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 대한뉴스] 글 편집국
크리스마스는 종교를 초월해 모든 어린이들이 행복해하고 기다리는 날이다. 어린이들이 행복한 이유는 아마도 ‘산타의 선물'을 기다리는 그들의 영혼이 순수하기 때문일 것이다. 산타는 어른들에는 추억이지만, 그를 믿고 기다리는 어린이들에게는 매년 찾아오는 커다란 선물이다. 지난 8월, 로마 바티칸에서 날아온 크리스마스 산타는 빨간 색이 아닌 하얀색 옷을 입고 있었다. 그리고 그는 어린이가 선물을 기다리는 마음과 같이, 평화에 대한 믿음과 순수한 마음을 간직한 사람들에게 평화의 메시지를 남겼다.
8월 14일부터 18일까지 5일이라는 긴 시간동안 프란치스코 교황이 우리나라에 방문했다. 여름휴가도 기꺼이 반납하고 우리나라에 찾아 온 프란치스코 교황은 우리에게 ‘따뜻한 사랑'이 실재한다는 것을 보여주었다. 우리나라 모든 국민이 분노하고 안타까워했던 세월호 사건, 인간의 잔인함에 다시 한번 실망감을 준 윤 일병 사건까지. 2014년 대한민국은 이와 같은 사건들 때문에 그릇된 인간상에 질려버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데, 이런 우리들을 감싸주려 조금 일찍 산타가 나타난 듯 교황이 방문했다.
교황이 한국에 오게 된 주목적은 두 가지였다. 하나는 제 6회 아시아 청년 대회에 참석하는 것이었고, 다른 하나는 가톨릭 순교자를 위해 시복미사를 집전하는 것이었다. 이 외에도 방한 기간 동안을 한 시도 헛되이 보내지 않으려는 듯 쉴 틈 없이 크고 작은 만남과 방문의 시간을 가졌다. 대통령 및 공직자와의 만남, 아시아 주교와의 만남, 꽃동네 방문, 성지 방문 등에서 교황은 적지 않은 나이임에도 오히려 에너지 넘치는 걸음으로 우리나라 곳곳을 누비며 평화와 사랑의 마음을 전달했다.
15일 솔뫼 성지에서 아시아 청년들을 만난 교황은 한 종교의 지도자로서, 그러면서도 인생의 선배로서 그들에게 스스로를 포함한 인류 전체를 위해 힘쓰는 청년이 될 것을 가르쳤다. 나이를 먹는 다는 것은 단순히 세월의 흐름이 아니라 그 세월 속에서 만난 다양한 삶을 스스로에게 새기는 것이다. 그렇게 새겨진 삶은 사람마다 다른 순간 다른 방식으로 발현된다.
다양한 삶이 새겨지지 않은 젊은이는 보통 연약하지만, 누구도 알 수 없는 삶이 새겨질 수 있는 ‘가능성'의 크기는 가늠할 수 없이 대단하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이 점을 알고 있었다. 그래서 “지혜롭고 위대한 민족은 선조들의 전통을 소중하게 여길 뿐만 아니라 그들의 젊은이들을 귀하게 여깁니다. 젊은이들은 과거의 전통과 유산을 물려받아 현재의 도전들에 적용할 사람들이기 때문입니다.”라고 말한 교황은 아시아의 청년들에게 ‘희망의 전달자'가 될 것을 당부했다.
아시아 청년들에게 커다란 가르침을 주고 난 다음 날이었던 16일, 각종 집회가 열리며 분노와 대립이 존재하는 광화문 광장에 이날만큼은 사랑과 평화의 분위기가 흘렀다. 이곳에서 가톨릭 순교자 124위에 대한 시복미사가 열렸기 때문이다.
이들 순교자는 1791년 신해박해 때 최초로 순교한 윤지충 바오로 외 2위의 순교를 시작으로 1795년 을묘박해 3위, 1797년 정사박해 8위, 1801년 신유박해 53위, 1814년의 1위, 1815년 을해박해 12위, 1819년의 2위, 1827년의 정해박해 4위, 1839년의 기해박해 18위, 1866년과 1868년의 병인-무진박해 19위, 1888년의 1위로, 약 100년에 걸쳐 당시 조정에 의해 가톨릭 교를 따른다는 이유로 참수당하거나 매를 맞아 죽어갔다.
이들의 나이는 적게는 12살, 많게는 75세 까지였고, 그들이 순교한 장소는 전주, 여주, 공주 등 전국 곳곳에 산포되어 있다. 교황은 그 중 몇몇의 성지 방문하여 순교자들의 숭고한 마음을 기렸다. 많은 성지를 제치고 이번 시복미사는 탁 트인 광화문 광장에서 열렸다. 그런데 이곳은 안전상 문제가 크고 시민의 불편을 초래할 수 있다는 이유로, 과거 요한 바오로 2세가 여의도에서 시성식을 올린 것처럼 이번에도 여의도에서 의식을 행하자는 의견이 있었다.
그럼에도 교황이 광화문에서 미사를 드리고자 했던 이유는 광화문이 갖는 정치적·사회적 중요성과, 무엇보다도 순교자를 보다 가까운 곳에서 만나고자 했던 예우의 마음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서소문 순교 성지를 비롯해, 조선시대 광화문 근처에서는 가톨릭 순교자가 많이 처형당했다.
