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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노동

[기고] 견치원보다 싼 대학 등록금

▲전 동의대학교 정량부 총장.

 

(대한뉴스 김기준기자)=세상 많은 등록금 중 우리의 대학 등록금처럼 말 많은 등록금도 없을 것이다. 최근에는 우리나라의 대학 등록금이 애완견을 맡아 보육하는 견치원보다 싸다는 사실이 알려져 웃프다. 사립대학총장협의회에 의하면, 사립대학의 현재 등록금은 연평균 732만 원으로 영어 유치원(2,093만 원)의 1/3 정도이고, 견치원(1,200만 원)보다 낮다고 한다.

 

대학의 등록금은 고등교육법에, 각 대학이 등록금심의위원회를 구성하여 산정하되, 그 인상률은 직전 3개 연도 평균 소비자 물가상승률의 1.5배를 초과할 수 없도록 규정하고 있지만, 그마저도 법대로 하지 못하게 대학에 행정적, 재정적 제재를 가한다며 제로 베이스 동결을 요구해 온 16년이란 세월이 만들어 놓은 결과이다. 그동안 오른 물가상승률은 135%를 넘는다고 한다.

 

동결 이후 대학은 더 나은 교육을 위해 투자하지 못하고 제 살만 깎아 왔으니 국가경쟁력도 하향할 수밖에 없었다. 교수가 되려면 많은 교육투자가 따라야 하지만, 대우는 공기업이나 대기업의 근로자보다 낮은 수준이니, 유능한 교수를 채용할 수도 없는 상황이었다.

 

호봉제 교수의 조기 명퇴를 통해, 임금이 낮은 연봉제 신임 교수를 2~3명 더 고용할 수 있으니, 은근히 오래된 교수들의 등을 떠 밀고 있는 것도 현실이다. 도서와 실험·실습기자재나 장비의 구입비도 삭감되고, 거듭된 통합과 구조조정으로 연구와 교육을 보조하는 인력도 줄이고, 생존에 급급해 온 것이 그동안 대학의 현실이었다.

 

현재 국내 각 대학의 경쟁력은 등록금이 낮은 국립대학이 우선이고, 다음은 대도시의 대형 사립대학, 입학 경쟁율은 커녕 입학정원을 채우지도 못하는 중소도시의 사립대학, 2년제 대학이 아닌가 생각된다. 그런 중에 인구가 밀집한 수도권에 가까운 대학일수록 유리하다 보니, 대학이 경쟁력 약화로 사라지는 지역은 벚꽃이 먼저 피는 순서라는 말도 있을 정도로 지방대학은 사정이 열악하다.

 

한편 초중고등학교는 학생이 현저히 줄었음에도, 교육재정교부금은 점점 더 늘어나, 각 시도 교육청마다 교부금을 쌓아 두고 사용을 고민하고 있을 정도라고 한다. 이제 대한민국은 고등교육에 대한 투자는 OECD 최하위권이 되었고 초중등교육에 대한 투자는 세계 1위권으로 평가받을 정도로 교육투자의 불균형이 심한 나라가 되었다.

 

계속 늘어날 교육재정교부금의 효과적 배분이 필요하지만, 여야는 대립에만 골몰하고 있다. 이제는 교육부가 실패한 등록금 규제와 고등교육에 대한 정책을 고쳐, 대학에 자율성과 경쟁을 보장해야 할 때라고 생각된다. 이미 나온 교육부 폐지론은 괜한 얘기가 아닐 것이다.

 

각종 사립학교와 사립대학이 더 명문인 외국처럼, 대한민국의 사립대학도 반도체, AI 등 세계와 시대가 요구하는 미래의 인력을 잘 길러낸다면 등록금이 문제가 되는 시대는 지났다고 생각된다. 미국과 영국은 대학생 1인당 공교육비 투자액이 우리나라의 3배 수준이고, 미국 사립대의 평균 등록금도 우리나라 사립대학의 3배가 넘는다. 세계 상위 30개 대학 중 19개가 미국의 대학이고 영국이 5개인 이유가 여기에 있다. 등록금이 싸거나 무료인 EU가 뮌헨 공대 하나뿐인 이유와도 관계가 있다.

 

국가의 초창기에 고등교육의 대부분을 맡아, 국가의 산업화와 민주화의 초석을 이루어 냈던 곳이 대한민국의 사립대학들이다. 아직도 국가경쟁력은 젊은이들의 교육을 통해 이루어지고 있다. 그동안 지방 교육청으로 이관된 초중등교육 대신, 사립대학을 국립대학과 함께 움켜쥐고 서자 취급하던, 실패한 고등교육정책의 관행은 이제 사라져야 하리라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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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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