제로 돌아가는데요. 영국왕립원예협회(RHS)는 2021년부터 첼시플라워쇼를 포함한모든 행사에서 화학성분의 플로랄폼 사용을 금지하였습니다. 각종 종교 시설이나 장례식장, 예식장 등 꽃꽂이가 많이 필요하거나 화환이 많이 들어오는 곳은 플라스틱 플로랄폼 가루가 바닥에 무수히 돌아다녀 건강에 해롭습니다. 또 그 미세플라스틱은 자연분해가 되지 않아 땅과 바다로 흘러 들어가 환경파괴의 원인이 됩니다. 우리나라도 플라스틱 플로랄폼의 유해성을 인지하고 사용규제와 반입금지 등의 조치가 정부 차원에서 필요합니다.

꼭 친환경 플로랄폼을 사용하라는 것이 아닙니다. 꽃병에 꽂을 수도 있지요. 하지만 꼭 필요하다면 환경을 지키고 생태계를 복원하기 위해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하고 지킬 수 있는 것은 지키자는 것입니다.

플로리스트 박선경과 미니인터뷰

장대표와 만남, 플로리스트가 된 동기

장 대표는 친한 분의 소개로 만났는데 과묵하고 선한 느낌이 좋았어요. 자연과 함께 사는 사람이니 믿음이 갔어요. 결혼하고 태교를 위해 꽃꽂이를 시작했는데 재밌고 또 잘한다는 칭찬도 좀 들으니 계속하게 되었죠

하고싶은 말

플로리스트들이 기존에 쓰는 플로랄폼을 만질 때는 장갑을 끼고 마스크를 쓰고 피부에 닿으면 곧바로 씻어야 합니다. 이 사실을 알고는 있지만, 타성에 젖어 그냥 사용하고 있는 게 안타깝습니다. 또 사람 뒷모습이 아름다워야 하듯이 꽃도 마찬가지입니다. 살아있을 땐 우리에게 아름다움을 보여주지만 떠나는 뒷모습이 환경파괴라면 다시 생각해 봐야 하지 않을까요?

 

기자 뒷말

지난 제33회 파리올림픽은 ‘친환경 올림픽’이라고 했다. 그래서 탄소 배출량을 줄이기 위해 에어컨을 설치하지 않기로 했다. 선수들의 경기력 저하를 걱정하지만, 국제사회에서는 에어컨 냉매로 쓰이는 수소불화탄소의 지구온난화지수가 높아서 2050년까지 완전히 퇴출한다는 목표를 세웠기 때문이다. 일부 국가들은 휴대용 에어컨을 사용했지만 그래도 친환경 올림픽 기조에는 변함이 없고 일회용 플라스틱병도 경기장에 반입 금지됐다. 이렇게 선진국들은 많은 규제를 두고 환경운동을 하고 있다.

‘논에 가면 지렁이, 개구리, 미꾸라지가 많았는데 왜 안 보일까?’ 고민하던 초등학생이 세월이 흘러 지금은 식물을 살리고 자연을 살리는 친환경 제품 사업체의 대표가 되었다. 그는 환경을 보호하고 지속 가능한 미래를 위해 작은 것부터 실천해 나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한다.

기자가 몇 개월 전 꽃을 사러 진접농원에 들렀을 때 바나나 나무가 한그루 있었다. 진짜 바나나가 달린 진짜 나무였다. 연구를 위해 심었는데 농사가 잘 되었다며 한 개를 툭 따서 나눠줬다. 맛있었다. 또 본지 발행인은 그냥 먹을 수 없다며 바나나 나무에 만 원짜리 한 장을 끼워두었다. 비싼 바나나를 먹었지만 신기했고 지금은 파파야가 열려 익어가고 있는데 기대가 된다.

인터뷰를 하는 도중에 식물을 가지고 방문한 고객이 있었다. 흙을 만져보고 잎을 살펴보면서 빗물에는 식물의 성장에 영향을 주는 질소, 미네랄등이 있으니 비를 맞히라고 처방을 해주는 모습에 식물 명의(名醫)라는 생각을 했다. 장 대표의 말속에는 자연과 닮은 여유가 보였고 반바지 입은 다리에 긁히고 쏘인 상처는 성실함이 보였다. 그리고 꽃과 함께 장대표 옆을 지키는 박선경 플로리스트, 노래 가사처럼 꽃집의 아가씨는 예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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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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