전례 없이 교황이 직접 시복식을 진행할 만큼, 교황이 한국 순교자 및 한국 가톨릭에 보낸 애정은 특별하다. 선교사 없이 가톨릭 신앙을 지키고 발전시켜온 국가, 일제 강점기 성적 유린을 당한 할머니들이 있는 국가, 세계 유일의 분단국가이므로 교황 스스로 해야 할 일이 많다고 느끼기에 충분했고, 그래서 ‘희망과 평화'를 직접 전파했다.
이에 부응하듯 우리나라 사람들도 이날 90여 만 명의 인파가 경복궁역 근처와 서울역 근처까지 가득 채우며 교황의 미사를 느끼고 감동했다. 이들이 모두 가톨릭 신자가 아니라는 점은 의미 있게 다가온다. 세계적으로 인정받는 그의 덕망이 종교를 초월하여 그 많은 인파를 모이게 했기 때문이다. 교황을 존경하는 마음으로 모여든 우리 국민에게 교황은 이전과 같이 사랑을 마음껏 표현했다.
웃음으로 인사하고, 어린아이에게 키스하기 좋아하는 교황 특유의 애정표현을 이날도 보여주었다. 특히 그는 방한 내내, 그리고 바티칸으로 돌아가서도 ‘노란 리본'을 달고 있는 모습을 보여주었고, 유족들 앞에서는 늘 함께 슬퍼해주며 세월호 참사에 대한 애도의 마음을 아끼지 않았다. 교황이 직접 세례를 하는 것은 매우 드문 일인데도 세월호 유가족의 부탁으로 직접 유가족에게 ‘프란치스코'라는 세례명을 내리기도 했다.
이런 교황에 대해 우리나라에서는 ‘신드롬'을 일으킬 정도로 큰 관심을 보였다. 일각에서는 이러한 ‘신드롬'을 부정적으로 바라보기도 했다. 교황의 모습을 ‘정치적인 것'으로 치부한 목소리도 있었지만, 이는 스스로를 돌아보지도 않고 우선 비난하는 사람, 믿기 어렵다고 믿지 않는 비겁한 사람으로 보일 뿐이다. 수많은 이의 존경과 지지를 받고, 커다란 집단의 최고 권력을 가지면서도 청렴하길 노력하고 소탈할 수 있음은 과연 쉬운 일일지 성찰해보아야 한다.
자본주의 사회 안에서 경제적 가치를 우위에 두고서 달려오던 우리에게 경제적 부 이외의 가치는 자주 밀려나곤 했다. 돈을 많이 벌면 그가 어떤 도덕성을 갖든지 그의 모습은 미화될 수 있었고, 돈을 많이 벌면 버는 돈만큼 사치스러워졌다. 힘 있는 자는 그 힘으로 돈을 끌어 모으려고 안간힘을 쓰기도 했다. 점점 우리에게서 ‘청렴'과 ‘소탈'의 대명사는 찾아보기 힘들어졌다.
교황 방한이라는 행복했던 기억을 뒤로 하고 우리가 그때 감동했던 이유를 생각해보면, 돈과 권력에 물들지 않은 ‘정의'의 사회적 지도자가 우리 곁에 있었기 때문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프란시스코 교황은 박근혜 대통령과의 공동연설에서 “평화는 단순히 전쟁이 없는 것이 아니라, ‘정의의 결과'입니다. 그리고 정의는 하나의 덕목으로서 자제와 관용의 수양을 요구합니다“라고 말했다.
프란시스코 교황은 ‘파격적 행보'를 펼치는 것으로 유명하지만, 사실 그 ‘파격'은 정의로운 모습들의 발현일 뿐이다. 낮은 곳을 향해 사랑을 실천하는 일, 부정부패에 용감하게 맞서는 일은 지도자에게 꼭 필요한 ‘정의'의 모습이지, ‘파격'이 아니다.
우리나라에도 정의로운 지도자가 많아져야 하는데, 이를 위해 가장 기본이 되는 것은 올바른 지도자를 알아볼 줄 아는 정의로운 시민이 우리나라에 많이 존재하는 것이다. 대중의 존경을 받는 사람의 흠을 찾기에 급급한 사람이나, 인간됨보다 세속적인 잣대로 지도자를 모시는 사람이 있을 때 결코 좋은 지도자는 나올 수 없다. 교황이 돌아가고 난 뒤, 우리에게 남겨진 선물은 다름 아닌 ‘성찰의 기회'이다.
<기자의 말>
이번 교황 방한 기간에 국민들이 궁금해 했던 것 중 하나는 ‘대통령의 종교는 무엇일까'라는 질문도 있었다. 박근혜 대통령은 공식적으로 종교를 밝힌 바 없으나, 과거 ‘율리아나'라는 세례명을 받았던 사실이 이번에 알려졌다. 뿐만 아니라 여러 가지 종교에 관심을 가져 이미 `대자행(大慈行)`, `선덕화(善德華)‘라는 법명도 받았다고 한다. '기불천 교(기독교, 불교, 천주교를 한번에 이르는 말)‘를 가졌다는 말을 들을 정도로 특정 종교를 드러내지 않고 두루 관심을 갖는 대통령의 자세는 종교보다 국민과의 의리를 먼저 생각한 것에서 비롯된 것이 아닐까.
본 기사의 전문은 대한뉴스 2014년 9월호(www.daehannews.kr)에 자세히 나와 있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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